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노트: e-myth 그리고 사업이라는 알고리즘

Posted on February 05, 2010

철수는 자전거 샾에 다닙니다. 몇 년 다니다 보니, 이제 자전거라면 도삽니다. 심지어는 자전거샾에 들어오는 사람 표정만 봐도 뭐가 문젠지 압니다. 철수가 너무 잘 하기 때문에 사장은 매일 별다방, 콩다방에서 커피 홀짝거리고 노닥거리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그날도 그런 식이었습니다. 어쩌면, 날씨 때문이었는지 어쨌든지 어쨌든 갑자기 내가 왜 저 자전거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는 커피 매니아 밑에서 일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일을 하면서 단골들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모두들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심지어는 따로 가게를 차리면 꼭 찾아 와서 도와주겠다는 사람도 꽤 있습니다. 마음이 들떠서 며칠 생각한 다음 용단을 내렸습니다.

그동한 저축한 돈이랑 심지어는 전세금까지 빼서 자기만의 바이크샵을 차렸습니다. 기분 좋습니다. 단골손님들도 이제 철수네 바이크샵으로만 옵니다. 당연하죠. 자전거라면 철수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돈도 제법 벌었습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열심히 일합니다. 커피 매니아를 위해서 일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를 위해 일하는 것이니, 또 일하는 만큼 자기가 돈을 버니 얼마나 신나겠어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갔습니다. 한 6개월은 너무 신났습니다.

그런데, 점점 일이 많아 지고 힘들어 집니다. 직원도 구해 봤는데, 역시 자기만큼 잘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다못해 다른 일이라도 시키려고 해도 경리면 경리, 부품 구입 관리면 부품 구입 관리, 손님 접대면 손님 접대, 전화받기면 전화받기, 심지어는 커피 끓이는 것 하나까지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돌아버리겠습니다. 직원들은 내 마음도 몰라주고 그냥 하루종일 빈둥거립니다. 결국 일은 밤 늦게까지 남아서 하는 한이 있어도 자기가 합니다.

한 1년 지났습니다. 이제는 자전거만 봐도 신물이 납니다. 웬놈의 자전거가 그리 고장도 잘 나는지… 그냥 며칠이고 몇달이고 때려치고 자전거가 없는 나라로 멀리 여행이나 갔으면 좋겠습니다.

문제가 무엇이었을까요? 그는 자전거 귀신입니다. 자전거에 대해서 잘 아니, 자전거샵을 열면 대박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나름대로 업계에서는 인정도 받았고, 꽤 손님도 모이니 이것도 대박이라면 대박이죠. 그런데…

마이클 거버는 “e-myth”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미국에서는 1년에만도 백만 개가 넘는 개인사업이 문을 엽니다. 그 중에 40%는 1년을 못 넘깁니다. 5년이 지나면 80%는 흔적도 없습니다. 10년이 지나서도 살아남은 것은 4% 내지는 40,000 업체입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기술을 알기 때문에 경영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거죠.

책 제목은 “The E-myth Revisited”입니다. 여기 에서 둘러볼 수 있습니다. 한글 번역도 나와 있습니다. 진짜로 번역이 반역입니다. “내 회사 차리는 법” (김원호 역, 리더스 북) ...

번역이 반역인 이유는 마이클 거버는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원인이 철수가 사업을 한 게 아니라, 스스로 자기를 위한 일자리 그러니까 그냥 자기를 고용해 줄 회사를 하나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사업을 만든다는 것은 기술을 아는 것과도 다르고, 그냥 경리나 실무나 마케팅 같은 경영기술을 이해하는 것과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제목의 “e-myth”는 바로 많은 사람이 자기가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에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대부분이 “기술자(technician)”임을, 그러니까 그런 착각을 일컫는 말입니다. 제목에서 “revisited”라는 것은 대충 재판이라는 뜻인데, 그럼 원판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할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이 책의 원작인 “The E-Myth”는 1985년 언더그라운드 세계의 베스트셀러였습니다. 대충 백만권 이상이 팔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대로 출판사를 통해서 출판한 책 제목이 “The E-Myth Revisited”인거죠.

그래서 어쩌라구? 저자는 창업을 하는 사람은 먼저 조직도를 만들라고 합니다. 물론 자기 혼자 하는 일이죠. 그렇지만, 회사라면 의례 사장도 부사장도 필요하고, 마케팅 팀도 회계 팀도 생산/서비스 팀도 필요하겠죠. 이렇게 조직 차트를 만드는거죠. 그리고, 모조리 자기 이름을 집어넣는 겁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이건데, 스스로 마케터로서 또는 회계담당으로서 또는 생산/서비스 책임자로서 하는 일을 기록하고, 매뉴얼화하는 겁니다. 왜 그렇게 하느냐구요? 경영조직의 프로토타입을 만드는거죠. 그렇게 해서 누가 오더라도 그 자리를 책임지고 맡아서 끌고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이걸 마이클 거버는 프랜차이즈 전략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도입해서 사업을 하라는게 아니고, 거꾸로 프랜차이즈화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라는거죠. 시스템을 만들라는 겁니다.

그건 그렇다치고, 제목에 웬 뜬금없는 알고리즘이냐구요? “모름지기 알고리즘이란건 특정한 문제를 특정한 방식으로 푸는건데… 컴퓨터 알고리즘이란 특정한 문제를 특정한 순서를 통해서 해결하는거잖아…”

컴퓨터 알고리즘이 있기 전에 수학에서 알고리즘이 있었죠. 그러니까 누구나 알고 있는 1에서 100까지 세는 방법에 대한 가우스 셈법 같은 것… 이게 경이적인 것은 누구나 가우스 방식을 이용하면 아주 많은 연속하는 수의 합도 쉽게 셀 수 있다는거죠. 여기서 방점은 누구나에 찍힙니다. 그 사람 아이큐가 얼마건, 학력이 얼마건, 체력이 얼마건 중요하지 않죠. 컴퓨터 알고리즘도 마찬가지죠. 지정한 절차만 제대로 따른다면 그게 무슨 컴퓨터이건 별로 상관 없죠.

그러니까, 제가 보기에 마이클 거버가 주장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방법은 바로 평범한 능력과 지성을 가진 사람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공정을 만드는 것이 바로 사업이라는거죠.

맥도날드를 바로 머리에 떠올렸다면, 아주 당연한겁니다. 맥도날드 체인점을 만든 레이 크로치 는 1954년 캘리포니아 샌 버나디노의 조그만 햄버거 가게에서 바로 이런 공정을 발견합니다. 그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이들이 똑같은 품질의 프렌치 프라이를 만드는 기술이었죠. 그 자리에서 이 사업을 하고 있던 맥 맥도날드와 딕 맥도날드에게 프랜차이즈를 하자고 제안합니다. 그래서 맥도날드가 탄생했습니다. 레이 크로치는 프렌치 프라이 만들기를 예술의 경지에 올려 놓았습니다. 누가 해도 똑같은 프렌치 프라이가 나오게 하는거죠. 여기에 대해서 지금은 아주 유명해진 말콤 글래드웰은 2001년 뉴요커지에서 그가 만든 “소위 감자 컴퓨터(so-called potato computer)”에 대해서 말합니다. 말이 좋아 감자 컴퓨터지 어느 맥도날드 매장에나 있는 온도계입니다.

Perhaps his most enduring achievement, though, was the so-called potato computer—developed for McDonald’s by a former electrical engineer for Motorola named Louis Martino—which precisely calibrated the optimal cooking time for a batch of fries. (The key: when a batch of cold raw potatoes is dumped into a vat of cooking oil, the temperature of the fat will drop and then slowly rise. Once the oil has risen three degrees, the fries are ready.) Previously, making high-quality French fries had been an art. The potato computer, the hydrometer, and the curing bins made it a science. By the time Kroc was finished, he had figured out how to turn potatoes into an inexpensive snack that would always be hot, salty, flavorful, and crisp, no matter where or when you bought it. (The Trouble with Fries )

미국 패스트푸드 혁명은 이렇게 시작됐답니다. 사업이란 바로 이렇게 하라는거죠. 한국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또 번역은 반역이지만) 강추하는 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추가: 위에서는 알고리즘으로서의 맥도날드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Information Architects 에서는 2006년 10월 치즈버거를 인터페이스로, 그리고 인터페이스를 브랜드로 설명한 꽤 흥미로운 글을 실은 적이 있었죠.

While checking out (paying), I decide to go through with this thought, and look closely at the cheeseburger, and yes, indeed. The cheeseburger as has the easiest food interface one could think of. No forks, no knives, no spoons, no plates, no chopsticks. Like a sandwich, but softer and sweeter and above all: Standardized. No alarms and no surprises when eating a cheeseburger. Almost as simple as “the only intuitive interface” – the nipple. Sandwiches can be complicated at times. (The Interface of a Cheeseburger )

이 글도 강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