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는 45세, 대기업에 다닙니다. 45세 생일에 오랜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둘 다 같은 직장에 다녔었는데, 오래전 하나는 그만두고 MBA를 한 다음 컨설턴트가 됐습니다. 또 하나는 그만두고 외국계 기업으로 옮아갔습니다. 푸념이 나옵니다. 축하를 듣고도 하는 말이, “배부른 소리 하네…”
친구들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친구를 위해 비즈니스 스쿨을 만들었습니다. 술집에서 한 사람을 놓고 가르치는 거죠. 신바시 비즈니스 스쿨에는 세 가지 기본원칙이 있습니다.
- 버린다
- 가르치지 않는다
- 비상식 (상식 타파가 더 나은 번역이겠네요)
커리큘럼에는 3개가 있습니다. 사고법, 분석기술,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기술입니다. 두어 시간이면 다 읽을 짧은 책입니다. 야마모토 신지라는 일본의 컨설턴트가 45세 생일에 쓴 책, 모리 차장의 비밀과외(홍창미 옮김, 수린재, 2009)입니다.
앞에 영어 공부법에 대한 부분을 읽다가 불현듯 OTL English에서 한 말이 생각났습니다. 범생은 못하는 것을 잘 하려고 하고 열등생 비즈니스맨은 잘하는 것에 집중한다. 비즈니스맨을 그대로 제가 말하는 해커로 바꿔도 될 것 같습니다.
비즈니스맨이 학습 전략을 생각할 때에 중요한 것은 장점을 철저하게 키운다는 발상이지. 비상식적인 발상이지만 말이야. 이에 비해 모법생의 발상은 안 되는 것을 키우려고 하는 것이지. 종합적으로 무언가에 마음을 빼앗기고, 단순하게 시장이 늘고 있고 매력도가 높다고 해서 자신 없는 분야에 나서는 회사는 얼마 안가 쓰러지는 일이 많을거야. (33쪽)
또 있습니다. 범생은 전수조사를 하고, 비즈니스맨은 가설검증법을 쓴다.
분석으로 증명되면 정말 다행이고 반증되면 설정을 바꾸면 그만이야. 대개 가설이 반증될 때는 더욱 큰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겨냥을 잘 해서 여기다 싶은 부분만을 깊이 파고 들어가는 거야. 예를 들면, 아베의 초상화를 그린다고 하자. 아베를 아베답게 보이게 하는 가장 큰 특징이 눈이라 친다면, 눈을 열심히 그려서 표현하는 것이 가설검증법이야. 우등생형 전수조사는 아베의 모든 것을 초사실주의로 꼼꼼하게 그려나가는 것이니까 막대한 시간이 걸리게 되는거지. (104쪽)
이 책에서는 본격적으로 파고들지 않았지만, 경영학의 본질에 대해서 나름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 볼 수도 있겠네요. 경영학 책을 읽다 보면 언제나 결론이 이런 식이라는 인상이 듭니다. “xxx는 이렇게 해서 떼돈을 벌었다. 너도 나서 그렇게 하라.” 톰 피터스의 복음, 스티브 잡스 복음, 피터 드러커 복음인거죠. 그런데?? 이 모든 주장의 뿌리에는 “경영은 과학”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습니다. 말하자면, 돈벌기는 과학에서 사용하는 중요한 기준처럼 “재생가능성(reproductibility),” 그러니까 평범한 누구라도 이렇게만 하면 똑같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말하자면, 과학 교과서에서 물을 산소와 수소로 나누는 방법을 배웠다면, 그걸 누가 하건 결과는 똑같을 수 밖에 없어야 한다는거죠. 그런데, 돈벌이가 과연 과학일까요?
누군가(삼성전자라 칩시다) 스티브 잡스가 하는 것을 보고 그대로 따라해서 떼돈을 벌었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스티브 잡스는 깡통 차겠죠. 우리반에서 1등하는 철수를 누군가 열심히 벤치마크해서 1등했다면, 그때 철수는 1등이 아닌거죠. 그러니까, 제가 보기에 돈벌이 비결은 “reproducible”하지 않고, 따라서 이건 과학이 아니라는겁니다. 뭐,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어요. 과학이 아니면 어때요? 기술이면 어때요? 돈만 벌면 되지…
이 책에서 모리의 친구들은 모리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치려 합니다. 모리가 개깁니다.
바른 말만 하는 사람은 점차 조직에서 배척되어 간다. 우리가 입사했을 때 선배로부터 배운 것이 바로 “게으름 피우지 마라, 대들지 마라, 놀지 마라”라고 하는 조직인으로서의 생존철칙이지 않아? “대들지 마라”는 금과옥조야. 무엇보다도 시야가 좁은 경영진과 그 추종 그룹인 부장급이 없다면 네가 말하는 대로 스스로의 생각으로 승부할 수 있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달라. (52쪽)
그러니까,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조직에서 생존한 사람에게 스스로 생각하라니 어불성설이라는거죠. 친구들은 왜 스스로 생각해야 하는지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읽어 봅시다.
내 속을 썩이던 MBA 동료나 부하 중에도 알게 모르게 이 병에 걸린 사람이 많아. 누군가가 해석 = 의견을 내고 그것을 일반 비즈니스맨이 필사적으로 공부하지. 정신을 차리고 보면 모두 그러한 해석 = 의견이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여 지고 있어. 게다가 해석을 내놓은 인간에게 권위라도 있으면 실로 끔찍하지. 의견이나 해석은 혼자 마구 돌아다니면서 일제히 사고정지 상태를 낳는거야. SCM, BPR, CRM같은 말은 90년대 후반 이후, 우리 기업의 머릿속을 침투해 버린 컨셉의 좋은 예지.
그래서 그는 신문, 잡지, 경영서는 3악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런 증상의 변형도 있습니다. “과거의 성공체험강박증”이라고 하는데, 과거에 성공한 사람은 그대로 하면 또 그렇게 될거라고 믿어 버립니다. 과학의 대상이 다른 사람의 경험이 아닌 스스로의 경험이 되어 버린거죠.
까딱 잘못하다간 “옛날에는 이랬는데” “내가 그 시절에는 말이야” 하는 식의 경험의존증후군같은 걸 말하는건가? (74쪽)
짧고, 두어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분량의 책이지만, 꽤 읽을 만 하구요, 꽤 생각할 거리를 주는 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