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이제 (다시) 처음 시작하는 곳이라 너무 허전한 느낌이 들어 계속 글을 쓰게 되는군요.
블로그를 오래 안하다보니 마이스페이스 한국어 페이지가 문을 연 것도 몰랐네요. 그리고, 여기에 대한 블로거들의 반응도 오늘에야 읽어 보았습니다. 대체로 부정적이군요. 지사장도 없고 겨우 13명이 한국 서비스를 한다고? “한국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것 아냐?” 라는 태도 내지는 이것도 해 봤고, 저것도 해 봤어 “근데 이렇게 조잡한 인터페이스로 뭘 하겠다는거니?”라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더군요. 아주 부정적입니다. (그렇지 않고 그렇게 우습게 보지는 말라 는 글, 그리고 허브 전략 으로 이해하려는 글도 있습니다.) 마치, “니네 돈좀 벌었다면서? 일단 좀 풀지 그래?” “좀 돈 좀 들여서 예쁘고 새롭게 만들어 봐. 우리도 좀 먹고 살게”라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여기에서 마이스페이스의 전략을 옹호할 마음도 충고할 마음도 없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아야 할 것 같아 한 번 정리해 보려 합니다.
먼저 조잡한 인터페이스 이야기부터 해 볼까 합니다. “조악한 UI”는 크게 보면 최초 창업자가 UI를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자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최대한의 자유를 허용했습니다. 그리고, HTML 코드이건 CSS이건 자바스크립트이건 무엇이든지 허용하는 자세를 유지했지요. 이렇게 하면 두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이런 코드를 모르는 사람의 페이지는 아주 끔찍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인 템플릿이나 이런 것을 제공하지 않으면… 이건 초창기 마이스페이스에서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던 부분 같습니다. 최대한의 자유(자기를 표현할 자유)가 거의 그들의 모토였으니 말이죠. 적어도 두 번째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할 때 까지는요. 그 두 번째 문제란 바로 자바스크립트 등을 통해서 시스템을 의도하지 않는 방향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프로그래밍을 조금만 알거나, 아니면 구글링을 잘 하는 사람이라면 자기 친구 수를 획기적으로 늘이는 스팸성 자바스크립트를 쉽게 만들어 자기 페이지에 활용할 수 있게 된거죠. 이런 스팸과 여러가지 문제가 불거지자 마이스페이스에서는 (그때쯤이면 돈도 좀 벌었고) 점진적으로 스크립트의 사용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선회합니다.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그것은 바로 이렇게 코드를 가지고 노는 사람들에게 “마이스페이스 개발자”라는 이름을 붙여 주고,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API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상세한 점은 MySpace Developer Platform 이라는 글을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잠깐 이야기를 돌려 보겠습니다. 한국은 대부분의 해외 서비스 제공자에게 악몽이라고 합니다. 구글이나 마이스페이스 등등. 그 이유를 많은 사람들이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이 깔려 있기 때문에 이렇게 유치한 인터페이스로는 성공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또 다른 사람은 네이버 이야기를 하면서 컨텐츠를 포탈이 독식하고 있기 때문에 열린 모델이 성공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가장 당혹스러운 것은 바로 싸이월드의 도토리 현상일 것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인간들이 인터넷상의 자기 방을 예쁘게 들여 놓으려고 돈을 지불하는 것일까?
이게 왜 이해하기 힘든 현상인지 이해하려면 웹 2.0 이야기를 약간은 해야 합니다. 팀 오라일리가 웹 2.0 이야기를 하면서 성공한 인터넷 사업체로 든 것이 바로 구글, 이베이, 아마존 등등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에 대해서 팀 오라일리는 구구절절 늘어 놓습니다만, 제가 보기에 핵심은 전혀 다른 곳에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구글, 이베이, 아마존은 사용자들에게 돈을 벌게 해 준다는 것입니다. 이베이의 예를 들어 보죠.
미국에 가면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거라지 세일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것은 미국인의 특성을 잘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에 살던 사람이 뉴욕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고 해 봅시다. 이런 일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 많은 가구와 침대와 가전제품까지 다 들고 가기에는 너무 멉니다. 그렇다고 다 버리고 거기 가서 새로 사자니 너무 비싸고… 그래서 하는 방식이 바로 거라지 세일 등을 통해서 중고로 다 팔아 버리고, 뉴욕에 가서는 거라지 세일에서 중고로 다 사는 겁니다. 뭐, 땅의 크기를 생각해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미국 소도시를 돌아다니다보면 특이한 상점들을 볼 수 있습니다. 남북전쟁 기념품 판매점 같은 것들인데요, 이런 것도 넓은 땅덩어리의 구석구석에서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식일 것입니다. 한국에서야 어디에 있는 어떤 기념품점을 가더라도 결국은 똑같은 공장에서 찍어낸 똑같은 기념품을 살 가능성이 높지만요…
중요한 것은 이베이에서 이런 사람들에게 인터넷으로 물건을 판매할 수 있는 새로운 채널을 열어 주었다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아마존에서는 수많은 중고책방들에 살 길을 열어 주었지요. 구글은 블로거들에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주었구요. 이런 것을 흔히 “플랫폼”이라고도 하고 좀 더 어렵게 “에코 시스템(생태계)”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니까, 너도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줄께 하는 식으로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보면 이들의 당혹감을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한국의 웹 사용자의 대부분은 소비자로서의 지위에 아주 만족해하고 있습니다. 굳이 사용자들까지 이걸로 가치를 창조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구글이나 옥션같은 곳에서 와서 “너 돈 벌게 해 줄께”라고 이야기하면 눈만 껌벅거리면서, “이게 무슨 고속도로 휴게실 사기야?” 하고 생각하듯이 그냥 가 버립니다. “그냥 팔 거 있으면 팔고 가 줄래?”
마이스페이스의 성공 이유는 예쁜 인터페이스나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웹상의 경험이 아닙니다. 반대로, 한 가지 성공 요인은 인터페이스상의 무한자유였습니다. 이것이 95%의 지저분한 인터페이스를 낳더라도, 그건 아무 일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마이스페이스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나오는 것이지요. 마이스페이스의 경우에는 음악가들에게 새로운 채널과 유명세와 돈을 얻을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어떤 직업이나 직종이 사라지고 나면,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와하지만, 결국 직업이 사라지는 것이지 사람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옛날에는 컴퓨터가 기계가 아니라, 골방에서 계산자를 가지고 남들이 부탁하는 계산을 수행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컴퓨터라는 말도 이 직업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컴퓨터가 나오자 직업으로서 컴퓨터는 사라졌습니다. 그들은 무엇을 했을까요? 프로그래머가 되었습니다. 옛날에 대학가 앞에서 리어커에 신곡 복사본 테입을 팔던 아저씨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이들에게 먹고 살 새로운 방식을 알려 준다면, 그리고 그것이 인터넷과 연결되어 있다면, 이것을 우리는 “에코시스템” 내지는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이스페이스에서는 과거의 무한질주 자유를 포기하면서 오픈소셜이라는 것 을 도입했습니다. 마이스페이스에 로그인하면 자기만의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옛날 자바스크립트와 HTML 트릭을 가지고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장난하던 사람들에게 직접 사용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채널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어떻게 될지, 과연 성공할지 흥미롭게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누군가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한국의 인디음악이나 독립영화 제작자의 풀이 그리 넓지 않은 것이 사실일 것입니다. 미국과 비교하면… 그렇지만, 누군가 UCC 이야기를 하자, 여기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웹 2.0 이야기가 나온 이후 많은 사람들이 생태계 이야기를 하고 플랫폼 이야기를 하고 소셜 애플리케이션 이야기를 하고 오픈 API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 이것이 사용자를 소비자로 대접하는 것이 아니라(소비자는 대접받습니다), 생산자 내지는 동반자로 간주하는 접근법은 아직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특히 쿨해 보이는 구호나 새로운 마케팅 컨셉이 아니라 같이 먹고 사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의 동반자로 이해하는 접근법이 아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