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대한 250억원짜리 책

Posted on April 29, 2011

지난 4월 23일, UC 버클리의 진화 생물학자인 마이클 아이젠은 피터 로렌스의 “The Making of a Fly”라는 책을 한 권 사려고 아마존 닷컴을 찾았습니다. 그 책은 절판이었지만, 17명이 그 책을 팔고 있었습니다. 15명은 책값으로 35.54달러에 팔겠다고 했고, 두 명은 이 책은 자그마치 173만 달러(약 18억 달러)에 팔겠다고 적어 놓았습니다. 정확히는 $$1,730,045.91에 팔겠다구요…

그 다음날, 가격은 거의 280만 달러에서 시작하여 353만 달러까지 올라 갔고, 결국 그 책값은 $23,698,655.93 (더하기 배송료 $3.99)까지 올라갔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마이클 아이젠은 이 두 판매자가 모종의 책값을 다른 판매자의 책값의 일정 비율로 상대적으로 결정하는 알고리즘을 사용하였는데, 이게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킨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On the day we discovered the million dollar prices, the copy offered by bordeebook was1.270589 times the price of the copy offered by profnath. And now the bordeebook copy was 1.270589 times profnath again. So clearly at least one of the sellers was setting their price algorithmically in response to changes in the other’s price. I continued to watch carefully and the full pattern emerged. Once a day profnath set their price to be 0.9983 times bordeebook’s price. The prices would remain close for several hours, until bordeebook “noticed” profnath’s change and elevated their price to 1.270589 times profnath’s higher price. The pattern continued perfectly for the next week. (Amazon’s $23,698,655.93 book about flies)

저는 대충 책과 컴퓨터와 투자와 (영어와) 뭐 그런 것들에 관심이 있는데, 이 사건은 그 모든 것들의 교차로에 있는 사건이죠. ^ ^

이와 비슷한 사건이 바로 2010년 5월 6일의 소위 말하는 플래시 크래시라는 사건이죠. 그날 미국 주가의 대표적인 인덱스인 DJIA가 약 900 포인트 (약 19퍼센트) 폭락했다가, 몇 분 내에 다시 제자리를 되찾았습니다. DJIA 역사상 두 번째로 큰 변동폭이었고, 하루 내 하락 규모로는 최대였다고 하는군요. (Wikipedia on Flash Crash) 아무런 이유도 없이 말이죠. SEC/CFTC 보고서에서는 이게 다 알고리즘 트레이딩 내지는 HFT (high-frequency trading)때문이라고 말했구요.

요즘이야, 스캘퍼다 뭐다 해서 한국에서도 ELW 시장에서 이런 알고리즘을 이용한 트레이딩을 하는 현상에 대해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사실 미국에서는 이런 알고리즘 트레이딩이 금융계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사용되었죠. 현재 미국내 주식 거래의 약 73%가 여기에서 기인하는 것이고, 유럽에서는 40%, 그리고 아시아에서는 5-10% 정도가 이 HFT 덕분이라고 하는군요. (Wikipedia on High-Frequency Trading).

메카니즘이 궁금하다구요? 위의 파리에 대한 4만원짜리 책의 가격이 어떻게 순식간에 250억원까지 올라가는지 생각해 보면 아마 짐작이 가실 겁니다.

수학적 정의론, 또는 민중의 정보부

Posted on March 09, 2011

플라톤의 동굴에 갇혀 있는 사람들은 현실의 “그림자”만 봅니다. 그림자만 보는 사람은 바깥 세상이 어떨지 궁금하겠죠… 그렇다면, 바깥 세상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느낄까요? 그들은 동굴 속에 갇힌 사람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또 그들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을까요?

노벨 경제학상까지 받은 존 내시 는 “뷰티풀 마인드”에 따르면, 신문과 잡지 속에 비밀 메시지가 숨어 있다고 믿고, 그걸 해독하려 했었죠… 그러다, 결국은 세계정부 시민이 되기 위해 파리와 제네바 등지를 전전합니다. 분열증 때문이라죠… 아니면, 그의 특출한 수학적 재능 때문에 남들이 보지 못하는 패턴을 보았는지도 모르죠. 어쩌면, 그는 자기가 동굴에 갇혀 동굴 바깥이 어떨지 궁금해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죠…

PGP 라는 암호화 프로그램을 만든 필 짐머만 은 아마 동굴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동굴 안에 있는 사람들을 엿보지 못하도록 하려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위키리크스의 어산지 는 멜버른대 수학과에서 미국 군사무기에 사용할 기술을 개발하는 일을 하는 것을 보고(어산지는 이를 킬러머신의 최적화라고 했다는군요), 멜버른대를 그만둡니다. 그리고, 위키리크스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어쩌면 나도 그냥 남들이 보지 못하는 패턴을 보는 망상증을 겪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렇지만, 필터링 없는 정보의 공개와 전달이라는 이상은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를 떠올리게 하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마르셀 로젠바흐, 홀거 슈타르크의 “위키리크스: 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를 읽으면서 계속 머리속을 떠나지 않던 생각입니다. 그런데, 우연인지 아닌지…

마지막 쯤에 가면 스티븐 애프터굿이라는 사람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는 위키리크스와 비슷한 “시크리시 뉴스”라는 이메일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또 위키리크스 이전에는 정부 기밀문서를 누구보다 많이 공개한 사람이라는데, 그는 위키리크스를 “열린 사회의 적들”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죠 (p. 357). 정보의 무차별적 공개가 열린 사회의 적들이라굽쇼?

칼 포퍼는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서 플라톤이 열린 사회의 적들이라고 주장하죠. 아마도 그의 철인정치 때문이겠죠… 적어도 굉장히 비민주적인 인물이었던 것은 맞을 거구요. 혹시 존 내시나, 필 짐머만이나 어산지나 모두들 플라톤과, 또는 더 거슬러 올라가서 피타고라스까지 올라가는 무슨 수학자들만의 비밀조직의 일원인 것은 아닐까요? ㅎ

이 책을 가로질러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왜 이것이 쟁점이 되는지에 대한 논평도 음미해 볼만 합니다.

베를린의 정치학자 헤르프리트 뮌클러는 이런 원칙적인 갈등을 ‘비밀’ 개념을 가지고서 논했다. 그는 비밀의 유지를 현대 국가가 성립하기 위한 근본 요소로 이해했다. “비밀은 (...) 단지 정치가들이 시민을 기만하는 수단만이 아니며 정치제도의 특징이기도 하다.” “국가의 성공 역사는 정치 비밀의 성공적인 독접화와 결정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그러나 ‘권력국가에서 법치국가로의 전환’이 이루어진 이후로는 ‘법률의 규제와 법정의 판단이 가능한 책임 있는 방식의 비밀 보호와 공개’도 여기에 기여한다. 뮌클러는 위키리크스나 다른 누군가가 이 문제를 더 잘 풀어나가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국가의 모든 기밀을 까발리겠다고 나서는 것은 국가 자체를 파괴하고 그 대신 자기 자신을 비밀의 파수꾼으로 내세우려는 시도일 뿐이라는 것이다. (p. 346)

국가 권력이란 비밀을 관리하는 체제이고, 정보의 독점이 국가 권력의 근원이라는 주장입니다. 이런 소위 “정보전”에서 국가, 그것도 한 국가도 아니고 전세계 수십, 수백개의 국가를 동시다발적으로 엿먹일 수 있을 정도로까지 “개인의 힘”이 강해진 것도 눈여겨 볼 부분입니다.

위키리크스, 동굴 바깥을 보게 해줘서 고마와요 ^ ^

파생상품이라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Posted on February 09, 2011

작년인가, 금융위기 관련해서 이런저런 책을 읽다가,

아름다운 거짓말이란 우리가 믿고 싶어 하는 거짓말을 의미한다. 사실이 아닌 줄 알면서도 온갖 이유에서 진실이라고 믿고 싶은 것. 바로 그 때문에 이들은 아름다운 것이다. 파생상품 산업에는 ‘아름다운 거짓말’이 난무한다. (p. 73)

과거에 나는 연수생들에게 트레이딩 플로어를 보여주는 일을 담당했었다. 트레이딩 플로어의 계급구조를 설명하면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봐, 아주 간단해. 세일즈맨들이 있어. 이 사람들은 고객에게 거짓말을 하지. 트레이더들은 세일즈맨과 리스크 매니저에게 거짓말을 하지. 리스크 매니저들은 누구에게 거짓말을 하느냐고? 이들은 회사를 책임지는 사람들, 아니 좀더 정확히는 자기가 회사를 책임지고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지. 회사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은 주주와 규제당국에 거짓말을 하지. 아, 금융시장 분석가들을 까먹었군. 끝내주는 로켓 사이언티스트들이지! 내가 마지막으로 들었을 때 이들은 거짓말하는 모델을 개발하고 있었어.”
연수생 한 명이 슬쩍 물었다. “고객들은요?” 나는 몇 초간 이 질문에 대해서 생각했다. “고객이라, 그들은 보통 자기에게 거짓말을 하지!” 파생상품 트레이딩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것은 아름다운 거짓말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것이다. (pp. 76 – 77)

그러니까, 그래서, 번역을 안할 수가 없었습니다.

파생상품: 드라마틱한 수익률의 세계

원제는 “Traders, Guns & Money”

저자는 Satyajit Das. 파생상품 공부를 해 본 사람이라면 피할 수 없었을 이름이죠.

사실 번역을 하면서 더 큰 재미라면, 출판 이전의 저자의 원고를 읽을 수 있었는데, 그야말로 흥미진진… 파생상품 책이 무삭제본이 그렇게 재미있었다면 아마 … 믿을 수 있으시겠어요?

독서 노트: 배당투자

Posted on March 06, 2010

어떤 책은 읽고 나서 뿌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솔직히 어떤 책이나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좀 실망스런 책도 있죠. 기대에 못미친달까요… 이럴 경우, 블로그에 적을지 말지 고민도 됩니다.

마크 스쿠젠의 주식투자 레슨 (마크 스쿠젠 지음, 김기근 옮김, 팩컴북스)도 저자의 이력 (위키피디어 ) 이나 책의 목차 등으로 봤을 때와는 좀 다른 느낌이라 좀 …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딱 하나, “배당금을 주는 회사에 투자하라”는 것입니다. 제10장에 다 나옵니다. 그 이유는,

  1. 배당이 경영 상태를 대변한다: 현금배당은 조작할 수 없다는 거죠
  2. 정기적으로 배당금을 지급하면 기업의 자금 운용이 엄격해진다: 돈이 없으니 낭비하지 않는다는 거죠
  3. 배당 지급 주식은 시장의 변동에 흔들리지 않는다
  4. 배당 지급 주식은 위험 부담이 적다
  5. 배당 지급주는 투자자를 바른 선택의 길로 안내한다

여기에 대한 반론과 재반론도 있습니다.

  1. 좋은 투자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물론 대박의 가능성은 없어지지만, 장밋빛 전망만 늘어 놓는 성장주로 헛물 켤 일도 없다
  2. 부실한 운영: 성장 가능성이 없으므로 사내에 현금을 유보하지 않는 것이다. 앞의 두번째 장점과 연결되는 이야기인데, 저자는 시스코 시스템즈가 1990년대 말 배당 대신 현금을 엄청나게 쌓아두고 있다가 인수전에 뛰어들어서 돈만 낭비했다는 주장
  3. 이중과세: 다 하는데?
  4. 워렌 버핏은 배당을 믿지 않는다: 버크셔 해서웨이도 ‘수확체감의 법칙’의 적용을 받게 될걸?
  5. 기업들은 배당금 지급을 줄이거나 미룬다: 떨어질 수는 있어도 폭락은 안할걸?
  6. 효율적 시장 이론: 이걸 믿니?

위의 이중과세 문제 및 성장의 한계 문제 등 때문에 배당 대신 자사주 매입을 하는 회사도 있죠. 저자는 자사주 매입은 “표면상” 투자자에게 유리할 뿐이라고 합니다.

코네티컷 주 웨스트포트에 있는 투자 연구 회사 비리니 어소시에이츠(Birinyi Associates)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자사주를 매입한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의 투자 수익률 차이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주를 매입한 회사들 중 상당수가 임직원에 대한 보상을 위해, 매입한 것보다도 더 많은 수의 주식을 재발행했기 때문이다.
자사주 매입은 임원들이 옵션을 행사할 때 나타나는 주식 가치의 하락을 상쇄시키기 위한 방편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결국 다수의 주식은 가격 변동 없이 그대로 남게 된다. (170-171)

흠… 그럴 수도… 저자는 나아가 배당금을 지급하는 회사 주식을 사면서 그보다 높은 가격에 콜 옵션을 매도하는 전략도 소개합니다. 즉, 한 주식을 100달러에 사고, 배당 수익률이 1.2퍼센트, 금액으로 1.20달러를 받는다고 치고, 다음 달에 110달러 콜 옵션을 판다는거죠. 그러면, 주가가 옵션 행사일 당시 110달러가 되지 않는다면, 배당금 더하기 콜 옵션 프리미엄이 되는거죠(배당 수익률 1.2퍼센트를 3.2퍼센트로 올리는 것). 주가가 110달러가 넘어서면, 수익은 배당금 더하기 콜 옵션 프리미엄 더하기 10달러의 차익이겠죠. 그 이상으로 많이 올랐을 경우, 추가 수익의 가능성은 포기하는거죠. (192 – 193쪽)

좀 실망스러웠던 이유는 이 책의 맨 앞에는 이 책의 이야기가 “행동경제학”에서 도출된 것이라고 나오는데, 뭐 전혀 그래 보이지 않습니다. 약간 속은 기분… 그나마 여기에 조금 가까워 보이는 것이 제레미 J. 시겔의 “투자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 8장 “성장의 덫”과 (이보다는 좀 더 멀게) 9장 “역투자” 밖에는 없어 보이네요.

나름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이 외에도 사이트를 아주 많이 가지고 있네요… 아주 성실한 사람인 듯… 더 많은 것은 위의 소개 페이지에서… 오스트레일리아 학파 출신의 투자자라, 좀 궁금하긴 하네요… 그리고, 배당투자가 궁금하다면,

도 가 보면… 뭐, 그래도 책은 좀 실망입니다. 적어도 빨리는 읽을 수 있네요. 마지막으로 …

딕 페이비언(Dick Fabian)의 말처럼 “투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투자자다.” 투자 전략이 너무 어려워 투자자가 실행에 옮길 수 없다면 그 전략은 무용지물일 뿐이다. 단순해야 실용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149쪽)

그리고, 생각해 볼 만한 이야기로는…

다우존스는 과거 78년 동안 DJIA의 소속 업체를 50차례나 변경했고 가끔 예상 밖의 선정 결과로 모두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예를 들면 IBM은 대공황의 여파가 극심했던 1932년에 DJIA에 편입되었다. 그러다가 실적이 매우 저조했던 1939년에 갑자기 탈락되더니 40년 뒤인 1979년 말 회사의 실적이 호전되면서 겨우 복귀할 수 있었다. 코카콜라 역시 1932년에 편입되었다가 1935년에 탈락한 뒤 1987년에서야 재진입했다. 만약 IBM과 코카콜라의 잠재력을 인정해 실적이 다소 나쁘더라도 곧바로 탈락시키지 않고 꾸준히 DJIA에 남겨두었더라면 아마 DJIA의 규모는 지금의 두 배로 성장했을 것이다. 어떤 면에서 DJIA는 최우량 종목만 보유하려는 생각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과 같은 행보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즉, 패자로 인식되면 곧바로 갈아치우고 승자가 될 것 같으면 곧장 편입시키는 행태를 보인 것이다.
이 점을 강조하기 위해 퍼모나 칼리지의 게리 스미스 교수와 그의 동료 교수들은 두 그룹의 수익을 비교해 보았다. 수년간 DJIA에 새로이 편입된 종목을 한 그룹으로 하고 탈락된 종목들을 다른 그룹으로 구분한 다음 250일이 지난 뒤 각 그룹의 수익률을 살펴 보았다. 그 결과 놀랍게도 탈락된 종목들의 연간 수익률은 15.8퍼센트인 데 반해 편입된 종목들의 수익률은 이보다 낮은 11.4퍼센트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119-120쪽)

이까지는 아주 흥미로운데, 이게 “평균으로의 회귀” 때문이라구요? 흠…

S&P 500처럼 수백 종목의 주식을 종합 평가한 지수에 따라 투자하는 것은 수익률을 극대화시키는 데 있어 가장 일반적으로 이용되는 방식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인덱스 투자에서도 과잉투자를 하게 된다. S&P 500은 가장 전형적인 ‘시가총액’ 지수로 각 기업의 시가총액에 따라 순위가 정해진다. 이 지표는 활황장세에서는 투자에 큰 도움이 되지만 약세장에서는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시가총액 지수의 문제점은 고평가된 주식의 비중이 지나치게 크고, 반대로 저평가된 주식의 비중이 지나치게 적다는 데 있다…
실질 가치에 비해 시가총액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주식이라 하여 지수에 반영될 때 실질 가치에 따라 재평가되는 일은 없다. 모두가 수익을 올리는 활황세의 상황에서는 시가총액 지수가 유리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시장은 반드시 하락세가 있게 마련이다. 이때 시가총액에 따른 투자는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1995년부터 1999년까지 주식시장이 큰 호황을 누릴 당시 수익률 부문 상위 20퍼센트 이내에 올라 있던 뱅가드 500 인덱스 펀드(Vanguard 500 Index Fund)가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시장이 침체기에 빠져들자 수익률 순위 하위 20퍼센트까지 밀리고 말았던 것은 이를 입증하는 좋은 사례다. (122-123쪽)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어디선가 다른 곳에서도 읽은 것 같은데, 어딘지…

독서 노트: 초간단 대출 - 더치페이 금융

Posted on March 05, 2010

철수는 모임에 자주 나갑니다. 이런저런 모임으로 일주일에 2-3번은 저녁마다 바쁩니다. 다행히 모임은 모두 다 더치페이입니다. 철수는 만날 때마다 모임 비용을 n분의 1하여 돈을 걷습니다. 그리고, 신용카드로 식대를 결제합니다. 이렇게 해서 돌리는 돈이 쏠쏠합니다.

즉 더치페이의 계산을 신용카드로 하게 되면 현금이 한 푼도 빠져나가지(cash out) 않는 대신 현금이 오히려 들어오는(cash in) 상황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캐시 플로우의 사고방식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현금’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이다. 똑같이 술자리에 참석했는데도 (철수 친구들은) 50만원이나 차이가 난다.
더치페이에서 계산하는 역을 맡음으로써 캐시 플로우가 훨씬 좋아졌다는 것을 여러분도 한 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카드지불의 이점을 십분 발휘하여 돈을 버는 ‘더치페이 금융’이라는 게 있다…
이렇게 하면, 빠져나간 돈과 더치페이를 통해 번 돈이 상쇄되어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가 된다. 이 작업을 만복해 나가면, 이론상으로 최초의 더치페에이서 번 돈(앞서 소개한 경우라면 45만원)을 계속해서 ‘무이자’로 빌리는 시스템을 만든 셈이 된다.(야마다 신야 지음, 하연수 옮김, 동네 철물점은 왜 망하지 않을까? 121-122쪽)

각자 5만원씩 내는 사람 10명이 모인 경우라고 가정한거죠.

흔히 우리가 재무제표라고 부르는 것에는 대차대조표, 이익계산서, 현금흐름표가 있습니다.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 재무제표 개선을 통해 재무 상황을 개선하는 방법에는 대차대조표 개선(주택이나 주식과 같은 자산과 대출과 같은 부채의 비율 등을 조절하기), 이익계산서 개선(연봉 높여 받기 또는 비용 절약하기)도 있을 수 있지만, 위의 경우처럼 현금흐름표 개선 방법도 있습니다.

저자는 덤으로 개인의 가계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는 연봉도 아니고, 이익도 아니고, 현금잔고도 하니고, 바로 ‘프리 캐시 플로우(Free Cash Flow)’ 즉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돈의 액수’라고 단언합니다 (128쪽). 그런 점에서 보자면 철수는 연봉을 높이지도 않고, 주택이나 주식을 사지도 않았으면서 개인의 재정 상황을 아주 좋게 한거죠. 간단한 기술로… 게다가 이렇게 쌓이는 인맥도 만만찮다는… 솔직히 웬만한 제1 또는 제2금융권에서 돈 빌린 것 보다 훨씬 낫다는거죠. 계속 돌릴 수도 있고, 따지고 보면 카드깡보다도 훨씬 낫겠죠. 대출이라는 인식만 분명하다면요…

회사와 개인에서 프리 캐시 플로우를 계산하는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회사의 프리 캐시 플로우 = 영업활동에 의한 캐시 플로우 + 투자에 의한 캐시 플로우
개인의 프리 캐시 플로우 = 일상적인 현금의 입출금 + 장래를 위한 현금의 입출금 (상동)

이외에도 나름 재미 있는 이야기들이 몇 가지 숨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항공사에서 “50명 중에 1명이 무료”라는 캠페인을 한다고 해 보죠. 이렇게 하면, 사람들은 좋아 하겠죠. 나름 확률이 높으니까요. 그런데, 회사 입장에서 보면, 솔직히 5% 정도 디스카운트를 해도 표시도 나지 않는 세상에서 이렇게 겨우 2% 디스카운트 하고도 생색은 생색대로 낼 수 있는거죠. 복권이 나름대로 소비자나 회사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있는 상황인거죠 (138쪽).

그리고, 지난번에도 전수조사와 구별되는 가설검증법 이야기 를 했는데, 회계사들이 사용하는 감사에도 이와 비슷한 방법을 쓰기도 하네요. 저자의 말로는 “나무를 꼼꼼히 살펴서 숲의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하는 접근법” 내지는 리스크 어프로치라고 하기도 하구요, 또

유명한 예술품을 감상할 때도, 전체적으로 뭐가 대단한지 잘 모를 경우에는 특정 부분을 집중해서 살펴 보기 바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라면, 우선 그녀의 손을 꼼꼼히 살펴 보면 이 작품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111쪽).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외상 매출품 회전기간(외상매출금/매상)”같은 간단한 기술로 어느 나무를 가장 먼저 살펴 봐야 하는지, 즉 어느 달에 가장 특이한 현상이 많은지를 잡아 내서 그걸 집중적으로 탐문하는 전술같은 걸 쓸 수 있다는거죠.

날도 나름 따뜻해졌는데, 책 한권 들고 나가서 햇볕 쐬면서 독서나 하고 싶다면, 나름 추천할 만한 책입니다. 두어시간이면 대충 읽어 볼 수 있고, 다음번 회의때는 회계에 대해서도 나름 한 두마디 아는 척 끼어 들 수도 있겠죠.

개념 노트: 진화론은 왜 그렇게 "팔기" 어려울까?

Posted on February 12, 2010

이런 이야기를 하면 으례 지동설은 더 설득하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지동설 때는 한명만 대표로 빠따 한 대 맞고 치웠는데, 진화론은 거의 단체기합 수준이라고 생각… 왜 그럴까요? 솔직히 저는 진화론보다 사람들이 그렇게나 진화론에 반대하는 이유에 더 관심이 갑니다. 뭐랄까, 싸움 구경이 훨씬 더 재밌기도 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깎아내리는 이론이라서 그렇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브레히트의 갈릴레오 갈릴레이 에 보면 거의 웅변적으로 설명하고 있죠. 좀 길지만… 귀찮으면 지나가면 되니까…

THE LITTLE MONK: But I would mention other reasons. Let me speak for a moment of myself. I grew up as a son of peasants in the Campagna. They were simple people. They knew all about olive-trees, but very little else. While observing the phases of Venus, I can see my parents, sitting by the hearth with my sister, eating their cheese. I see above them the beams blackened by centuries of smoke, and I see clearly their old, work-worn hands and the little spoons they hold. They are not rich, but even in their misfortune there lies concealed a certain invisible order of things. There are those various rounds of duties, from scrubbing the floor, through the seasons in the olive grove, to the payment of taxes. There is even regularity in the disasters that befall them. My father’s back becomes bent, not suddenly, but more and more each spring among the olive-trees, just as the child-bearings which have made my mother less and less a woman have followed one another at regular intervals. But they call up the strength to sweat up the stony paths with their baskets, to bear children, yes, even to eat, from the feeling of continuity and necessity which is given them by the sight of die soil, of the trees springing with new green foliage every year, of the little church, and by listening every Sunday to the Bible texts. They have been assured that the eye of God rests upon them; searchingly, yes, almost anxiously – that the whole universe has been built up round them in order that they, the actors, can play their greater or lesser parts. What would my people say if they learned from me that they were really on a little bit of rock that ceaselessly revolves in empty space round another star, one among very many, a comparatively unimportant one? Why is such patience, such acceptance of their misery, either necessary or good today? Why is there still virtue in Holy Writ, which explains everything and has established the necessity of toil, endurance, hunger, resignation, and which now is found to be full of errors? No, I see their eyes grow frightened! I see them dropping their spoons on the hearth stone. I see how they feel cheated and betrayed. So there is no eye resting upon us, they say. We must look after our selves, untaught, old and worn out as we are? No one has provided a part for us on this earthly, miserable, tiny star which is not independent and round which nothing revolves? There is no meaning in our misery, hunger is simply not- having-eaten, and not a test of strength; exertion is just stooping and tugging – with nothing to show. So do you understand that in that decree of the Holy Congregation I perceive true maternal compassion, great goodness of soul?

그 이유 밖에 없을까요? 하다 보니 인간모욕을 하게 된 과학은 꽤 많을 것 같은데… 심리학이나 정신분석이나 뭐 그런 것은? 핵폭탄은 엄청나게 인간존중적인가?

다른 이유로는 진화라는 것이 인간의 경험범위 내에서 관찰하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콩 가지고 장난친 그 신부님 은 수 세기에 걸쳐서 한 것도 아니고… 또 요즘 과학중에 인간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게 뭐 몇개나 되겠어요? 쿼크나 수퍼스트링이나 블랙홀은 관찰할 수 있나? 그럼, 경험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면서도 나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이기 때문? ㅎㅎ

또 다른 설명은 인간의 사고는 어쩔 수 없이 범주적이기 때문에, 범주의 경계선에 관한 사고인 진화론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동물은 다른 동물들을 먹잇감으로 범주화하거나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존재로 범주화하여 자신을 보호한다. 다른 동물들의 범주화를 통해 자신의 삶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다. MIT의 한 연구팀은 원숭이를 활용한 사진을 통해 고양이와 개의 일반적인 모습을 인식하도록 훈련받았다… 이런 학습 능력을 ‘뇌의 적승성’ 또는 ‘유연성’이라고 지칭한다. 즉, 원숭이의 전두엽 피질에 있는 뉴런 집단이 특정 범주에 각각 반응한다는 것이다.
MIT 연구팀은 고양이와 개의 형상을 혼합시킨 카메라 이미지를 제시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원숭이에게 보여주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보여주는 이미지의 50퍼센트 이상이 개일 경우, 개와 관련된 범주 뉴런이 작동했으나 이미지의 50퍼센트 이상이 고양이로 바뀌자 개 사진에 반응하였던 범주 뉴런에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고, 고양이 사진에 반응했던 범주 뉴런이 작동했다. 두뇌의 다른 영역들은 이런 키메라들의 신체 구성비를 관찰하지만, 범주 뉴런은 타협하지 않고 하나로 결론을 내리는 성향을 나타낸다. (닐 마틴, 해빗, 104-5쪽)

이런 연구는 그냥 MIT 연구팀이라고 말하지 말고 도대체 어디서 베껴 왔는지 구체적으로 적거나 적어도 각주라도 달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이런 범주화의 실패 때문에 애플의 뉴턴이 실패했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말이 좀 꼬이는 느낌이…

애플은 1993년 세계 최초로 PDA 뉴턴을 출시했지만 한동안 상당히 고전을 면치 못했다. 사람들이 뉴턴이라는 새로운 장치를 어떻게 범주화해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전자수첩을 출시한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후 팜 파일럿이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고객들의 마음속에 PDA라는 새로운 제품 범주가 생겨났다. (107쪽)

그러니까, 범주화에 실패했기 때문에 애플 뉴턴은 망했는데, 나중에 팜 파일럿이 성공하고 나니까 사람들 마음속에 새로운 범주가 생겨났다구요? 그럼 팜 파일럿은 왜 안망했을까요?

말이 새는 느낌이지만, 도대체 진화론에 대해서 그렇게나 강력한 저항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개념 노트: 목표를 세우는 사람이 성공한다고?

Posted on February 12, 2010

자주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1953년 예일대학 졸업생들을 상대로 자기 목표를 글로 쓴 사람이 얼마냐 되는지 물었더니 약 3%였습니다. 20년이 지나 이 졸업생들의 부를 조사했더니 앞에서 목표를 글로 썼던 3%가 가진 재산이 나머지 97%가 가진 재산을 모두 합한 것보다 더 많았다고 합니다.

누가 한 이야기일까요? 지그 지글러? 브라이언 트레이시? 안토니 로빈스? 제이 리펜베리?

서로가 서로를 베낍니다. 그런데, 그런 연구는 한 적이 없었다고 하는군요. 제목도 의미심장합니다. 성공하려면 이런 사람들 말을 듣지 마라

As further evidence, Spengler provided excerpts from the 1953 yearbook. No one stated personal goals, but most of the graduates predicted their future lines of work: Roberto Goizueta, Coke’s CEO, predicted his future would be with Cuba’s Compani Industrial del Tropico S.A.; William Donaldson and Dan Lufkin, founders of Wall Street’s Donaldson, Lufkin & Jenrette, forecast futures in law. Forrest Mars, Jr., now chairman and CEO of Mars, Inc., listed “no” for employment possibilities.
Finally the CDU went to Yale for the last word on the Class of 1953. Research Associate Beverly Waters reports that a recent outbreak of articles citing the study in publications as diverse as Dental Economics and Success magazines prompted her to undertake an exhaustive search of Yale alumni archives—where she found no evidence that such a study had ever been conducted. Says Waters, “We are quite confident that the ‘study’ did not take place. We suspect it is a myth.” (Fast Company )

아마도 머니해킹을 읽은 사람이라면, 제가 이런 류의 자기계발서를 아주 싫어한다는 것을 알겁니다. 그렇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었죠. 목표가 없는 사람이 그 목표를 달성할 수는 없을 거라는 의미에서… 그러니까 목표설정은 목표달성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취지에서요… 이런 연구가 아예 없었고, 그냥 지어낸 이야기라는 것은 좀 놀랍네요. 우리 주변에는 이런 이야기가 얼마나 많을까요? 리처드 와이즈만의 “59초”라는 책이 이런 식의 어반 레전드에 대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심리학에(심리학 연구를 빙자하여 만들어진) 이런 어반 레전드가 많다는 것은 별로 놀랍지는 않습니다. 아직 읽지는 않았는데 뭐, 제가 싫어하는 분야에 대해서 비판하는 책이라니 좀 호기심이 생기긴 합니다. 책에서도 말한 것처럼, 이런 식의 어반 레전드의 규모나 영향력, 그리고 폐해가 상상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출판, 강연, 세미나, 컨설팅 등등등… 어쩌면 그게 이유일 수도 있겠죠.

독서 노트: 자기 최면에 걸린 사람들

Posted on February 10, 2010

영희는 마케터입니다. 최고의 마케터를 꿈꿉니다. 그렇지만, 오늘은 마케터로서 첫 발을 내디딘 날입니다. 그 동안 열심히 마케팅을 공부한 결과, 마케터로 취직되었고, 오늘은 첫 출근날입니다. 과제는 별다방으로 가서 소비자의 구매 원인을 알아내는 것입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별다방 앞에서 막 들어가려는 사람을 잡고 물어봅니다. “안녕하세요? 왜 별다방에서 커피를 마시나요?”

그가 대답합니다.

“맞아. 내가 미쳤나봐. 이렇게 비싼 커피를 마시다니…”

그는 서둘러 발길을 돌립니다. 등 뒤에서 점장님의 싸늘한 눈빛이 비수처럼 꽃힙니다. 심지어 한 할머니는 양 손을 꼭 잡고 이렇게 말합니다.

“처자, 고마우이… 덕분에 매일 비싼 돈을 주고 커피를 마시던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게 되었어. 복 밭을겨…”

기가 막힙니다.

다른 사람들도 뭐 도움이 안되긴 마찬가지입니다. 영희가 보기에는 커피 타는 아가씨 얼굴이 호신술인데, 어떤 남자는 커피 타는 아가씨 얼굴이 이뻐서라고 말합니다. 다른 사람은 별다방의 고객 서비스에 “아주 만족”한다고 말했지만, 정작 자기는 친구가 여기서 보자고 했기 때문에 여기 온거지 평소에는 콩다방에만 다닌답니다. 나참.

사람은 합리적이라는 전제에 도전장을 던지면서 기존의 경제학에 도전장을 던진 행동경제학에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곳은 바로 행동재무학이라는 분야였구요, 그 다음으로 마케팅이 강한 호기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한 시스템 I/시스템 II, 직관과 합리성, 본능과 이성, 도마뱀의 뇌와 인간의 뇌… 아주 정확한 묘사는 아니지만, 대충은 서로 비슷한 이야기입니다. “해빗” (닐 마틴 지음, 홍성태, 박지혜 옮김)의 저자는 습관적 사고와 관리적 사고라고 나눕니다.

사람은 원래 구매결정을 할 때 대개 아무 생각이 없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별다방에 오는 사람들은 원래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굳이 “왜”라고 물어본게 화를 자초한거죠. 그냥 습관적으로 들어왔는데, “왜”라는 질문을 받고는 바로 “관리적 사고”로 넘어가서 스스로의 행동에 의문을 제시한거죠. 그리고, 어떤 사람은 아무런 이유도 없다는 것을 간파하고는 결심을 바꿉니다. 다른 사람은 억지로 아무 이유나 만들어 냅니다. 그렇게 해서 아무 이야기나 만들어내면, 영희같은 마케터는 이것을 근거로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 어쩌라구요? 닐 마틴은 습관에 호소하는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고 합니다. 말이 쉽죠. 습관이 어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나요? 지금까지 사람들이 듣도보도 못한 제품에 대해서 어떻게 습관을 만들라구요?

닐 마틴의 이야기로부터 추론해 보자면(34-5페이지), 만약 자기가 현재 업계에서 1등이라면 고객이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도록 즉 습관에 따라가도록 내버려두어야 하는거구요… 만약 1등의 아성을 도전하는 2등이라면 습관에 도전하고 생각하도록 유도해야한다는거죠. 그러면 고객은 스스로 비교할테니까요.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AC 닐슨의] 알라스타 고든과 던컨 스튜어트는 ‘오메가 룰’과 ‘델타 모멘트’를 기반으로 하는 델타퀄(DeltaQual)이라는 소비자 조사방법을 만들었다. 델타퀄 분석은 소비자의 무의식적인 구매 행동 뒤에 숨어 있는 규칙을 분석해, 소비자들이 새로운 자극이나 브랜드에 반응할 가능성이 높은 순간을 찾는 것이다.
소비자의 반복적인 구매 행동 속에 숨어 있는 규칙들의 집합, 오메가 룰은 소비자들이 마음속에 갖고 있는 체크리스트라고 할 수 있다. 고객은 반복 학습을 통해 경험적 지식을 갖게 되지만, 습관으로 형성된 후에는 그간의 반복 학습 과정을 잊어버린다. 즉, 자동적으로 운전하는 상태에서는 사람들이 오메가 룰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 상황의 변화로 소비자가 오메가 룰을 쓸 수 없는 상황이 생기는데, 이를 델타 모멘트라고 한다. 델타 모멘트는 습관에 의해 자동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의식적으로 평가하는 상황을 일컫는다. 델타 모멘트의 순간에 고객은 새로운 선택에 눈을 뜨게 된다. (71-72쪽)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도널드 노먼은 요즘 나오는 제품의 디자인이 너무 복잡한 것은 기업의 조직구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제품은 기업의 조직 구조를 반영한다”는거죠 (59쪽). 그러니까, 한 100페이지쯤 넘어가 보면,

고객이 무의식적으로 제품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힘들지만 기업의 조직부터 개편해야 한다. 기업 내 제품 창안자가 비전을 가진 리더가 되어 제품을 개발하고 출시하는 ‘제품 챔피언’이 되어야 한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같은 인재처럼 말이다. 아이폰이나 아이맥이 잡스의 재품 개발 비전에 부합하지 못했다면, 아마 쓰레기통에 버려졌거나 계획 단계에서부터 수정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VOD를 개발한 케이블 회사 내에는 ‘인터페이스가 모든 걸 망쳤어! 고쳐!”라고 목소리를 낼 만한 제품 챔피언이 아무도 없었다. (146-7쪽)

그러니까, 성질 나쁜 것도 축복이라는거죠.

고객의 85퍼센트가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대체적으로 만족하거나 매우 만족한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만족한 고객의 단 8퍼센트만이 재구매를 했다고 나타났다. 이 사실을 발견한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고객 만족을 위해 그동안 불철주야 고민하고 노력한 마케터와 CS 전문가에게 이 조사 결과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고객 만족’이 고객을 유지하는 데 별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기업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22-3쪽)

마케터의 일이라는게 따지고 보면 고객을 세뇌시키고, 훈련시키고, 적응시키고, 습관화하는건데 (어쩌면 그래서 전 이쪽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고객만족이나 기타 회사에서 옳다고 두루두루 인정되는 가치들도 마케터들 스스로가 만들어낸 자기 최면 내지는 습관적 사고의 일부가 아닐지… 어쩌면 이런 사고방식에도 델타 모멘트가 온 것은 아닌지…

책의 구성이 약간은 오디오판이 튀듯이 좀 왔다갔다합니다만, 그리고 (대부분의 마케팅 책이 그렇듯이) 따지고 보면 답도 없는 이야기이지만, 이런 점을 감안하고 읽으면 나름 재미있습니다.

개념 노트: 그렇다면, 본능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가?

Posted on February 08, 2010

약간 이야기가 거꾸로 가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목적 지향적 기계장치에 물리적으로 코딩되는 프로그래밍도 있다. 일례로 시계에는 1분이 어느 정도고 1시간은 몇 분인지에 관한 정보가 기계적으로 내재하며, 인간의 신체에는 유전적 프로그래밍이 DNA 형태로 존재한다. 자명종 시계처럼 환경에 따라 수정 가능한 프로그래밍도 있는데, 파블로프의 개가 보여주듯이, 생명계도 후천적으로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구조다. 일반적 목적 지향성이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바꾸어 가며 여러 가지 제어를 실행할 수 있는 정보 프로세싱 시스템도 있다. 이를테면 관료제는 혁명이나 쿠테타로 정부의 성격이 완전히 바뀌어도 제어 역량을 상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반 정보 프로세싱 시스템이다. 생명계에서 발견된 프로그래밍 가능한 구조 중에서 가장 범용적인 것으로는 척추동물의 두뇌, 특히 인간의 두뇌를 들 수 있다. (제임스 R. 베니거 지음, 윤원화 옮김, 컨트롤 레벌루션, 76쪽)

파블로프의 개가 보여주듯이…

그 다음에는 손다이크퍼즐박스 가 말해주듯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키너상자 가 말해주듯이… 물론 파블로프의 개도 잘못된 정보로 프로그램 속에 “버그”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지만, 특히 스키너의 상자는 이런 “버그”가 어떻게 생기는지를 구체적으로 묘사하였죠.

이 상자로 스키너는 비둘기를 대상으로 ‘미신’에 관한 아주 우아한 실험을 했고, 그 결과 반응 학습이 임의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는 굶주린 비둘기를 스키너의 상자에 넣은 다음 새가 어떻게 행동하든 상관없이 정기적으로 음식을 제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둘기가 임의적인 행위를 반복하는 것이 관찰되었다. 한 비둘기는 음식이 제공되는 시간 사이에 상자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두어 번 돌았다. 다른 비둘기는 상자의 위쪽 모서리에 머리를 반복적으로 밀어 넣었다. 한편 고개를 위로 쳐드는 행동을 하는 비둘기도 있었는데, 마치 보이지 않는 빗장을 머리로 들어 올리려는 듯이 보였다. 비둘기는 음식이 제공되기 직전에 자기가 우연히 행하던 동작을 반복하는 것을 배운 터였다. 이를 가리켜 스키너는 ‘미신적’ 행동이라 불렀다. 비둘기들이 마치 자신의 행위가 음식을 만들어 냈다고 믿는 듯이 행동한다는 뜻이었다. 그는 인간들도 이와 비슷하게 미신적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많은 운동선수와 팬들이 행운을 가져다주는 마스코트를 지니고, 시합 전에 이상한 행동을 하는 이유가 이것으로 설명된다. 서브를 넣기 전에 독특한 방식으로 공을 바닥에 튀기는 테니스 선수들이 있다. 고란 이바니세비치는 테니스 토너먼트가 열리는 기간 내내 머리와 수염을 절대 건드리지 않았다고 한다. (크리스 프리스 지음, 인문학에게 뇌과학을 말하다, 153쪽)

결론은 그럴 수 있네요.

개념 노트: 본능은 정교한 통계 프로세서

Posted on February 07, 2010

간단한 실험입니다. 손을 따라 커서가 가게 만들어 놓고, 손은 보지 못하게 가리고 컴퓨터 화면을 보여줍니다. 컴퓨터 화면은 약간 왜곡도 있고, 중간이 지나야 커서를 보여주고, 어떨 때는 아예 커서를 보여주지도 않습니다.

크리스 프리스는 이런 실험을 최초로 한 사람은 1965년 덴마크 심리학자 T.I. 닐센이었고(이때는 커서가 아니라 흰 장갑을 낀 조수의 손을 보여줌), 나중에는 피에르 푸르네레가 리용의 마르크 잔느로 실험실에서 이런 실험을 했다고 합니다 (크리스 프리스, 인문학에게 뇌과학을 말하다, 114쪽).

도대체 이런 실험을 왜 할까요? 크리스 프리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 손이 뇌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나는 내 손이 지금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 자각하지 못한다. 이런 관찰 결과는 어디에서 나의 신체가 끝나고 바깥 세계가 시작되는지 그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꿈보다 해몽인건지… 꿈보다 해몽의 진짜 사례는 2004년 거의 똑같은 실험을 한 콘라드 쾨딩(Konrad P. Körding: 이렇게 읽는 것 맞나?)과 다니엘 월퍼트(Daniel M. Wolpert)입니다. 이들은 거의 똑같은 실험을 하고, 그 결과를 네이처지에 발표하면서 우리의 지각/운동 학습은 베이즈적인 통계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Bayesian integration in sensory motor learning ). 사실 똑같지는 않습니다.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일단 천번 정도 연습해 보게 한 다음에, 그 다음 천번의 결과를 기록했네요.

플라톤이나 데카르트같은 철학자는 본능 대 이성, 직관/감정 대 지성이라고 합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시스템 I과 시스템 II에 대해서 말합니다. 진화심리학에서는 도마뱀의 뇌와 사람의 뇌에 대해서 말합니다. 이 가운데 본능 내지는 감정 내지는 시스템 I 내지는 도마뱀의 뇌가 베이즈 정리를 따르는 정교한 학습/교정 모델이라는거죠.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또는 판단에 짧은 시간이 필요할수록 결국 우리는 본능이나 느낌이나 감에 의존해서 판단할 수 밖에 없는데, 이 본능이나 느낌이나 감은 따지고 보면 단순한 베이즈 모형이라는거죠. NYT에서 좀 더 쉽게 설명해 놓았네요.

When Justine Henin-Hardenne rips a cross-court forehand at the Australian Open or Tom Brady, the New England Patriots quarterback, dodges an onrushing defender, each looks like the very definition of living in the moment. Like other great athletes, they often appear to rely on speed, strength and lightning-fast reactions.
There seems to be little time for highly advanced quantitative analysis that weighs current observations against past experiences to suggest a plan of attack.
But this kind of analysis is precisely what the human brain does when facing a physical challenge, according to a study by two European scientists published in the current issue of Nature. The more uncertainty that people face — be it caused by wind on a tennis court, snow on a football field or darkness on a country highway — the more they make decisions based on their subconscious memory and the less they depend on what they see.
Among researchers, the combining of new information with conventional wisdom is known as Bayesian analysis, and it has become increasingly popular in recent years. Once controversial, because it muddies supposedly pure scientific data with subjective opinion about which prior research is relevant to a particular study, it has gained adherents as the explosion of computing power has allowed the method’s complex formulas to be performed on a basic laptop computer. (Subconsciously, athletes may play like statisticians )

볼프람 슐츠(Wolfram Schultz)에 따르면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도파민이라는 신경물질이라고 합니다. 이게 하는 역할은 우리가 하는 예측이 정확하면 상을 주고(도파민 분비) 예측이 부정확하면 벌을 주는(도파민 안줌) 간단한 반응입니다.

A mechanism for learning exactly what to do to get rewards (or avoid punishments) also exists. It’s called the temporal difference (TD) algorithm. This procedure allows a machine to discover the best sequence of actions to perform in order to get something of value. This procedure is also known as the Actor-Critic model. One part of the program, the Actor, chooses the next action to perform. The other part of the program, the Critic, indicates how good this action was. This critic tells the actor about any errors in the prediction. A good action is one in which the situation we are in now has a value that is higher than the situation we were in before performing the action. The critic is commenting on the change in vlaue from one time to the next (hence ‘temporal difference’). Value is higher after an action that gets you nearere to the reward. This is a way of discovering the pathway that lead to rewared. Value is highest in the place right next to reward. As we move away from the reward, the value gets smaller. By moving toward the places with higher value, we will eventually reach the reward. Of course these value are not actually marked on the real world. they are marked only on the internal model of the world we have in our brains, the model that has been built up by learning and experience.
Wolfram Schultz and the computational scientists Peter Dayan and Reed Montague showed that the behavior of dopamine nerve cells was exactly what you would expect if the monkey’s brain were using the same learning methods as a machine using the TD algorithm. The activity in the dopamine nerve ecells is the prediction error that enables the monkey to learn without a teacher. This kind of learning doesn’t just occur in the nerve cells of monkeys. Learning by prediction can explain the behavior of bees looking for the best flowers and the behavior of humans gambling for money. In both cases learning by prediction creates a map of possible of actions indicating which actions are the most likely to lead to rewards. (Christopher D. Frith, Making up the mind: how the brain creates our mental world, pp. 96-97)

TD 알고리즘에 대한 위키피디어 링크scholarpedia link 입니다. TD 알고리즘과 베이즈 정리 사이의 유사성은 베이즈가 만든 당구공의 위치찾기 문제를 보면 좀 더 쉽게 알 수 있겠네요. “춤추는 술고래의 수학 이야기”라고 번역이 된 “The Drunkard’s Walk”에는 이렇게 나옵니다.

Bayes approached the problem via a metaphor. Imagine we are supplied with a square table and two balls. We roll the first ball onto the table in a manner that makes it equally probable that the ball will come to rest at any point. Our job is to determine, without looking where along the left-right axis the ball stopped. Our tool in this is the second ball, which we may repeatedly roll onto the table in the same manner as the first. With each roll a collaborator notes whether that ball comes to rest to the right or the left of the place where the first ball landed. At the end he informs us of the total number of times the second ball landed in each of the two general locations. The first ball represents the unknown that we wish to gain information about, and the second ball represents the evidence we manage to obtain. If the second ball lands consistently to the right of the first, we can be pretty confident that the first ball rests toward the far left side of the table. If it lands less consistently to the right, we might be less confident of that conclusion, or we might guess that the first ball is situated further to the right. Bayes showed how to determine, based on the data of the second ball, the precise probability that the first ball is at any given point on the left-right axis. And he showed how, given additional data, one should revise one’s initial estimate. In Baysian terminology, the initial estimates are called prior probabilities and the new guesses, posterior probabilities. (Leonard Mlodinow, The Drunkard’s Walk, pp. 110-111)

그러니까, 당구대 위에 공을 하나 굴립니다. 우리 숙제는 그 공의 위치(왼쪽/오른쪽)를 찾아내는 겁니다. 우리가 쓸 방법은 두번째 당구공입니다. 그걸 굴리면 누군가 옆에서 첫번째 공과 비교해서 두번째 공이 어디 있는지 알려줍니다. 그 자료를 기초로 해서 첫번째 공의 위치를 찾아내는거죠. 그러니까, 언제나 두번째 공이 첫번째 공의 오른쪽으로 간다면 그 공은 왼쪽에 붙어 있는거죠. 그리고 여러번 굴렸는데 반반이라면 첫번째 공은 대충 가운데 있는거죠.

그러니까, 도파민을 이용하는 우리의 본능/직관/감정은 베이즈 방법을 활용한 TD 알고리즘의 구현이라는거죠. 어쩌면, 며칠전 이야기한 범생의 전수조사에 대비하여 비즈니스맨이 사용하는 전수조사 도 이것과 통할 수도 있겠네요. 또, 오래전 yes에 대한 서평 에서 쓴 것처럼, 도마뱀의 뇌가 경험치가 낮으면 어떤 결함을 가지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연결이 되는 이야기이겠네요.

도마뱀의 뇌는 통계적 사고에 능합니다. 그렇지만, 통계적 사고의 한계인 경험치가 낮느면(즉 데이터가 적으면) 신뢰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온다는 한계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그러니까 아마추어는 괜히 소로스 따라한다고 까불다가 패가망신할 수 있다는거죠. 뱀장사가 하는 말처럼, “애들은 가라”는 거죠.

앞에서 인용한 뉴욕타임즈 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두 사람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The human brain knows about Bayes’s rule,” said Konrad P. Körding, a postdoctoral researcher at the Institute of Neurology in London, who conducted the study published in Nature along with Daniel M. Wolpert, a professor at the institute…
“I’m quite comfortable with the idea that people use probability,” said Dr. Stigler, the Chicago statistician. “The idea that it’s associated with a Bayesian approach is not quite clear.”

꿈보다 해몽이라니까요…

개념 노트: 잠재의식 광고

Posted on February 05, 2010

그냥 책 전체에 대한 이야기와 구분하기 위해 책이나 웹 등에서 읽다가 부딛친 개념을 따라갈 때 쓰려고 합니다. 그냥 제 생각과 그런걸 정리하려 합니다.

언제인지 몰라도 잠재의식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언제나 빼먹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가 바로, 무슨 영화에 팝콘이라든지 콜라라든지 하는 글자를 육안으로 구분할 수 없는 짧은 시간동안 (1/3000초)반복해서 보여주면 사람들이 콜라를 사먹고 팝콘을 더 많이 사먹는다는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이건 영어권 사람에게만 효과가 있는건지, 외국인이 봐도 효과가 있는건지, 또 눈이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짧은 시간 동안에 과연 그 문자를 읽을 수 있는건지, 내지는 차라리 그림을 쓰면 더 효과적일지 않을지 하는 궁금증이 들었었더랬죠.

그런데, 이 이야기는 제임스 비카리 라는 사람이 실험 결과를 내세우면서 일약 유명해졌는데, 그게 나중에 근거가 없음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어반 레전드로 자리잡아 누구도 이게 과연 진짜인지 가짜인지 신경쓰지 않고 여전히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있건 없건) FCC에서는 이런 광고를 금지시키도 했었구요…

In 1957 James Vicary claimed to have inserted two advertising messages, Eat Popcorn and Drink Coca-Cola, in the film Picnic. The messages were shown repeatedly, but their duration was so short that they were never consciously perceived. Vicary claimed that over a six-week period the sales of popcorn rose by 58% and the sales of Coca-Cola rose by 18%. No evidence was ever brought forward to substantiate these claims, and in 1962, Vicary stated that he made up the whole story. Nevertheless many popular books were published based on this report, with titles such as Subliminal Seduction. (Christopher D. Frith, Making up the mind: how the brain creates our mental world, p. 44)

위 책은 “인문학에게 뇌과학을 말하다 (크리스 프리스, 장호연 옮김, 동녘 사이언스)로 번역되어 나왔네요. subliminal advertising 이란 글도 읽어 볼 만 하네요.

독서 노트: e-myth 그리고 사업이라는 알고리즘

Posted on February 05, 2010

철수는 자전거 샾에 다닙니다. 몇 년 다니다 보니, 이제 자전거라면 도삽니다. 심지어는 자전거샾에 들어오는 사람 표정만 봐도 뭐가 문젠지 압니다. 철수가 너무 잘 하기 때문에 사장은 매일 별다방, 콩다방에서 커피 홀짝거리고 노닥거리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그날도 그런 식이었습니다. 어쩌면, 날씨 때문이었는지 어쨌든지 어쨌든 갑자기 내가 왜 저 자전거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는 커피 매니아 밑에서 일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일을 하면서 단골들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모두들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심지어는 따로 가게를 차리면 꼭 찾아 와서 도와주겠다는 사람도 꽤 있습니다. 마음이 들떠서 며칠 생각한 다음 용단을 내렸습니다.

그동한 저축한 돈이랑 심지어는 전세금까지 빼서 자기만의 바이크샵을 차렸습니다. 기분 좋습니다. 단골손님들도 이제 철수네 바이크샵으로만 옵니다. 당연하죠. 자전거라면 철수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돈도 제법 벌었습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열심히 일합니다. 커피 매니아를 위해서 일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를 위해 일하는 것이니, 또 일하는 만큼 자기가 돈을 버니 얼마나 신나겠어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갔습니다. 한 6개월은 너무 신났습니다.

그런데, 점점 일이 많아 지고 힘들어 집니다. 직원도 구해 봤는데, 역시 자기만큼 잘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다못해 다른 일이라도 시키려고 해도 경리면 경리, 부품 구입 관리면 부품 구입 관리, 손님 접대면 손님 접대, 전화받기면 전화받기, 심지어는 커피 끓이는 것 하나까지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돌아버리겠습니다. 직원들은 내 마음도 몰라주고 그냥 하루종일 빈둥거립니다. 결국 일은 밤 늦게까지 남아서 하는 한이 있어도 자기가 합니다.

한 1년 지났습니다. 이제는 자전거만 봐도 신물이 납니다. 웬놈의 자전거가 그리 고장도 잘 나는지… 그냥 며칠이고 몇달이고 때려치고 자전거가 없는 나라로 멀리 여행이나 갔으면 좋겠습니다.

문제가 무엇이었을까요? 그는 자전거 귀신입니다. 자전거에 대해서 잘 아니, 자전거샵을 열면 대박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나름대로 업계에서는 인정도 받았고, 꽤 손님도 모이니 이것도 대박이라면 대박이죠. 그런데…

마이클 거버는 “e-myth”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미국에서는 1년에만도 백만 개가 넘는 개인사업이 문을 엽니다. 그 중에 40%는 1년을 못 넘깁니다. 5년이 지나면 80%는 흔적도 없습니다. 10년이 지나서도 살아남은 것은 4% 내지는 40,000 업체입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기술을 알기 때문에 경영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거죠.

책 제목은 “The E-myth Revisited”입니다. 여기 에서 둘러볼 수 있습니다. 한글 번역도 나와 있습니다. 진짜로 번역이 반역입니다. “내 회사 차리는 법” (김원호 역, 리더스 북) ...

번역이 반역인 이유는 마이클 거버는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원인이 철수가 사업을 한 게 아니라, 스스로 자기를 위한 일자리 그러니까 그냥 자기를 고용해 줄 회사를 하나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사업을 만든다는 것은 기술을 아는 것과도 다르고, 그냥 경리나 실무나 마케팅 같은 경영기술을 이해하는 것과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제목의 “e-myth”는 바로 많은 사람이 자기가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에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대부분이 “기술자(technician)”임을, 그러니까 그런 착각을 일컫는 말입니다. 제목에서 “revisited”라는 것은 대충 재판이라는 뜻인데, 그럼 원판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할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이 책의 원작인 “The E-Myth”는 1985년 언더그라운드 세계의 베스트셀러였습니다. 대충 백만권 이상이 팔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대로 출판사를 통해서 출판한 책 제목이 “The E-Myth Revisited”인거죠.

그래서 어쩌라구? 저자는 창업을 하는 사람은 먼저 조직도를 만들라고 합니다. 물론 자기 혼자 하는 일이죠. 그렇지만, 회사라면 의례 사장도 부사장도 필요하고, 마케팅 팀도 회계 팀도 생산/서비스 팀도 필요하겠죠. 이렇게 조직 차트를 만드는거죠. 그리고, 모조리 자기 이름을 집어넣는 겁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이건데, 스스로 마케터로서 또는 회계담당으로서 또는 생산/서비스 책임자로서 하는 일을 기록하고, 매뉴얼화하는 겁니다. 왜 그렇게 하느냐구요? 경영조직의 프로토타입을 만드는거죠. 그렇게 해서 누가 오더라도 그 자리를 책임지고 맡아서 끌고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이걸 마이클 거버는 프랜차이즈 전략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도입해서 사업을 하라는게 아니고, 거꾸로 프랜차이즈화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라는거죠. 시스템을 만들라는 겁니다.

그건 그렇다치고, 제목에 웬 뜬금없는 알고리즘이냐구요? “모름지기 알고리즘이란건 특정한 문제를 특정한 방식으로 푸는건데… 컴퓨터 알고리즘이란 특정한 문제를 특정한 순서를 통해서 해결하는거잖아…”

컴퓨터 알고리즘이 있기 전에 수학에서 알고리즘이 있었죠. 그러니까 누구나 알고 있는 1에서 100까지 세는 방법에 대한 가우스 셈법 같은 것… 이게 경이적인 것은 누구나 가우스 방식을 이용하면 아주 많은 연속하는 수의 합도 쉽게 셀 수 있다는거죠. 여기서 방점은 누구나에 찍힙니다. 그 사람 아이큐가 얼마건, 학력이 얼마건, 체력이 얼마건 중요하지 않죠. 컴퓨터 알고리즘도 마찬가지죠. 지정한 절차만 제대로 따른다면 그게 무슨 컴퓨터이건 별로 상관 없죠.

그러니까, 제가 보기에 마이클 거버가 주장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방법은 바로 평범한 능력과 지성을 가진 사람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공정을 만드는 것이 바로 사업이라는거죠.

맥도날드를 바로 머리에 떠올렸다면, 아주 당연한겁니다. 맥도날드 체인점을 만든 레이 크로치 는 1954년 캘리포니아 샌 버나디노의 조그만 햄버거 가게에서 바로 이런 공정을 발견합니다. 그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이들이 똑같은 품질의 프렌치 프라이를 만드는 기술이었죠. 그 자리에서 이 사업을 하고 있던 맥 맥도날드와 딕 맥도날드에게 프랜차이즈를 하자고 제안합니다. 그래서 맥도날드가 탄생했습니다. 레이 크로치는 프렌치 프라이 만들기를 예술의 경지에 올려 놓았습니다. 누가 해도 똑같은 프렌치 프라이가 나오게 하는거죠. 여기에 대해서 지금은 아주 유명해진 말콤 글래드웰은 2001년 뉴요커지에서 그가 만든 “소위 감자 컴퓨터(so-called potato computer)”에 대해서 말합니다. 말이 좋아 감자 컴퓨터지 어느 맥도날드 매장에나 있는 온도계입니다.

Perhaps his most enduring achievement, though, was the so-called potato computer—developed for McDonald’s by a former electrical engineer for Motorola named Louis Martino—which precisely calibrated the optimal cooking time for a batch of fries. (The key: when a batch of cold raw potatoes is dumped into a vat of cooking oil, the temperature of the fat will drop and then slowly rise. Once the oil has risen three degrees, the fries are ready.) Previously, making high-quality French fries had been an art. The potato computer, the hydrometer, and the curing bins made it a science. By the time Kroc was finished, he had figured out how to turn potatoes into an inexpensive snack that would always be hot, salty, flavorful, and crisp, no matter where or when you bought it. (The Trouble with Fries )

미국 패스트푸드 혁명은 이렇게 시작됐답니다. 사업이란 바로 이렇게 하라는거죠. 한국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또 번역은 반역이지만) 강추하는 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추가: 위에서는 알고리즘으로서의 맥도날드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Information Architects 에서는 2006년 10월 치즈버거를 인터페이스로, 그리고 인터페이스를 브랜드로 설명한 꽤 흥미로운 글을 실은 적이 있었죠.

While checking out (paying), I decide to go through with this thought, and look closely at the cheeseburger, and yes, indeed. The cheeseburger as has the easiest food interface one could think of. No forks, no knives, no spoons, no plates, no chopsticks. Like a sandwich, but softer and sweeter and above all: Standardized. No alarms and no surprises when eating a cheeseburger. Almost as simple as “the only intuitive interface” – the nipple. Sandwiches can be complicated at times. (The Interface of a Cheeseburger )

이 글도 강추입니다.

독서 노트: 범생이 사회에서 실패하는 이유

Posted on February 02, 2010

모리는 45세, 대기업에 다닙니다. 45세 생일에 오랜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둘 다 같은 직장에 다녔었는데, 오래전 하나는 그만두고 MBA를 한 다음 컨설턴트가 됐습니다. 또 하나는 그만두고 외국계 기업으로 옮아갔습니다. 푸념이 나옵니다. 축하를 듣고도 하는 말이, “배부른 소리 하네…”

친구들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친구를 위해 비즈니스 스쿨을 만들었습니다. 술집에서 한 사람을 놓고 가르치는 거죠. 신바시 비즈니스 스쿨에는 세 가지 기본원칙이 있습니다.

  1. 버린다
  2. 가르치지 않는다
  3. 비상식 (상식 타파가 더 나은 번역이겠네요)

커리큘럼에는 3개가 있습니다. 사고법, 분석기술,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기술입니다. 두어 시간이면 다 읽을 짧은 책입니다. 야마모토 신지라는 일본의 컨설턴트가 45세 생일에 쓴 책, 모리 차장의 비밀과외(홍창미 옮김, 수린재, 2009)입니다.

앞에 영어 공부법에 대한 부분을 읽다가 불현듯 OTL English에서 한 말이 생각났습니다. 범생은 못하는 것을 잘 하려고 하고 열등생 비즈니스맨은 잘하는 것에 집중한다. 비즈니스맨을 그대로 제가 말하는 해커로 바꿔도 될 것 같습니다.

비즈니스맨이 학습 전략을 생각할 때에 중요한 것은 장점을 철저하게 키운다는 발상이지. 비상식적인 발상이지만 말이야. 이에 비해 모법생의 발상은 안 되는 것을 키우려고 하는 것이지. 종합적으로 무언가에 마음을 빼앗기고, 단순하게 시장이 늘고 있고 매력도가 높다고 해서 자신 없는 분야에 나서는 회사는 얼마 안가 쓰러지는 일이 많을거야. (33쪽)

또 있습니다. 범생은 전수조사를 하고, 비즈니스맨은 가설검증법을 쓴다.

분석으로 증명되면 정말 다행이고 반증되면 설정을 바꾸면 그만이야. 대개 가설이 반증될 때는 더욱 큰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겨냥을 잘 해서 여기다 싶은 부분만을 깊이 파고 들어가는 거야. 예를 들면, 아베의 초상화를 그린다고 하자. 아베를 아베답게 보이게 하는 가장 큰 특징이 눈이라 친다면, 눈을 열심히 그려서 표현하는 것이 가설검증법이야. 우등생형 전수조사는 아베의 모든 것을 초사실주의로 꼼꼼하게 그려나가는 것이니까 막대한 시간이 걸리게 되는거지. (104쪽)

이 책에서는 본격적으로 파고들지 않았지만, 경영학의 본질에 대해서 나름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 볼 수도 있겠네요. 경영학 책을 읽다 보면 언제나 결론이 이런 식이라는 인상이 듭니다. “xxx는 이렇게 해서 떼돈을 벌었다. 너도 나서 그렇게 하라.” 톰 피터스의 복음, 스티브 잡스 복음, 피터 드러커 복음인거죠. 그런데?? 이 모든 주장의 뿌리에는 “경영은 과학”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습니다. 말하자면, 돈벌기는 과학에서 사용하는 중요한 기준처럼 “재생가능성(reproductibility),” 그러니까 평범한 누구라도 이렇게만 하면 똑같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말하자면, 과학 교과서에서 물을 산소와 수소로 나누는 방법을 배웠다면, 그걸 누가 하건 결과는 똑같을 수 밖에 없어야 한다는거죠. 그런데, 돈벌이가 과연 과학일까요?

누군가(삼성전자라 칩시다) 스티브 잡스가 하는 것을 보고 그대로 따라해서 떼돈을 벌었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스티브 잡스는 깡통 차겠죠. 우리반에서 1등하는 철수를 누군가 열심히 벤치마크해서 1등했다면, 그때 철수는 1등이 아닌거죠. 그러니까, 제가 보기에 돈벌이 비결은 “reproducible”하지 않고, 따라서 이건 과학이 아니라는겁니다. 뭐,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어요. 과학이 아니면 어때요? 기술이면 어때요? 돈만 벌면 되지…

이 책에서 모리의 친구들은 모리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치려 합니다. 모리가 개깁니다.

바른 말만 하는 사람은 점차 조직에서 배척되어 간다. 우리가 입사했을 때 선배로부터 배운 것이 바로 “게으름 피우지 마라, 대들지 마라, 놀지 마라”라고 하는 조직인으로서의 생존철칙이지 않아? “대들지 마라”는 금과옥조야. 무엇보다도 시야가 좁은 경영진과 그 추종 그룹인 부장급이 없다면 네가 말하는 대로 스스로의 생각으로 승부할 수 있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달라. (52쪽)

그러니까,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조직에서 생존한 사람에게 스스로 생각하라니 어불성설이라는거죠. 친구들은 왜 스스로 생각해야 하는지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읽어 봅시다.

내 속을 썩이던 MBA 동료나 부하 중에도 알게 모르게 이 병에 걸린 사람이 많아. 누군가가 해석 = 의견을 내고 그것을 일반 비즈니스맨이 필사적으로 공부하지. 정신을 차리고 보면 모두 그러한 해석 = 의견이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여 지고 있어. 게다가 해석을 내놓은 인간에게 권위라도 있으면 실로 끔찍하지. 의견이나 해석은 혼자 마구 돌아다니면서 일제히 사고정지 상태를 낳는거야. SCM, BPR, CRM같은 말은 90년대 후반 이후, 우리 기업의 머릿속을 침투해 버린 컨셉의 좋은 예지.

그래서 그는 신문, 잡지, 경영서는 3악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런 증상의 변형도 있습니다. “과거의 성공체험강박증”이라고 하는데, 과거에 성공한 사람은 그대로 하면 또 그렇게 될거라고 믿어 버립니다. 과학의 대상이 다른 사람의 경험이 아닌 스스로의 경험이 되어 버린거죠.

까딱 잘못하다간 “옛날에는 이랬는데” “내가 그 시절에는 말이야” 하는 식의 경험의존증후군같은 걸 말하는건가? (74쪽)

짧고, 두어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분량의 책이지만, 꽤 읽을 만 하구요, 꽤 생각할 거리를 주는 책입니다.

독서 노트: 편집자란 무엇인가

Posted on February 02, 2010

편집자란 책에 목숨 거는 사람들입니다. 김학원 지음, 편집자란 무엇인가 (휴머니스트, 2009)에 따르면요… 영어로는 “bookworm”내지는 “book nerd” 되겠네요…

그보다 더 궁금할게, 나는 왜 이런 책을 읽을까? 새삼스럽게 편집 일을 할 것도 아닌데… 읽을 책을 고를 때 이런 책을 고르는 이유는 내가 대체로 테이블의 맞은편 또는 옆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 궁금해서입니다.

책의 구성은 각 장의 앞에 지겨운 이야기가 나오고, 맨 뒤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월말 수금을 위해 가능하면 15일 이전에 신간을 내달라는 마케팅 담당자의 부탁을 싸늘하게 무시하는 편집자는 기획, 편집의 현장을 잠시 떠나 일주일쯤 반품 창고에서 재생 근무를 시키는 게 좋다. 그토록 수많은 의미를 부여하며 거품을 물고 칭송했던 책이 출고보다 반품이 더 많다는 사실은 마케팅 담당자가 훨씬 정확히 알고 있다. 그래도 침묵하는 것은 편집자의 자존심을 배려했기 때문이다.
난 아직도 영업부 차장과 떠난 1992년의 지방 도매상과 서점 출장을 잊지 못한다. 전국 서점의 현장을 알고 싶어 졸라서 간 첫 출장이었다. 대구에서 경주로, 다시 포항으로 식사 때를 놓치며 쉼 없이 이동했다. 몇심만 원, 때로는 몇만 원을 위해 가는 곳마다 실랑이를 벌였다. 어음 수금을 위해 수십 명의 영엽 부장들이 줄을 섰다. 매출과 수금액에 따라 희비와 대우가 엇갈렸다. 책이 잘 팔린 출판사의 영업자에게는 커피를 대접했고 반대의 경우에는 핀잔을 안겼다. 그렇게 부산, 마산, 군산, 광주, 청주를 다녔다.
부끄러웠다. 그리고 결심했다. ‘함께 일하는 영업부 직원이 서점의 현장에서 내가 펴낸 책으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 일주일 동안의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며 나는 이 말을 속으로 수없이 다짐했다. 매일 보는 그들이었지만 그들의 현장은 편집자와 달랐다. 같은 서점이라도 나는 고상하게 둘러보지만 그들에게는 생존을 건 전장이었다. 그 이후로 난 그들에게 ‘지혜가 드는 창’ 교양서 시리즈를 매달 두 종씩 선사했다. “미학 오디세이’, “철학과 굴뚝 청소부”, “상식 밖의 세계사”는 모두 그때 선보인 책들이다. (144-5쪽)

이 책의 실제 제목은 “만나고 싶은 편집자” 내지는 “저자가 고대하는 편집자”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뭐, 그렇다구요… 그동안 팔에 깁스하고 읽은 책 정리입니다.

독서 노트: Managers, Not MBAs

Posted on February 01, 2010

연초부터 교통사고로 팔을 다쳐서 거의 한달간 깁스하고 뭐 그러고 지냈네요… 덕분에 english hacking 도 거의 정체상태입니다. 덕분에 책은 꽤 읽었습니다.

“MBA가 회사를 망친다”는 요상한 제목으로 나온 책이 있습니다. 원제는 “Managers, Not MBAs”라고 해서 조금 낫습니다. 책을 쓴 사람은 헨리 민츠버그 라는 분입니다. 워낙 제목이 요상해서 그런지 속표지에는 월스트리트저널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사상가 20인 가운데 한 사람(9위)라고 친절하게 붙여 주었네요.

제목은 요상하지만, 내용은 아주 탄탄합니다. MBA라는 제도 자체에 대해서 궁금하거나, 도대체 여기에서는 뭘 가르치는지 궁금한 사람은 기대한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얻을 것입니다. 특히 MBA를 받았거나 받을 준비를 하거나 받을 계획인 사람이라면 자기가 뭘 하는지는 알아야죠. 원래 큰 그림을 보기 위해서는 한계를 그려봐야 바깥 윤곽선이 보이는 법입니다.

MBA에서는 무엇을 할까요? 카네기대와 스탠포드에서 교수를 역임했던 제임스 마치는 4가지를 얻어야 한다고 합니다.

첫째는 조직론, 회계, 재무, 생산, 마케팅 등의 비즈니스 전문 분야에 대해 배우는 것, 둘째는 비즈니스 행동과 인간 존재에 관한 중요한 문제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것, 셋째는 자신이 비즈니스 스쿨에 진학한 특별한 인물임을 조직에 나타내고 인식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 네째는 인맥의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책 따위나 읽으면서 경영을 공부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는 책으로는 이 네 가지 가운데 하나만 얻을 수 있기 때문인거죠. 또 이게 아무 MBA나 가면 되는 게 아닌 이유인거죠. 그리고, 민츠버그가 보기에는 이게 바로 MBA 때문에 교육이 부패한 증거라고 말합니다.

나름 심각한 주제입니다만, 실제 경영수업은 어때야 하는지에 대해서 많은 통찰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 경구에 가까운 재담도요. 다음과 같은…

예컨대 우리가 베이컨과 달걀 요리를 만들 때, 달걀을 제공하는 닭과 자신의 살을 제공하는 돼지의 입장에는 큰 차이가 있다. 현장학습과 같은 종류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학생은 기업에 닭과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을 뿐, 결코 돼지와 같은 입장이 될 수 없다. (86쪽)

돼지가 될 수 없는 것은 MBA 학생들 뿐 아니라 어떨 때는 MBA 졸업생인 컨설턴트나 투자은행 등에도 적용되겠죠…

재무에 편중된 경영은 테니스공은 보지 않고 점수판을 보면서 테니스를 치고 있는 것과 같다. 따라서 마케팅에의 편중은 공은 보지 않고 관중을 보면서 테니스를 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현장에만 치우치는 것도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기술 개발을 너무 중요시하는 것은 공의 움직임이 아니라, 공의 디자인만 보고 경기를 하는 것과 같다. 확실히 비즈니스에는 이 모든 요소가 필요하다. 하지만 라켓으로 공을 치는 데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하야 할 것이다. (217쪽)

술술 쉽고 재미나게 읽힙니다. 660페이지를 넘는 두꺼운 책을 후딱 읽어 치울 수 있습니다. 한 가지 흠이라면 역자 특성 때문인지, 좀 지나치게 일본어식의 번역이 많은 것이 좀 거슬립니다. 도대체 무슨 말을 이렇게 번역했나 추측해야 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