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쓰고 보니… 떡밥은 아닙니다. 한국 대통령 이야기가 아니고 미국 대통령 이야기입니다. 군대 있을 때 흔히 듣던 이야기였죠. “병장은 뭐 고스톱쳐서 딴 줄 알아?”
믿거나 말거나 고스톱쳐서 (한국에 있었으면 고스톱을 쳤을텐데, 미국에 있었기 때문에 포커를 쳐서) 대통령이 된 사람이 있습니다. 아래에서 이야기한 금태환을 포기한 닉슨 대통령 이야기입니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안믿을테니 인용합니다.
리처드 닉슨은 포커에서 딴 돈으로 최초 의회진출 선거비용을 충당했으며, 의원직을 기반으로 대통령직에 도전했고,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리스크가 큰 베팅을 계속하다가 결국 쪽박을 찼다. (아론 브라운, 월 스트리트의 포커페이스, 41쪽)
포커로 떼돈을 번 사람에는 닉슨 외에도 빌 게이츠, 존 클러지, 텍사스 석유재벌 클린트 머치슨 및 기업매수 전문가 칼 아이칸 등이 있답니다. 도스토예프스키나 마리오 푸조같은 인물들은 포커쳐서 쫄딱 망한 다음에 그 엄청난 상심을 책을 쓰기 위한 영감으로 승화시켰다구요…
웬만한 사람이 이 이야기를 했으면 안믿었을 겁니다. 이 이야기를 한 아론 브라운은 하버드에서 응용수학, 시카고대학에서 재정학 석사를 받았고, 지금은 모건스탠리에 근무한답니다. 감사의 글을 보면 스승들 이름이 현대금융의 인명사전입니다. 케네스 애로, 조지 스티글러, 밀턴 프리드먼, 유진 파마, 머튼 밀러, 피셔 블랙 등이 다 포함되어 있네요. 더욱 중요한 것은 그 많은 공부를 하는 비용을 다 포커쳐서 딴 인물이라는 거죠.
이 책을 읽으면서 리처드 닉슨보다 더 중요한 인물로 부각하는게 존 로 라는 아주 매력적인 인물입니다. 리처드 닉슨의 가장 중요한 스승이 아마 존 로가 아닐까 합니다. 요즘 금융투기와 거품 이야기를 하면 보통 튤립 사건을 이야기하는데, 사실 이보다 더 중요한 사건이 바로 미시시피 주식회사 투기사건이죠. 존 로는 바로 그 사건을 일으킨 사람입니다. 네, 튤립사건과는 달리 만든 (설계한) 사건 (작품)이죠.
그 전에 존 로는 더 재미있습니다. 1671년에 태어나서 1729년에 죽었는데, 직업은 전문 도박사였고 (파라오라는 카드게임 전문가), 도박을 위해 영국으로 건너갑니다. 그리고, 여성 편력도 심했는데, 당시 멋쟁이였던 에드워드 윌슨을 죽이고(영국왕의 애첩이었다는 소문이, 그리고 둘 다 남자라는) 사형선고를 받은 다음 평생을 도망다닙니다. 그러다가 베니스같은 곳에 가서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복권채권을 창안하고 발행합니다. 이게 뭐냐하면 보통 채권을 사면 이자 쿠폰을 주는데, 이자 쿠폰 대신 복권을 주는 겁니다. 군대 있을 때 자주 하던 한 놈에게 월급 몰아주기 도박의 선구자였죠. 나중에는 주식투기로 요즘 인터넷 붐과 비슷한 현상을 홀홀단신으로 성취합니다. 이 양반 덕분에 백만장자(millionaire)라는 말이 생겼죠. 당시가 프랑스혁명 직전이었음을 생각해 보면, 이 양반이 얼마나 천재였는지 알 수 있죠.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혹시 궁금한 사람은 “거대한 도박”이라는 책을 읽어 보세요.
오늘의 주제는 이 양반이 태양왕 루이 14세가 죽고 나서, 오를레앙 공작과 함께 최초의(!) 지폐 발행을 이룩한 이야기입니다. 당시에는 금화나 은화 등의 주화밖에 없었죠. 당시에 은행에서 지폐 비슷한 것을 발행하긴 했었는데요 (그러니까 은행권으로 발행한 은행에 가지고 가면 주화로 바꿔 주는 통장 비슷한 것) 이 양반은 스코틀란드의 빈곤 문제가 주화가 너무 적어서 생기는 것이니까, 주화가 아니라 토지를 근거로 한 지폐를 발행하면 해결될 것이라고 하는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주장을 담은 책, Money and Trade Considered With a Proposal for Supplying the Nation with Money 을 1705년에 씁니다만 씹힙니다 (명작입니다. 읽어 보세요). 그러니까, 이 양반의 주장은 나라의 유동성은 그 나라의 부 전체와 일치해야 한다는 엄청난, 당시로서는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을 했던 거죠. 그러면 식민지에 가서 금광 은광을 캐지 않아도 되고…
나중에 오를레옹 공작과 함께 은행을 설립하고 어떤 것에도 근거하지 않은 (그러니까 나중에 어떤 것으로도 바꿔주지 않는) 지폐를 찍어 뿌립니다. 그래서, 홀홀단신으로 벤처 붐을 일으키기(약1720년) 몇 년 전에 홀홀단신으로 거의 역사상 최초의 인플레를 일으킵니다(1716년). 얼마전 제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을 바꿨습니다. ^^;;
인플레가 일어난 원인은 이 양반이 지폐를 찍는 은행을 만들고, 지폐를 찍어내는 기계를 사 들이고, 처음에는 통화량을 적정 선에서 (그러니까 지급준비같은 것을 잘 맞추면서) 유지했는데 (그 와중에도 루이 14세가 전쟁 때문에 진 빚을 다 갚았다는), 나중에는 오를레앙 공이 정신이 나가서 마구 돈을 찍어내는 바람에… 그래서 위의 “거대한 도박”에서는 지폐와 왕정은 맞지 않는다고 하죠.

존 로는 대략 시대를 2-300년 이상 앞서간 거죠. 그가 설계한(설계!) 벤처는 나중에 1990년대 말에 미국에서 재현되고, 그가 설계(자꾸 설계라고 하니…)한 순수지폐는 나중에 닉슨이 1970년대에 받아들였으니… 게다가 밀튼 프리드만은 이 양반이 아주 오래전에 실험까지 끝내고 (경제학이라고 해서 실험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네요) 결론을 내리고 나서야 인플레이션은 언제나 통화적인 현상이라고 이야기를 해서 아주 유명해졌죠.
위의 그림은 The Credit Crisis and the U.S. Dollar 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보다시피, 2003년에서 최근까지 미국의 통화량이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보여 줍니다. 옆에서 M1, M2, M3가 뭔지 모르는 분은 구체적인 것(그러니까 현금화가 쉬운 것)에 가까울 수록 1에 가깝고, 추상적인 것에 가까울 수록 3에 가깝다고 보면 됩니다. 그러니까, M1은 현금, 수표 등, M2는 저축과 MMDA, RP 등등, M3에는 기관 MMMF나 대규모 RP,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유로달러 등이 포함되네요. 그러니까, 3에 가까울수록 금액도 커지네요. M3 빨강이 갑자기 초록으로 가는 것은 2006년 3월부터 M3를 발표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위 링크에서는 이렇게 설명하네요.
The United States is facing an inflationary depression, and this trend will likely not ease any time soon. Independent studies have shown that the M3 money supply – the entire money within an economy, has been seeing annual increases of around 16-17%. The Fed stopped publishing M3 numbers in March 2006, around the time when the numbers began skyrocketing.
존 로와 오를레앙공의 경험이 주는 교훈은 이겁니다. 첫째는 빚진 놈이 돈 찍는 기계를 가지고 있으면, 돈 빌려준 놈은 망한다는 거죠. 인플레는 채무자에게는 희년이요, 해방의 날입니다. 이자를 고정이율로 내기만 한다면… 둘째는 앞의 “어떤 색휘”인지 하는 질문에 대답하자면 빚진 놈이 돈 찍을 권리를 가지고 있으면 더 이상 빌릴 필요도 없다는 거죠. 그러니까, 돈찍는 기계만 있으면 돈 빌려주는 사람 없이도 얼마든지 나홀로 빚잔치를 할 수 있다는거죠. 그러니까, 버냉키같은 양반이 왜 Bretton Woods II 같은 이야기를 했는지 이해가 되는거죠. 아무리 찍어 내도 대체로 걱정 없을 거라는… 왜냐하면 중국이나 인도같은 나라 애들은 달러에 환장해서 달러를 좋아하니까 가지고 있을 거라는거죠…
그렇다고, 나중에는 아무도 미국에 돈을 안빌려 줬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게 다음에 다룰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빌려준 놈이 누군지…
PS: 앞에서 댓글 달아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힘빠져 있었는데… 댓글에 대답을 잘 안하는게 요즘은 가능하면 블로그 쓸 때 말고는 컴퓨터 앞에 잘 안앉으려고 합니다. 하루 정도 지나면 댓글 읽고 대답 달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