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교통사고로 팔을 다쳐서 거의 한달간 깁스하고 뭐 그러고 지냈네요… 덕분에 english hacking 도 거의 정체상태입니다. 덕분에 책은 꽤 읽었습니다.
“MBA가 회사를 망친다”는 요상한 제목으로 나온 책이 있습니다. 원제는 “Managers, Not MBAs”라고 해서 조금 낫습니다. 책을 쓴 사람은 헨리 민츠버그 라는 분입니다. 워낙 제목이 요상해서 그런지 속표지에는 월스트리트저널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사상가 20인 가운데 한 사람(9위)라고 친절하게 붙여 주었네요.
제목은 요상하지만, 내용은 아주 탄탄합니다. MBA라는 제도 자체에 대해서 궁금하거나, 도대체 여기에서는 뭘 가르치는지 궁금한 사람은 기대한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얻을 것입니다. 특히 MBA를 받았거나 받을 준비를 하거나 받을 계획인 사람이라면 자기가 뭘 하는지는 알아야죠. 원래 큰 그림을 보기 위해서는 한계를 그려봐야 바깥 윤곽선이 보이는 법입니다.
MBA에서는 무엇을 할까요? 카네기대와 스탠포드에서 교수를 역임했던 제임스 마치는 4가지를 얻어야 한다고 합니다.
첫째는 조직론, 회계, 재무, 생산, 마케팅 등의 비즈니스 전문 분야에 대해 배우는 것, 둘째는 비즈니스 행동과 인간 존재에 관한 중요한 문제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것, 셋째는 자신이 비즈니스 스쿨에 진학한 특별한 인물임을 조직에 나타내고 인식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 네째는 인맥의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책 따위나 읽으면서 경영을 공부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책으로는 이 네 가지 가운데 하나만 얻을 수 있기 때문인거죠. 또 이게 아무 MBA나 가면 되는 게 아닌 이유인거죠. 그리고, 민츠버그가 보기에는 이게 바로 MBA 때문에 교육이 부패한 증거라고 말합니다.
나름 심각한 주제입니다만, 실제 경영수업은 어때야 하는지에 대해서 많은 통찰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 경구에 가까운 재담도요. 다음과 같은…
예컨대 우리가 베이컨과 달걀 요리를 만들 때, 달걀을 제공하는 닭과 자신의 살을 제공하는 돼지의 입장에는 큰 차이가 있다. 현장학습과 같은 종류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학생은 기업에 닭과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을 뿐, 결코 돼지와 같은 입장이 될 수 없다. (86쪽)
돼지가 될 수 없는 것은 MBA 학생들 뿐 아니라 어떨 때는 MBA 졸업생인 컨설턴트나 투자은행 등에도 적용되겠죠…
재무에 편중된 경영은 테니스공은 보지 않고 점수판을 보면서 테니스를 치고 있는 것과 같다. 따라서 마케팅에의 편중은 공은 보지 않고 관중을 보면서 테니스를 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현장에만 치우치는 것도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기술 개발을 너무 중요시하는 것은 공의 움직임이 아니라, 공의 디자인만 보고 경기를 하는 것과 같다. 확실히 비즈니스에는 이 모든 요소가 필요하다. 하지만 라켓으로 공을 치는 데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하야 할 것이다. (217쪽)
술술 쉽고 재미나게 읽힙니다. 660페이지를 넘는 두꺼운 책을 후딱 읽어 치울 수 있습니다. 한 가지 흠이라면 역자 특성 때문인지, 좀 지나치게 일본어식의 번역이 많은 것이 좀 거슬립니다. 도대체 무슨 말을 이렇게 번역했나 추측해야 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