YOS

Posted on April 25, 2008

마이크로소프트의 매시업 이야기에 뒤이어 야후의 오픈 전략 (Yahoo Open Strategy: YOS)에 대한 이야기가 Techcrunch에 실렸습니다. 지금으로서는 보여줄 만한 별다른 소프트웨어나 서비스는 없고, 다만 전략으로서 제시되고 있는 듯 합니다. 이것은 야후를 더욱 달라붙게, 바이러스처럼 그리고 친구처럼 보이게(Sticky, Viral and Friendly) 한다는 전략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CTO Ari Belogh와 Chief Architech (Platforms) Neal Sample은 다음의 세가지를 제시합니다. 아래 MS와 마찬가지로, 자주 듣던 이야기이지만, 그 이야기에 그들의 전략이 어떻게 녹아 있는지 구체적인 설명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1. 플랫폼화 (Platformization): 야후를 사용할 때마다 느끼는게 모든 서비스들이 따로 논다는 느낌일 것입니다. 야후에서 말하는 플랫폼화는 특별한 전략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실내 청소라고 생각해도 좋겠습니다.
  2. 오픈 야휴(Open Yahoo): 이건 오픈 소셜을 받아 들이는 한 축과, 야후 애플리케이션 플랫폼(YAP)이라는 두 가지가 중심입니다. YAPPHP로 짠 구글 애플 엔진인 것 같습니다. 구글 애플 엔진은 파이썬입니다. 드디어 코드 세계의 삼국지가 포탈간의 전쟁으로 전염되는 것일까요?
  3. 이동 (Portability): MS로서는 윈도우 외의 운영체제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어렵고 MS 이외의 프로그램 벤더가 있다는 것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어제 MS에서 이야기하는 매시업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장비들간의 매시업이었습니다. 야후는 여기에서 아주 다릅니다. 야후의 포터빌러티란 장비들간의 포터빌러티가 아니라 웹 애플리케이션간의 포터빌러티입니다. MS는 장비의 매시업을 이야기하고, 야후는 애플리케이션간의 포터빌러티를 이야기합니다. 이쯤 되면 헷갈리지 않는게 비정상입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광범위하게 쓰이는 말에 자기들 나름의 색깔을 입힌다는 것을 빼면, 서로서로 보고 베낀 것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생각하는 미래에 대한 그림이나 전략이 서로서로 비슷합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요즘 레일스를 위한 루비 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요즘 읽기 딱 좋은 책입니다. 약간 졸리기도 하면서, 나름대로 약간 재미있기도 하면서, 그렇습니다. 저는 왜 그런지 이런 종류의 책은 그냥 누워서 소설 읽듯이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걸 읽다가 한참 전에 생각하고 있던 것을 떠올리게 하는 구절이 나와 잠깐 인용해 봅니다.

레일스 프레임워크는 두 가지 일을 가장 잘 한다. 첫째, 레일스는 단지 루비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루비로 작성된 도메인에 특화된 언어(DSL)를 사용한다는 느낌을 갖게 해 준다. 둘째, 실제로 프로그래밍을 하지 않고 주로 설정 파일을 작성한다는 느낌을 갖도록 해 준다… (79쪽)

이런 방향으로 프로그래밍이 발전(진화)하는 것이 주는 영향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프로그래밍이 너무 쉽게 느껴지고 누구나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일련의 설졍파일의 조작은 지금도 약간만 의욕이 있고 구글링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예를 들어, 구글 애플 엔진으로 블로그나 이와 비슷한 툴은 만드는 것은 아마 getting started 를 한 번 읽어 보고, Bret Taylor의 글 을 읽어 보고, 그 다음에는 google-app-engine samples 에서 몇 개 다운로드받아 한 번 살펴 보고나면 웬만하면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다른 하나의 중요한 흐름은 프로그래밍이 쉬워짐과 동시에 프로그램 자체의 동작에는 그리 결정적이지 않을 수 있는 관습과 숙어가 갈수록 더 중요해 진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 때는 이름을 어떻게 붙이라는 규칙부터 시작해서 괄호는 어떻게 쓰고, 띄어쓰기는 어떻게 하라는 등의 이야기도 있을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관습과 숙어는 일종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경향이 있으며, 나아가서는 일종의 컬트를 형성하거나 심지어는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을 형성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직접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지금도 루비 사용자 그룹과 43 Folders 또는 lifehacks 등과 같은 GTD 컬트 사이에는 많은 부분이 겹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프로그래밍이 쉬워져서 예를 들면 마치 10년 전만해도 워드프로세서를 쓸 수 있는 사람이면 이런 사항을 이력서에 넣고, 운전면허증이 있는 사람은 이걸 자격증으로 포함시키던 관습이 이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당연히 MS 오피스는 사용할 수 있고, 운전은 할 수 있는 것으로 가정하는 시대로 바뀐 것처럼 프로그래밍이 미래에 그렇게 될 것이라는 예상 이상으로 중요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그런 생각때문에 이번에 블로그를 옮길 때에는 다소 무리하면서까지 굳이 루비기반의 프로그램을 선택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너무나도 애매모호해서 이쯤에서 그만하려 합니다.

그렇지만, 눈여겨 보고 싶은 것은 이제 포탈과 검색과 소프트웨어라고 하던 과거에는 나름대로 분명히 구분되던 영역들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각 분야의 거인들이 서로 비슷비슷해 보이는 전략들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위의 야후와 MS 이야기를 하면서 이야기한 것처럼 친숙한 용어가 친숙하지 않은 의미로 쓰이고, 심지어는 완전히 다른 맥락에서 채택된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모두의 전략이 대충 이렇게 오픈 소셜, 플랫폼, 상호연결 등등을 중심으로 모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것은 어쩌면 과거에는 페이지뷰와 트래픽과 사용자 수 중심으로 진행되던 경쟁이 이제 완전히 다른 벤치마크를 통해서 구현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것은 무엇일까요?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이제 많은 회사들이 매시업과 상호연결과 오픈이라고 하는 과제 속에서 지금까지 자본주의 회사들이 했던 것 가운데에서는 가장 못하는 것, 그러니까 공존과 협력이라는 어려운 숙제를 해결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들의 경쟁력과 수익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그렇게 할 방법을 그들은 찾은 것일까요, 아니면 일단 먼저 시장을 선점하고 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어쩌면 이 경쟁이 결국은 라이프스타일의 경쟁으로 갈지도 모르겠다고 추측하는 것은 지나친 억측일까요? 확실히 비약이 있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