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여기서는 먼저 1997년 한국의 금융위기(외환위기)를 기억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를 통해 한국 사람들은 몇 가지를 배웠습니다. 첫째는 한 나라에 위기가 오는 것은 꼭 나라가 가난해서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 우리는 유동성 위기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돈은 많은데, 인천에 배만 들어오면 돈을 다 갚을 수 있고 남는 돈도 많은데, 지금 당장 돈이 없으면 나라 경제가 쪽팔릴 수 있다는 겁니다. 둘째는 그러면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IMF 처럼 돈을 빌려준 애들이 치사하게 굴어도 참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아래 글에 이어 “미국에 돈을 빌려준 색히덜”이 누군지 알아 보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서 한 가지 한국의 외환보유와 관련된 미스테리를 풀고자 합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심지어는 작년까지만 해도) 외환보유고가 너무 많다고 걱정하더니 이제는 외환보유가 너무 적어서 9월에는 경제위기가 올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보는 사람들은 “이게 뭥미?” 할 만 합니다.
미국의 금융위기 이야기는 적어도 2-3년은 된 이야기입니다. 도대체 누가 돈을 빌려 주었을까요?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미국 금융위기의 핵심에 있는 기관은 정체불명의 헤지펀드가 아니라 미국의 주요 금융기관입니다. 그리고, 심각한 위기에 처한 주요 은행들 (그러니까 시티그룹과 메릴린치같은 곳)에 올해초 긴급 투자가 이루어집니다. 대략 210억 달러(대략 21조원)의 긴급 투자가 이루어집니다 (Economist). 그 중에는 자랑스러운 한국의 한국투자공사 도 20억 달러(대략 2조원 투자)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이정환닷컴 에서도 두어 차례 다뤘죠. 특히 다음을 읽어 보세요:
주목할 부분은 KIC가 운용하고 있는 20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이 국민들 세금으로 조성된 자금이라는 사실이다. 수출 대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한때 외환보유액을 늘려가며 환율을 끌어올리던 정부가 외환보유액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나자 무분별한 해외투자에 나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외환보유액을 털어 환율을 인위적으로 끌어내리는 위험천만한 도박을 시도하고 있기도 하다. (KIC의 메릴린치 투자손실)
이런 글을 읽으면 “한국에 이런 것도 있었어?” “이게 뭐야?”라고 물을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 공사는 2005년 설립되었으며, 투자자금은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 170억달러 및 재정경제부의 외국환평형기금 30억달러라네요 (위키). 그러니까,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제대로 교훈을 배운거죠. 단기유동성이 국가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교훈을 받고 나서, 외환보유를 상당히 늘이기 시작했는데, 이게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넘어가자 이걸 독자적인 투자회사로 설립한 겁니다. 한국만 그런게 아닌게, 위키의 SWF 기사 (이건 플래시 파일을 뜻하는 swf가 아닙니다)에 따르면 한국의 KIC는 전체 SWF의 약 12위쯤 됩니다.

옆의 그림은 excessliquidity.org 에서 빌려 왔습니다. 이 그림은 이 SWF의 활동상을 보여 줍니다. 미국 SEC의장인 Christopher Cox는 이 SWF라는 새로운 친구들이 굴리는 돈의 규모가 2015년에는 12조달러에 달할 것이고, 그래서 전세계 헤지펀드 규모를 능가할 것이라고 봅니다.
Sovereign wealth funds, projected to reach $12 trillion by 2015, “are larger than all the world’s hedge funds combined” and are “significantly less transparent”, Mr. Cox noted. (NYT: Sovereign Wealth Fund: The New Hedge Fund? )
흥미로운 이야기는 이 SWF라는 이야기를 2005년 처음 한 Andrew Rosanov는 한국 이야기를 사례로 들어 설명하는데요 (Who holds the wealth of nations? pdf), 아래 인용문을 읽기 전에 먼저 이해할 것은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와 이 SWF를 구분짓는 가장 큰 차이는 중앙은행이 단기적인 유동성 관리에 집중할 수 밖에 없으므로 투자 전략도 단기적일 수 밖에 없는 반면, 이 SWF는 이보다 중장기적이고 (많은 사람들이 비판하듯이 특히 산유국의 경우에는) 다른 나라의 기간산업에 투자하는 것에 크게 관심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위 Rosanov 논문에서 보듯이 한국의 경우에는,
It also helped that an agreement was reached that the Bank of Korea would retain the option to recall these assets in case of an emergency, meaning that the funds would effectively be retained by the central bank as international reserves while being entrusted to the KIC for management. Retention of reserve status also meant diversification of assets would be limited to liquid public instruments, ruling out investment in real estate or private equities.
한국은행이 (단기유동성위기의 경우에) 콜옵션을 가지고 있는 듯 하며, 따라서 부동산이나 PE에는 투자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렇다면, 왜 단기유동성 위기 문제가 나왔을까요? 그리고, 이런 조건이 있었다면 1년간 청산할 수 없는 메릴린치 투자는 예외일까요?
이 글에서는 세계금융시장에서 New Kids on the Block이라 할 수 있는 SWF를 설명하려 했으므로, 여기에서 끝내겠습니다. 어쨋든 앞으로의 세계금융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SWF가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아주 좋은 떡밥이겠군요. 더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참고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