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치, 리만, AIG 이걸로 끝이 아니라고?

Posted on September 16, 2008

오늘 난리났군요.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일이지만… 메릴린치 인수, 리만 파산신청, AIG 긴급 대출신청

오늘로 길었던 금융위기 이야기를 끝내려고 합니다. 지난번에 사 놓은 코틀러 마케팅 책도 읽어야 하고, 마케팅 책이나 읽으면서 현실과 무관한(!) 관념과 사색의 세계로 들어가야겠습니다. 좀 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관심 없는 사람은 그냥 넘어가도…

오늘의 주제는 아무리 주판 굴려봐도 그림이 안나오는 사람을 위한 것입니다. 지난번에 말한게 미국 담보대출시장 12조 달러, 그런데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들어갈 돈 2천억 달러, 그 전에도 베어스턴즈로 한바탕 했고, 시티그룹이나 메릴린치도 작년에 상당한 부실채권을 손실로 처리했고, 컨트리와이드같은 서브프라임 전문회사도 여럿 말아먹었고, 그럼 미국 담보대출 시장의 부실이 엄청나다는 이야기인지… 그러니까 담보대출의 몇십 퍼센트 이상이 부실화된 것인지 궁금해할 사람들을 위한 글입니다. 그러니까, 미국 사람들 가운데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지금 대출을 갚지 못해서 다들 길거리로 나앉고 있는 것인지 궁금한 사람을 위한 글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베팅은 경마장에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경마장 옆과 앞과 뒤에 수없이 많은 사설 경마장이 있었다는 겁니다. 지난번 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credit default swap이라는 것을 통해서 서로서로 보험 비슷하게 보증해주고, 담보해주고 하다가 망했다는 말인데, ... 이게 어떻게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는지 궁금한 사람은 계속 읽어 보세요.

먼저 용어정리부터 합니다. 일찍 하지 않으면 나중에 너무 헷갈려 해서… 심지어 책을 읽어 봐도 용어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더군요. 어떤 때는 저자가 알고 쓰는 것인지 궁금해지기도 하고… 예를 들어,

구조화 채권은 채권과 파생상품이 결합한 상품으로 채권의 원금과 이자가 금리, 주식, 통화 등의 기초자산에 연동돼 결정된다. 구조화 채권에는 대개 콜, 캡, 플로어 등 옵션 성격의 파생상품이 내재되는데 보통 투자자가 파생상품의 매도포지션, 발행자가 매수포지션에 놓인다. (금융시장을 지배하는 핵심키워드 83, 305-306페이지)

이런 말 믿지 마세요. 금융에서 대체로 구조화라고 하는 것은 “현금흐름의 일치”와 관련됩니다. 그러니까, 앞의 CLO나 CDO의 예를 들자면, 자산(담보대출이나 채권)으로부터 들어오는 돈과 발행한 채권과 관련하여 나가야 하는 돈을 일치시키는 기법을 구조화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담보대출자 가운데 적어도 몇명은 대출이자를 늦게 낼 수도 있고, 못낼 수도 있고, 그런 걸 다 감안해도 발행한 채권의 이자를 내야하기 때문에 수학이 좀 필요한거죠.

위의 설명은 구조화채권이라기보다는 소위 “결합채권” 내지는 파생상품 결합채권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더 나은 “synthetic securities”를 말하는 겁니다. 만약 이런 상품이 나왔을 당시 제가 번역했더라면 아마 “가상채권”으로 번역했을 것 같지만요…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이겁니다. 쉬운 예를 들자면, 내가 돈이 좀 생겨서 변동이자율 채권을 사고 싶은데, 그게 시장에 없다는거죠. 그러면, 고정금리 채권 따로 사고, 이자율 스왑 따로 사서 내가 정작 원하는 현금흐름을 “에뮬레이트”하는 채권을 구성하는거죠. 그러니까, 채권 없는 채권을 파생상품만 이용해서 만들 수 있다는 거죠.

이제 다시 본론으로 돌아갑니다. 앞에서 CDS를 이용해서 서로 보험처럼 대상의 파산 위험을 보증했다고 했었죠. 이 말을 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보험과 파생상품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 차이는 뭐냐하면, 가장 중요한게 내가 피보험재산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파생상품은 할 수 있다는거죠. 그러니까, 차도 없는 주제에 옆집 아저씨 차를 가지고 자동차보험을 들어 놓으면, 옆집 아저씨가 사고나면 나도 돈을 버는 식이라든가, 옆집 할머니를 대상으로 생명보험을 들어 놓아서 옆집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나도 돈을 받는… 이런게 파생상품에서는 가능하다는거죠. 어차피 약속일 뿐이니까… 아까 구조화보다는 조금 더 복잡한 수학을 써야겠네요..

그래서, 사람들이 CDS를 가지고 장난을 치기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이걸로 할 것이라고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일이 누군가가 예를 들어 CDO를 샀는데, 그 파산위험을 피하고자, CDS를 사 두고, 나중에 파산하면 보험금처럼 받는다는 건데, 정작 월 스트리트에서는 이런 상품을 가지고 앞에서 말한 파생상품 결합증권 (이라고 쓰고 가상증권이라고 읽습니다)을 구성한다는거죠. 이게 아주 유용한게, 내가 CDO를 파는 사람인데, CDO를 사겠다는 사람이 줄을 섰다고 하면, CDO는 문제가 누군가가 적어도 부동산담보대출을 받아야만 하고, 그걸 가지고 일단 누군가가 CMO를 발행해야 그걸 가지고 CDO를 발행해서 팔 수 있는데, 이렇게 가상채권이라는 멋진 신세계로 들어오고 나면 담보대출이 없어도 담보대출을 행동을 (그러니까 현금흐름을) “에뮬레이트”하는 증권을 파생상품을 적절히 조합해서 만들 수 있다는 거죠. 거짓말같죠? 위키 링크합니다. Synthetic CDO 가 보세요.

위의 이정환닷컴 링크에서 말하는 주식 파생결합상품이라는 게 바로 이런겁니다. 문제는 이렇게까지 해서 CDO에 투자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CDO 가운데에서도 (아래에서 CDO를 발행할 때, 순위를 정해서 선순위, 중순위, 후순위로 나눈다는 얘길 했었죠) 고위험 고수익의 후순위에 많이 투자를 한다는 거죠. 이게 바로 주택담보라는 경마장 (경마장 치고는 참 어울리지 않습니다만)을 중심으로 그 앞에서, 옆에서, 뒤에서 사이드베팅을 한 군상들의 양상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상품에 대해서 투자한 사람들이 어떻게 했는지 간단히 설명하고 끝냅니다. 헷지드 월드 언헷지드 블로그 에 따르면,

미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는 부동산이 터져서 이 모양인데 여기다 파생상품의 연결고리마저 터지면 게임끝이라는 판단일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게임끝인 것은 미국만이 아니라 현행 자본주의 자체가 끝난다는 것이 문제.

헷지펀드 이야기를 해 봅시다. “The Trillion Dollar Meltdown”에 따르면 위에서처럼 CDS로 가지고 논 금액이 대충 18.2조 달러 정도 된답니다 (125 페이지). 그런데, 이런 헷지펀드들이 구성된 양상을 보면,

  1. 지분 또는 주식을 팔아서 돈을 모은다 (예를 들어 2천만달러)
  2. 그 돈의 5배에서 10배를 은행에서 빌린다 (예를 들어 5배의 경우 8천만달러)
  3. 이걸로 20억달러짜리 CDO에서 손실을 가장 먼저 흡수하는 5% 채권을 1억달러어치 산다
  4. 이 채권을 돈을 빌려준 은행에 담보로 제공한다
  5. 이 시점에서 5:1의 레버리지로 20:1의 채권을 샀으니 이미 레버리지는 100:1이 된다

이런 시나리오에서는 전체 CDO에서 1%가 돈을 갚지 못하면 이미 자기자본은 끝나는거죠. (The Trillion Dollar Meltdown, 113쪽) 그러니까, 이 파생상품이 들어오면서 이미 미국의 부동산담보대출 시장은 전광판의 경마장 점수표와 비슷한 기능만 하게 되는거죠. 그러니까, 앞에서 말한 부동산담보대출 시장에서 부실률이란 그 자체 어떤 의미가 있다기 보다는 누가 이기고 누가 졌는지 계산할 때 쓰는 점수 이상의 의미가 없게 되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