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럴 해저드의 나라

Posted on November 01, 2008

경제학의 창시자인 아담 스미스가 도덕철학자였기 때문에(이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경제학이 도덕이나 윤리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마치 핵전쟁에도 살아 남을 네트워크를 만들다가 인터넷을 만들었기 때문에 인터넷이 군사무기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런데, 꼭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특히 모럴 해저드 라는 말만 나오면요.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은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로 알려진 서브프라임 대출 회사였죠. 지금은 BOA가 인수했죠. 이 회사는 Nationwide Home Ownership Retention Program이라는 것을 통해서 어려움에 처한 서브프라임 대출 주택 보유자를 돕기로 했죠. 이 프로그램은 파산했거나 파산할 가능성이 높은 주택보유자들의 대출금을 현재 시장가의 95% 정도 수준까지 낮춰주는데요…

“I guess they are forcing me to deliberately stop paying to look worse than I am,” said one borrower with a Countrywide pay-option loan. “Crazy, don’t you think?”
The borrower, who lives in suburban Los Angeles, took nearly $200,000 in cash out of his house and then paid less than the monthly interest due on his new loan.
He now owes about $350,000 on a house that is worth only $150,000. He asked not to be identified for fear he would not get a modification, which could reduce his mortgage to $142,500. (NYT, Mortgage Plan May Irk Those It Doesn’t Help )

대출을 받은 사람 가운데 한사람은 35만불짜리 집에 살면서 서브프라임 대출을 받아서 한 20만불 챙겼죠. 그 집값은 이제 15만불까지 떨어졌구요. 그에게는 두 가지 옵션이 있습니다. 첫째는 열심히 이자를 내고 대출금을 100% 갚아 나가는 거구요, 둘째는 이자를 안내고 개기다가 그 프로그램 덕분에 대출금은 14만2천5백달러로 줄어드는 거죠. 그는 어떻게 할까요? 그가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경제적인 동물이라고 친다면요…

다른 돈 많은 비행기 조종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Why am I being punished for having bought a house I could afford?” he asked. “I am beginning to think I would have rocks in my head if I keep paying my mortgage.” (NYT, id)
“내가 (내 돈으로) 살 수 있는 집에 산다고 해서 벌을 받는 건가요? 대출금을 계속 갚아 나간다면 돌대가리라는 생각이 드네요.”

미국 재무부에서 어려운 주택대출자들을 돕기 위해 400억 달러를투입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나오는 말들인데요… 똑같은 이야기가 재무부에서 은행을 구제하려고 했을 때에도 나왔던 말이죠.

Now we know it’s too cheap. When thousands of otherwise healthy banks are lining up for the funds, willing to give up equity stakes and pay dividends to the government, we know that the price extracted for the bailout bucks is too small. Healthy banks wouldn’t be eager to get on the gravy train if it was priced correctly. (We’re overpaying for the bailout)
이게 아주 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건강한 은행 수천 개가 기금을 받기 위해서 줄을 서서, 주식 지분을 포기하고 정부에 배당금을 주려 한다면, 구제를 제공하는 대가로 받는 금액이 너무 작다는 것이다. 가격이 제대로 책정되었다면 건강한 은행은 이걸 받기 위해서 그렇게 야단을 부리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누구는 주고, 누구는 생까고… 불공평하다는거죠. 방만한 경엉을 해서 망가진게 무슨 벼슬이라도 되나요? 그래서 워싱턴의 로비스트들을 때아닌 호황에, 은행과 지방은행과 자동차회사 등등의 제조업과 모두들 이 공돈을 얻으려고 난리니까요…

한국도 비슷하죠. 은행과 건설사와 KIKO 피해자 등등… 생각해 보니, 이번 위기가 생기기 전에는 이런 문제는 (거의) 한국에만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모두가 외고를 가려고 줄을 서면, 무슨 줄인지 몰라도 일단 서야 하고, 모두가 용산이나 판교나 용인이 뜬다고 하면 일단 열일 제껴두고 가서 같이 줄을 서야 하는거죠. 적어도 대마불사라고, 망해도 다수파인 한은 괜찮은거죠. 이런걸 경제학에서는 모럴 해저드라고 하죠.

괜히 도덕 이야기만 나오면, 뜻도 모르고, “인간이 그러면 안돼지” 내지는 “좀 매너좀 지키고 삽시다”의 영문 표현이 모럴 해저드인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데(특히 정치인들이 그렇죠) 이건 한 마디로 똥싼 놈 따로 있고 치우는 놈 따로 있는 왜곡된 인센티브 하에서는 모두가 똥싸고 싶어한다는 뜻이죠. 그러니까, 그렇게 하지 않을 최선의 방안은 모두가 스스로 자기 책임을 지게 하도록 해야 한다는 거구요.

Moral hazard is the prospect that a party insulated from risk may behave differently from the way it would behave if it were fully exposed to the risk. Moral hazard arises because an individual or institution does not bear the full consequences of its actions, and therefore has a tendency to act less carefully than it otherwise would, leaving another party to bear some responsibility for the consequences of those actions. For example, an individual with insurance against automobile theft may be less vigilant about locking his or her car, because the negative consequences of automobile theft are (partially) borne by the insurance company. (위키피디어 모럴 해저드 )

경제 위기가 국민의 세금을 나눠 가지는 부의 재분배를 위한 기회도 아니고, 반프롤레타리아 혁명도 아니잖아요. 지금까지 하는 걸 보면 한국이나 미국이나 별로 잘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네요. 어쩌면 이번 위기가 지나고 나면 새로운 재벌이 몇 개 생길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