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랫만에 글을 쓰고, 오늘 어제 이야기한 것처럼 Purple Cow를 읽다가, 갑자기 그동안 밀린 RSS나 읽어야 겠다는 생각에 들어갔다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레진님 블로그 폭파사건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야이 티스토리 개새끼들아 한 번 읽어 보세요). 레진님 블로그 좋아하는데…
첫느낌은 capcold님이 말한 것처럼 중국에서 아무리 쿨한 블로그툴이 나와도 나는 바꾸지 않을 거라는 겁니다. 왜냐하면, 그자식들이 언제 어떻게 머리가 돌아서 어떤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레진님 블로그에 최근에 올라온 글 을 보니, 누군가 “약관에 다 적혀 있는데, 네가 파워블로거면 다냐?”라는 식으로 남의 다리 긁는 소리를 하는 모양입니다. 이게 얼마나 생뚱맞은 이야기인고 하면:
A: 야, 니네가 어떻게 그럴 수 있어?
B: 여기 약관 봐,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나와 있잖아.
물론 할 수 있으니 했겠지요. 누구도 할 수 없는 것은 할 수 없는 것이니까요. 정작 물어보는 것은 그렇게 해도 되느냐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고 약관에 보면 내 권리의 일부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왜 그 권리를 행사했냐고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닙니다.
약관에 이런 내용이 있는 것은 포탈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지요. 여러가지 용도로 쓰입니다.
- 최상의 경우 (이런 경우가 있을지 모르겠찌만): 모든 사람이 다 삭제해 마땅하다고 동의하는 글을 삭제하는 것. 권리의 정당한 행사지요
- 차선의 경우 (거의 이런 경우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겠지요): 누구는 좋다고 (내지는 괜찮다고) 그러고, 누구는 싫다고 그러는데, 싫다고 그러는 녀석이 힘이 더 센 경우. 그러니까, 정부같은 곳에서 협박을 하면 지우고나서 말하는 겁니다. “약관에 다 나와 있잖아.”
- 최악의 경우: 누구는 좋다고 (내지는 괜찮다고) 그러고, 누구는 싫다고 그러는데, 누가 더 센지도 확인해 보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지우는 것. 아무리 생각이 없는 블로그라도…
- 최악보다 더 나쁜 경우: 아무도 신경 안쓰는데, 자기가 보기에 기분 나빠서 그냥 지우는 것.
레진님은 어떤게 포르노이고 어떤게 포르노가 아닌지에 대한 기준이 없어서 생긴 문제라고 합니다.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 제가 보기에 이 문제는 어떤게 포르노이고 어떤게 포르노가 아닌지에 대해서 누가 최종 결정권을 갖느냐 하는 겁니다. 위의 차선의 경우에는 당하는 사람은 진짜 서럽고 기분 나쁘지만 티스토리보다 센 놈(그러니까 정부)가 그랬다고 하면, 뭐 어쩔 수 없지요… 티스토리도 살아야 하니까. 그래도 욕은 하겠지만, 뭐 이해는 할겁니다.
레진님 사건의 문제는 그걸 결정한게 정부도 아니고, 소비자단체도 아니고, 청소년단체도 아니고, 종교단체도 아니고, 저작권단체도 아니고, 다음이라는 겁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다음의 공식적인 결정인지도 잘 모른다는 겁니다. 지운 직원이 다음의 외부로는 공개가 되지 않은 공식적인 지침이라도 있어서 그걸 따랐다면, 그건 다음의 소행이겠지요.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다는 게 문젭니다. 그러면 나머지 블로거들은 도대체 기준이 뭐야라고 말하게 됩니다. 그 때, 미국 대법원의 누구처럼 “내가 보면 다 알아” (I know it when I see it )라는 식으로 대답하면 곤란합니다.
약관이라는 거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해서, 그 권리의 행사가 정당해지는 것은 아니지요. 그런 이야기하는 분들은 약관같은 것 읽을 때 끝까지 다 읽기 바랍니다 (예를 들어, “할 수 있다”로 끝나는지 “해야 한다”로 끝나는지). 대체로 문제는 문장을 중간쯤까지 읽고 나서 다 알았다고 생각하고 그만 읽을 때 생기지요.
물론 다음은 약관에 따르면 그런 짓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블로그 서비스는 블로거를 위한 것 아닌가요? 그럼, 과연 그렇게 했어야 했나요?
요즘 위기관리에 대해서 이야기 많이들 하는 것 같습니다. 내가 아는 한 인류 역사상 먹히는 게 입증된 위기관리 전략은 딱 하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바로, 솔직하게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겁니다. 빼지 말고, 돌리지 말고, 어떤 유보도 달지 말고… 모두 다 중국 블로그로 옮기기 전에…
PS: 레진님 블로그 좋아해서 팔은 안으로 굽을까봐 그게 포르논지 아닌지는 말 안하려고 했는데, 이 말을 해야겠네요. 레진님 블로그가 포르노면 괴테의 파우스트는 귀신 이야기인가요? 소재와 주제는 구분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