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에 도전

Posted on September 04, 2008

오랫만에 글을 씁니다.

여름동안 너무 덥고, 너무 짜증나고, 너무 불안하고, 너무 우울해서 블로그 근처에도 안왔습니다. 물론, 더웠던 것도 짜증났던 것도 불안했던 것도 우울했던 것도 어떤 것도 블로그 때문은 아니지만, 어딘가에 화풀이는 해야겠고, 세계경제나 한국정치나 지구온난화에 대해서 심통부려봤자 나만 손해고, 그냥 만만하고 애꿎은 블로그에 대고 복수했습니다.

원래 활자중독이 좀 있는지라 그동안 블로그만 읽지 않고 쓰지 않았을 뿐이지, 다른 것은(주로 책) 읽었습니다. 몇년 전에는 그래도 다빈치코드를 쓴 댄 브라운도 있었고, 4의 규칙도, 단테의 신곡에 근거한 추리물도 있었고, 꽤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올해에는 별로 흥미로운 것이 없더군요. 그래서 언젠가 친구가 극찬했던 본 아이덴티티 시리즈를 다 구해서 읽었습니다. 그리고…

읽다 읽다 더 이상 읽을 것이 없어서 경영학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재무나 회계나 뭐 그런 것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게 원래 답이 없는 이야기라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돈을 버는 방법을 잘 알면 나가서 벌지 왜 책이나 쓰고 앉아 있겠습니까? 누군가가 이야기한 것처럼 돈을 버는 것에 대한(경영이라는게 원래 돈을 버는 것에 대한 것이니까요) “검증된” “최신 이론”이라는 게 그 자체로 형용모순 아니겠습니까? 어떻게 최신 이론이 검증된 이론일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슬슬 이것도 지겨워지고 해서, 이제는 마케팅 쪽으로 읽어 보려고 눈을 돌렸습니다. 솔직이 저는 마케팅에 대해서 편견이 있습니다. 내가 싫어하는 마케터가 있어서도 아니고, 땅을 산 사촌 중에 마케터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왠지 마케팅이라고 하면, 가만히 앉아 있다가 남이 열심히 만들어 놓은 것 가져다가 누군가 아무도 모르는 짓을 해 놓고는(나가서 팔지도 않습니다. 이것은 세일즈라고 합니다) 그게 다 자기 공이라고 우기는 사람들이 마케팅을 공부한 사람이라는 아주 강한 편견이 있지요. 도대체 이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냥 블랙박스일 뿐이고, 자본주의가 커다란 실험실이 아닌 바에야 이들의 성공 또는 실패를 재생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그래서 아마 경영학이 아무리 수학을 쓰건 어쨌건 별로 과학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남의 공이나 가로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지요.

이런 편견을 가지고 그래도 읽기 시작했습니다.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책은 아니지만, 역시 비슷한 이야기가 첫머리에 올라 오더군요. 다음 이야기는 마케팅 책에서 읽은 책은 아니지만, 마케팅의 귀재가 쓴 것입니다.

One of the oldest truisms of business is “Nothing happens until somebody sells something.” Accountants won’t count, manufacturers won’t make, and managers won’t manage … until and unless someone sells something. Very few products sell themselves. Most have to be sold. Someone has to get the order, get the product on the shelf, get the customer to spend money. Selling is key to the enterprise. (Jeffrey J. Fox, How to become a CEO, p. 144)

사업에서 가장 오래된 격언은 “누군가 팔지 않으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이다. 회계사는 계산을 하지 않을 것이고, 제조업자는 만들지 않을 것이고, 관리자는 관리하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가 무엇인가를 팔 때까지는. 스스로 팔리는 상품은 아주 적다. 대부분의 상품은 팔아야 한다. 누군가가 주문을 받고, 제품을 매대에 올려 놓고, 고객이 돈을 쓰도록 해야 한다. 파는 것이야말로 회사의 핵심이다.

이 글을 쓴 사람은 Fox & Co. 라는 회사를 경영하는 Jeffrey J. Fox입니다. 그 자신 마케팅 전문가로 알려져 있는 사람입니다. 왠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좀 치사해 보입니다. 다른 사람이 만들고, 다른 사람이 도와 주고, 다른 사람이 관리를 했는데, 이 모든 게 다 내 덕이라고 주장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마케팅의 귀재라고 해도, 이 사람이 한 이야기를 마케팅에 대한 바른 정의라고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할지도 몰라, 이와 비슷한 이야기로 미국 마케팅 학회(American Marketing Association)에서 규정한 마케팅 규정을 읽어 보겠습니다.

Marketing is an organizational function and a set of processes for creating, communicating, and delivering a value to customers and for managing customer relationships in ways that benefit the organization and its stakeholders.

마케팅이란 가치를 창조하고, 전달하며, 조직과 그 이해관계자들에게 유익하게끔 고객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조직 기능과 일련의 과정이다 (이은종 , 경영학 거 별거 아니야, 15페이지에서)

아예 다 한다고 그러지 그럽니까… 심지어는 가치를 창조하는 것까지 포함해서(그럼 제조업에서는 무엇을 한답니까), 모든 것을 다 자기네들이 한답니다. 이런 이야기가 마케팅이 어째야 한다는 Mission Statement로 들리지 않고, 회사의 다른 부서에 대한 자랑과 떠벌리기로 보이는 것은 저 뿐일까요?

그래도 누군가를 미워하지는 않아야 할 것 같아서, 마케팅을 제대로 공부해 보기로 했습니다. 일단 Seth Godin 의 “보랏빛 소(Purple Cow)”부터 읽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management”라는 카테고리를 신설했습니다. 독서는 좋은 것이니까, 그리고 가을니까, 나도 책에 대한 블로그를 하면 좋은 블로거가 되겠지요? 혹시 마케팅 잘 아시는 분은 읽을 만한 책 추천 부탁합니다.

PS. 그냥 블로그를 다시 시작하고자 하는 핑계일 것입니다. 너무 부담스럽지 않게요… 조금 지나면 다시 옛날처럼 활발하게 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세계 경제도 좀 안정되고, 한국정치도 좀 정상궤도로 돌아가고, 지구온난화 문제도 없어지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