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전략이란 무엇인가

Posted on November 18, 2008

새로 카테고리를 만들었습니다(books). 책 이야기를 올리려 합니다. 제가 서평을 잘 올리지 않는 이유는 책이 포스팅 또는 글 또는 정보의 하나의 단위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체로 좋은 책은 하나의 책에 대해서 수십번에 걸쳐서 이야기해도 별로 부족함이 없죠. 반대로 나쁜 책은 한번 글을 올려도 아깝죠. 그래도 요즘처럼 골치아픈 때에 책 이야기나 해 보려고 만들었습니다.

지난 주말에 전략 프로페셔널 (사에구사 다다시 지음, 현창혁 옮김, 선돌, 2007)을 읽었습니다. 금융이나 경제위기 이야기는 읽기 싫고 그냥 그와 관련 없는 아무거나 책꽂이에서 꺼내다보니 걸려들었습니다. 한 3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이 글을 쓴 사람은 보스턴컨설팅그륩에서 일하다가 스탠퍼드로 MBA 유학을 갔다 와서 적자에 허덕이는 회사들과 벤처 등의 대표이사를 역임하면서 경영컨설턴트로 잔뼈가 굵은 사람입니다. 이 책은 (거의) 실화입니다. 그가 유학갔다 와서, 최초로 한 회사의 자회사에 상무로 부임해서 3년간 겪은 이야기, 그러니까 부제에서 말하듯이 3%의 시장점유율을 3년만에 85%로 끌어올린 이야기를 소설 형식을 빌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3년간의 이야기가 한 권의 책으로 써지고, 그걸 3시간만에 읽을 수 있다는게 좀 특별한 느낌을 주죠.

이 책에서 핵심적으로 이야기하는 전략과 관련된 개념은 제품수명주기시장세분화의 두 가지입니다. MBA라고 하면 마치 친구들이 옛날에 언론고시나 방송사같은 곳에 취직하려 할 때 상식 외우던 것처럼 수많은 용어와 약어 사전을 들고 다니면서 외울 것처럼 생각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개념을 아느냐가 아니라, 단 하나의 개념이라도 얼마나 정확하고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느냐 하는거죠. 그런 점에서 단지 몇 개의 개념에 초점을 맞추어 어떻게 이것을 실제로 활용하느냐를 묘사한 책으로 아주 좋았습니다. 결국 맨 마지막에서 중요한 것은 개념이 아니라 방법이죠. 제품의 수명주기나 시장세분화가 어떻게 실제 상황에서 활용되는지는 직접 읽어 보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곁다리로 이런 핵심 개념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몇 가지 흥미로운 관찰이 드문드문 눈에 띄어 이것을 정리하려 합니다.

성장 기업은 조직이 불균형 상태에 있다. 개발 측면이나 생산 기술 등 회사 내 어딘가에 ‘특출’난 부분을 가지고 있으며, 그 부분이 견인차 역할을 하고 다른 부문이 뒤에서 억척을 부리며 따라간다. (80페이지)

미국의 기업 전략이론에서는 ‘조직’이 ‘전략’에 따르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는 전략이론에 따르면 성공하는 일본의 대기업은 ‘전략’보다 ‘조직’이 앞에 있다고 한다. 그리고 조직의 모든 계층이 참여하여 전략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고 한다.
히토츠바시대학의 노나카 이쿠지로 교수에 따르면, 조직 내에 ‘혼돈’이 일어나고, 그 혼돈이 내부에서 증폭되어 일정한 크리티컬 포인트(critical point)를 넘어서면 거기서 ‘자기 초월’ 현상이 일어나서 ‘조직의 진화’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예를 들면 ‘리더십’이나 ‘도전적인 목표의 설정’ 등이 자기 초월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고 이를 통하여 조직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변화해 간다는 것이다 (노나카 이쿠지로, 조직진화론) (175페이지)

위의 둘은 대체로 조직 운영과 관련된 부분이구요, 아래 둘은…

히로는 사업 전략의 문제점을 찾아갈 때 처음부터 큰 문제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뭔가 한 가지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문제점부터 시작해서 왜, 왜, 왜를 반복하면서 범위를 넓혀 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가격 문제는 그런 실마리로서 최적이었다. 가격에는 판매자, 구매자, 경쟁자 등 3자의 생각이 정직하게 응집되어 나타난다. (85페이지)

필자의 경험으로 보아 좋은 전략은 지극히 단순 명쾌하다. 반대로 시간을 들여서 설명을 복잡하게 해야만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전략은 대개 나쁜 전략이다. 여기서 나쁘다는 말의 의미는 그걸 실행해도 효과가 없다는 말이다.
좋은 전략은 아버지가 집에서 저녁을 먹으며 아이에게 설명해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다. 나쁜 전략은 역전의 비즈니스맨에게 하루 종일 설명해도 여전히 안개 속에 있다. (181페이지)

이건 문제에 대한 접근법이죠. 그리고, 이 책의 핵심 주제인 상품수명주기와 시장세분화에 대해서는 직접 읽어 보세요. 그게 무슨 뜻인지를 아는 것보다 그걸 어떻게 사용하느냐를 아는게 더 중요한 개념이니까요. 주말에 방에 배깔고 누워서 읽으면 좋을것 같은 책입니다.

블로거의 원죄는 상상력의 부재, 그건 웹 2.0도 마찬가지

Posted on November 13, 2008

요즘 블로그 쓰기보다는 읽기를 더 많이 하네요. 시절이 하수상하니 어디 암시라도 하는 이야기가 없나… 떡밥이나 한 번 물어 볼까요? 여름하늘님이 쓴 태터미디어와 쓰레기 블로그들 이라는 글에 글을 남겼는데, 민노씨 왈 “괜히 내가 남긴 댓글때문에 열씨미 봤는데, 뭐 별거 없네…” 떡밥 물어 봅니다.

민노씨가 하는 말은, 뭔가 재밌는 싸움인줄 알고 들어왔더니, 뭐 이래, 싸우려면 서로 민증 까고 싸웁시다는 취지로 보입니다만 ( :) ),

제가 공감한 것은 사실 (아마 기억하시는 분도 있으시겠지만) 심리적으로 제가 이곳으로 옮기기 전에 느꼈던 압박감같은 것들이 뭔가 관계가 많아지고 끈적거리게 될 수록 입에 자갈이 물려진 것 같은 거북함 같은 것 때문이었죠. 부담이 좀 강해져서 이곳으로 옮긴거고… 뭐 그런데 문득 여름하늘님의 거리낌없는 태도를 보니까 뭔가 좀 부럽기도 하고, 그 침묵의 카르텔같은 것이 다른 맥락에서이지만 새삼스럽게 느껴져서, 그래서 그런 댓글을 썼죠.

여름하늘님이 비판하시는 것은 삐끼 블로거에 대한 비판과 태터미디어에 대한 비판의 두 개로 대충 나눠진 것으로 저는 읽었습니다. 저는 삐끼 블로그는 별로 관심 없습니다. 아쉽게도 여름하늘님이 비판하는 그 글도 못읽었네요. 그냥 대충 상상할 수 있습니다. 푼돈에 자기 의견을 파는 삐끼야 뭐 블로그에만 있겠습니까?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이 창녀라면, 당연히 포주와 삐끼도 가장 오래된 직업이겠죠… :) 자기 의견을 푼돈에 팔면 조금 지나면 모든 사람이 그 사람의 의견이 얼마짜리인지 알게 되고, 디스카운트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그건 그사람 문제죠. 블로그계에서는 디스카운트에 시간이 좀 걸립니다. 대체로 검색이나 포탈이 평가를 점증적으로 하기 때문이고, 그러니까 뭐 오래된 블로그일수록 프리미엄을 주지만 돈받고 썼다고 해서 점수를 깎지는 않아서 그런 이유도 있겠죠.; 그렇지만, 그건 검색엔진이나 포탈의 문제죠. 이런 문제는 대체로 “협찬 받고 씁니다”라는 한 줄만 맨 처음에(또는 맨 뒤에) 추가해 주면 없어지는 문제죠.

제가 이 떡밥을 문 이유는 조금 다른 것입니다만, 얼마전에 한동안 신문에서 “웹 2.0이 찻잔속의 태풍”이냐는 식의 이야기를 했었죠. 얼마 안되는 웹 2.0 회사들이 여럿 망해가기도 했고… 좀 아쉽기도 했고, 약간 안타깝기도 했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쓰긴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죠.

옛날에는 남의 사이트가 업데이트됐는지 보고 내용을 통째로 가져오려면 lynx나 (나중에는 wget)같은 것을 이용한 스크립트를 써서 cronjob에 앉히곤 했었죠. 윈도에서는 돈을 주고 남의 내용을 통째로 업어오는 프로그램을 사서 쓰고… 그러다가 RSS같은게 나오니 이제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어졌죠. 이게 대충 제가 느끼는 웹 2.0이 달라진 점입니다. 그러니까, 저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거나 아니면 분산, 공유와 같은 웹 2.0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묘하게 유닉스 철학 이야기가 떠오르곤 했었죠. 그리고 여기에 웹 2.0 회사의 고민이 있겠죠. 그러니까, 아무도 lynx나 wget이나 심지어는 bash나 cronjob같은 프로그램을 하나씩 하나씩 가장 맘에 드는 것을 골라서 각자 돈을 주고 사서 자기 바쁜 일정과 브라우징 습관에 맞추어 프로그래밍하려 하지 않는다는 거죠. OS를 공항에 빗대어 옛날에 회자되던 농담처럼 “유닉스 공항에 가면 아주 멋진 비행기 부품이 많은데, 한 가지 문제는 모든 승객이 자기 비행기를 직접 조립해야 한다는 사소한 문제가…”

그래서 웹 2.0 회사는 탈출 전략(exit strategy: 그러니까 창업자의 관점에서 현금화해서 빠져나가는 전략인데, 이걸 어떻게 한국어로 바꿀지에 대한 합의도 없다는 게 좀 의미심장하다고 느낍니다)이 아주 중요하죠. 여기에는 대체로 세가지가 있을 겁니다.

첫째는, 자기가 어쩌다보니 그렇게 하나로는 별 쓸모도 없고 어떻게 써야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쿨하고 다른 서비스와도 궁합이 잘 맞을 수 있는 것을 하나 만들었다면, 그냥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팔고 나가는거죠. 인수합병이랄까요… 딜리셔스가 머리에 떠오르네요.

둘째는, 그 자체가 너무 괜찮아서 사람들이 돈을 주고서라도 쓸 용의가 있고, 그렇게 돈을 주고서라도 쓰는 프로그램이라면야 물론 문제가 다르죠. 어쨌든 자기만의 현금흐름이 있으니까요. 플리커가 떠오르네요.

셋째는, 그 프로그램으로 인해서 누군가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 수 있게 된다면, 그야 뭐 더할나위없이 좋겠죠. 요즘 말하는 에코시스템이나 플랫폼(경제)같은 것을 저는 이렇게 이해합니다만… 구글이 떠오르네요.

이런 이야기는 위에서 말한 것과는 좀 다른 이유에서(어차피 망해도 내돈 잃는 것은 아니니까) 말하기가 꺼려지는 이야기입니다만, 왠지 요즘은 망한 많은 웹 2.0 회사들을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됐던 이유였습니다. 이런 것도 왠지 말하기가 꺼려지는 주제죠. 어차피 구경군의 입장에서 돈과 경력과 모든 것을 걸고 하는 사람에게 소금뿌리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고개를 갸우뚱하고 나서는 그냥 자기 갈 길로 계속 가는거죠.

근데 어쩌면 제가 오랫동안 블로그를 해 왔기 때문인지 몰라도 그런 사업 모델이 블로그와 관련된다면 약간 다른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서 왠지 한 마디 해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두 가지만 말할께요. 첫째는 무슨 임진왜란도 아닌데 블로그 관련 수익사업의 모델이 “10만삐끼양병”같은 것이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갱단이 자기 블로그 만들고, 자바스크립트로 떡칠을 해도 그건 웹 2.0 갱단이지 웹 2.0 사업은 아니죠. 블로그 수익모델은 블로그 생태계의 생리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는 (이건 잘 모르긴 해도 아마도 태터미디어와도 직접 관련이 되는 것이겠지만), 이런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분명하고, 투명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포스팅과 스폰서와 뭐 이런 것들에 대한 방침을 마련하고 구성원 블로거들에게 명시적으로 강제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네요. 블로거 윤리강령같은 것은 좀 뜬금없어 보이지만, 블로거들끼리 모여서 뭔가 폼나는 일을 한다면 이런 것은 하나쯤 명시적으로 대문에 내걸어 놓는게 좋아 보이네요. 파워블로거라는게 자기가 원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죠. 파워 블로거가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주변의 인정과 존중과 존경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