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카테고리를 만들었습니다(books). 책 이야기를 올리려 합니다. 제가 서평을 잘 올리지 않는 이유는 책이 포스팅 또는 글 또는 정보의 하나의 단위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체로 좋은 책은 하나의 책에 대해서 수십번에 걸쳐서 이야기해도 별로 부족함이 없죠. 반대로 나쁜 책은 한번 글을 올려도 아깝죠. 그래도 요즘처럼 골치아픈 때에 책 이야기나 해 보려고 만들었습니다.
지난 주말에 전략 프로페셔널 (사에구사 다다시 지음, 현창혁 옮김, 선돌, 2007)을 읽었습니다. 금융이나 경제위기 이야기는 읽기 싫고 그냥 그와 관련 없는 아무거나 책꽂이에서 꺼내다보니 걸려들었습니다. 한 3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이 글을 쓴 사람은 보스턴컨설팅그륩에서 일하다가 스탠퍼드로 MBA 유학을 갔다 와서 적자에 허덕이는 회사들과 벤처 등의 대표이사를 역임하면서 경영컨설턴트로 잔뼈가 굵은 사람입니다. 이 책은 (거의) 실화입니다. 그가 유학갔다 와서, 최초로 한 회사의 자회사에 상무로 부임해서 3년간 겪은 이야기, 그러니까 부제에서 말하듯이 3%의 시장점유율을 3년만에 85%로 끌어올린 이야기를 소설 형식을 빌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3년간의 이야기가 한 권의 책으로 써지고, 그걸 3시간만에 읽을 수 있다는게 좀 특별한 느낌을 주죠.
이 책에서 핵심적으로 이야기하는 전략과 관련된 개념은 제품수명주기와 시장세분화의 두 가지입니다. MBA라고 하면 마치 친구들이 옛날에 언론고시나 방송사같은 곳에 취직하려 할 때 상식 외우던 것처럼 수많은 용어와 약어 사전을 들고 다니면서 외울 것처럼 생각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개념을 아느냐가 아니라, 단 하나의 개념이라도 얼마나 정확하고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느냐 하는거죠. 그런 점에서 단지 몇 개의 개념에 초점을 맞추어 어떻게 이것을 실제로 활용하느냐를 묘사한 책으로 아주 좋았습니다. 결국 맨 마지막에서 중요한 것은 개념이 아니라 방법이죠. 제품의 수명주기나 시장세분화가 어떻게 실제 상황에서 활용되는지는 직접 읽어 보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곁다리로 이런 핵심 개념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몇 가지 흥미로운 관찰이 드문드문 눈에 띄어 이것을 정리하려 합니다.
성장 기업은 조직이 불균형 상태에 있다. 개발 측면이나 생산 기술 등 회사 내 어딘가에 ‘특출’난 부분을 가지고 있으며, 그 부분이 견인차 역할을 하고 다른 부문이 뒤에서 억척을 부리며 따라간다. (80페이지)
미국의 기업 전략이론에서는 ‘조직’이 ‘전략’에 따르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는 전략이론에 따르면 성공하는 일본의 대기업은 ‘전략’보다 ‘조직’이 앞에 있다고 한다. 그리고 조직의 모든 계층이 참여하여 전략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고 한다.
히토츠바시대학의 노나카 이쿠지로 교수에 따르면, 조직 내에 ‘혼돈’이 일어나고, 그 혼돈이 내부에서 증폭되어 일정한 크리티컬 포인트(critical point)를 넘어서면 거기서 ‘자기 초월’ 현상이 일어나서 ‘조직의 진화’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예를 들면 ‘리더십’이나 ‘도전적인 목표의 설정’ 등이 자기 초월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고 이를 통하여 조직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변화해 간다는 것이다 (노나카 이쿠지로, 조직진화론) (175페이지)
위의 둘은 대체로 조직 운영과 관련된 부분이구요, 아래 둘은…
히로는 사업 전략의 문제점을 찾아갈 때 처음부터 큰 문제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뭔가 한 가지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문제점부터 시작해서 왜, 왜, 왜를 반복하면서 범위를 넓혀 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가격 문제는 그런 실마리로서 최적이었다. 가격에는 판매자, 구매자, 경쟁자 등 3자의 생각이 정직하게 응집되어 나타난다. (85페이지)
필자의 경험으로 보아 좋은 전략은 지극히 단순 명쾌하다. 반대로 시간을 들여서 설명을 복잡하게 해야만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전략은 대개 나쁜 전략이다. 여기서 나쁘다는 말의 의미는 그걸 실행해도 효과가 없다는 말이다.
좋은 전략은 아버지가 집에서 저녁을 먹으며 아이에게 설명해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다. 나쁜 전략은 역전의 비즈니스맨에게 하루 종일 설명해도 여전히 안개 속에 있다. (181페이지)
이건 문제에 대한 접근법이죠. 그리고, 이 책의 핵심 주제인 상품수명주기와 시장세분화에 대해서는 직접 읽어 보세요. 그게 무슨 뜻인지를 아는 것보다 그걸 어떻게 사용하느냐를 아는게 더 중요한 개념이니까요. 주말에 방에 배깔고 누워서 읽으면 좋을것 같은 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