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땅들의 천국

Posted on February 23, 2010

모두가 3M을 본받고 싶어 합니다. 모두가 전설의 Bell Labs같은 것을 만들고 싶어 하고, 구글처럼 되고 싶어하고, 애플처럼 되고 싶어하고…

제임스 왓슨은 25세, 아이작 뉴턴은 23세, 알버트 아인시타인 26세, 하이젠베르그 20대 중반, ...

또, 아르키메데스 20대, 갈릴레이 22세, 퀴리부인 45세, 브랙 25세, 오펜하이머 23세…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발명/발견/기여를 한 나이라고 합니다. 요즘은 젊다는 미국에서도 이 나이에는 연구기금을 받지 못합니다. 조나 레러의 말 입니다.

In 1980, the largest share of grants from the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 went to scientists in their late 30s. By 2006 the curve had been shifted sharply to the right, with the highest proportion of grants going to scientists in their late 40s. This shift came largely at the expense of America’s youngest scientists. In 1980, researchers between the ages of 31 and 33 received nearly 10% of all grants; by 2006 they accounted for approximately 1%. And the trend shows no signs of abating: In 2007, the most recent year available, there were more grants to 70-year-old researchers than there were to researchers under the age of 30.

좀 더 읽어 보자면…

The end result, says Andrew Serazin, program officer at the Gates Foundation, is that many risky projects have been given a chance to succeed. In the most recent round of applications the funding rate of post-docs and grad students—scientists at the start of their careers—was three times higher than that of their established professors. “One of the tragedies of science is that many of the most talented people with the best ideas don’t have access to capital,” Mr. Serazin says. “We’re trying to fix that.”

그렇지만, 그가 말하듯이 Janelia Farm도 있고, 3M도 있고, Bell Labs도 있고, Grand Challenges Exploration Program (Gates Foundation)도 있습니다. 한국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저요? 저는 데모하다 군대 갔다오니 20대가 끝나 있더라는…

주입식 교육이 답일까?

Posted on February 18, 2010

저도 예전에 이런 테스트를 해 본 적이 있었죠. 뭔지는 까먹었는데, 학습 스타일이 시각형인지, 청각형인지, 행동형인지 하는 것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그저 뭐든 그냥 해 봐야 된다는…

그런데, 그런 이야기가 근거가 별로 없다는군요. 이 이야기를 해주는 Russell Poldrack은 이 말이 물론 이런게 틀렸다는 뜻은 아니라고 하긴 합니다. 우리가 아직 무식해서 잘 모를 수도 있다는거죠.

Now, it’s always important to remember that an absence of evidence is not evidence of absence; it could be that a study is just around the corner showing big positive effects of meshing education with learning styles. However, the fact that the current research shows no such effects raises legitimate questions about whether our educational systems should be spending money on assessments or teaching techniques based on this idea. (Are learning styles important in teaching methods? )

그가 하는 말 중에 더 흥미로운 것은 그 다음에 나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이야기들이 인기가 있을까요? Russell Poldrack은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착각인 경우가 아주 많다는거죠. 그는 한 실험 이야기를 합니다. 로디 레디거(Roddy Roediger)와 제프리 카피클(Jeffrey Karpicke)이 한 실헝에 따르면, 어떤 글을 (아마 까다로운 글이었겠죠) 한 그룹에는 4번 읽게 해 줬고, 다른 그룹에는 딱 한 번만 읽고 여기에 대해서 세 번 문제를 풀도록 해 줬다는거죠.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 다음에 자기들이 이 글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물어 보았고, 그 다음에는 여기에 대해서 시험을 치도록 했는데, 그랬더니 앞의 그룹(4번 읽은 그룹) 사람들은 자기가 글을 더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글을 읽은 직후에 친 시험에서는 결과도 더 좋았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1주일이 지나서 시험을 치자, 반대로 글을 한 번 읽고 시험을 여러번 친 사람들이 결과가 더 좋았다는거죠. 여기서 그는 자기가 잘 아는 것을 사람들은 잘 모른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잘 모르면서 잘 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는거죠. 또, 그는 배우는 내용이 너무 쉬우면 사실 우리는 별로 배우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하는군요.

When questioned about how well they had learned the material, the people who had read the paragraph four times felt much better about their learning of the material. In addition, they performed better on the memory test right after studying. However, things were very different a week later. At that point, the people who had studied the paragraph once and then been tested three times handily outperformed the overconfident paragraph-readers on the memory test for the material.
The moral of this story is that people are, in general, fairly bad at making judgments about their own learning. We can often be overconfident about memories that are completely false, and yet be underconfident about our ability to remember other things that are actually well learned. In particular, we often confuse fluency (or ease) for ability. The group that got to read the paragraph four times found it very easy by the fourth time, and this led them to think that it would be a snap to remember the material later.
There is a growing body of research that shows that the things that are hardest are the things that make us learn best; this concept has come to be known by the name of “desirable difficulties,” with the idea being that if something is too easy then we probably aren’t learning very much. The research is still ongoing to determine just how widely this idea applies, but there’s enough evidence there already to suggest that we rethink how we go about teaching and learning, both in the classroom and in our daily lives.

주입식 교육을 받으면, 왠지 더 잘 안다는 느낌은 들겠지만, 실제로는 별로 배우는 게 없을 수도 있다는거죠. 또, 주입식 교육을 안하면 별로 배운 게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자기가 생각하는 것 보다 더 잘 배웠을 수도 있구요. 아래 그림은 “꼴지, 동경대 가다”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개념 노트: 진화론은 왜 그렇게 "팔기" 어려울까?

Posted on February 12, 2010

이런 이야기를 하면 으례 지동설은 더 설득하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합니다. 지동설 때는 한명만 대표로 빠따 한 대 맞고 치웠는데, 진화론은 거의 단체기합 수준이라고 생각… 왜 그럴까요? 솔직히 저는 진화론보다 사람들이 그렇게나 진화론에 반대하는 이유에 더 관심이 갑니다. 뭐랄까, 싸움 구경이 훨씬 더 재밌기도 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깎아내리는 이론이라서 그렇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브레히트의 갈릴레오 갈릴레이 에 보면 거의 웅변적으로 설명하고 있죠. 좀 길지만… 귀찮으면 지나가면 되니까…

THE LITTLE MONK: But I would mention other reasons. Let me speak for a moment of myself. I grew up as a son of peasants in the Campagna. They were simple people. They knew all about olive-trees, but very little else. While observing the phases of Venus, I can see my parents, sitting by the hearth with my sister, eating their cheese. I see above them the beams blackened by centuries of smoke, and I see clearly their old, work-worn hands and the little spoons they hold. They are not rich, but even in their misfortune there lies concealed a certain invisible order of things. There are those various rounds of duties, from scrubbing the floor, through the seasons in the olive grove, to the payment of taxes. There is even regularity in the disasters that befall them. My father’s back becomes bent, not suddenly, but more and more each spring among the olive-trees, just as the child-bearings which have made my mother less and less a woman have followed one another at regular intervals. But they call up the strength to sweat up the stony paths with their baskets, to bear children, yes, even to eat, from the feeling of continuity and necessity which is given them by the sight of die soil, of the trees springing with new green foliage every year, of the little church, and by listening every Sunday to the Bible texts. They have been assured that the eye of God rests upon them; searchingly, yes, almost anxiously – that the whole universe has been built up round them in order that they, the actors, can play their greater or lesser parts. What would my people say if they learned from me that they were really on a little bit of rock that ceaselessly revolves in empty space round another star, one among very many, a comparatively unimportant one? Why is such patience, such acceptance of their misery, either necessary or good today? Why is there still virtue in Holy Writ, which explains everything and has established the necessity of toil, endurance, hunger, resignation, and which now is found to be full of errors? No, I see their eyes grow frightened! I see them dropping their spoons on the hearth stone. I see how they feel cheated and betrayed. So there is no eye resting upon us, they say. We must look after our selves, untaught, old and worn out as we are? No one has provided a part for us on this earthly, miserable, tiny star which is not independent and round which nothing revolves? There is no meaning in our misery, hunger is simply not- having-eaten, and not a test of strength; exertion is just stooping and tugging – with nothing to show. So do you understand that in that decree of the Holy Congregation I perceive true maternal compassion, great goodness of soul?

그 이유 밖에 없을까요? 하다 보니 인간모욕을 하게 된 과학은 꽤 많을 것 같은데… 심리학이나 정신분석이나 뭐 그런 것은? 핵폭탄은 엄청나게 인간존중적인가?

다른 이유로는 진화라는 것이 인간의 경험범위 내에서 관찰하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콩 가지고 장난친 그 신부님 은 수 세기에 걸쳐서 한 것도 아니고… 또 요즘 과학중에 인간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게 뭐 몇개나 되겠어요? 쿼크나 수퍼스트링이나 블랙홀은 관찰할 수 있나? 그럼, 경험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면서도 나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이기 때문? ㅎㅎ

또 다른 설명은 인간의 사고는 어쩔 수 없이 범주적이기 때문에, 범주의 경계선에 관한 사고인 진화론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동물은 다른 동물들을 먹잇감으로 범주화하거나 자신의 목숨을 위협하는 존재로 범주화하여 자신을 보호한다. 다른 동물들의 범주화를 통해 자신의 삶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다. MIT의 한 연구팀은 원숭이를 활용한 사진을 통해 고양이와 개의 일반적인 모습을 인식하도록 훈련받았다… 이런 학습 능력을 ‘뇌의 적승성’ 또는 ‘유연성’이라고 지칭한다. 즉, 원숭이의 전두엽 피질에 있는 뉴런 집단이 특정 범주에 각각 반응한다는 것이다.
MIT 연구팀은 고양이와 개의 형상을 혼합시킨 카메라 이미지를 제시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원숭이에게 보여주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보여주는 이미지의 50퍼센트 이상이 개일 경우, 개와 관련된 범주 뉴런이 작동했으나 이미지의 50퍼센트 이상이 고양이로 바뀌자 개 사진에 반응하였던 범주 뉴런에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고, 고양이 사진에 반응했던 범주 뉴런이 작동했다. 두뇌의 다른 영역들은 이런 키메라들의 신체 구성비를 관찰하지만, 범주 뉴런은 타협하지 않고 하나로 결론을 내리는 성향을 나타낸다. (닐 마틴, 해빗, 104-5쪽)

이런 연구는 그냥 MIT 연구팀이라고 말하지 말고 도대체 어디서 베껴 왔는지 구체적으로 적거나 적어도 각주라도 달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이런 범주화의 실패 때문에 애플의 뉴턴이 실패했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말이 좀 꼬이는 느낌이…

애플은 1993년 세계 최초로 PDA 뉴턴을 출시했지만 한동안 상당히 고전을 면치 못했다. 사람들이 뉴턴이라는 새로운 장치를 어떻게 범주화해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전자수첩을 출시한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이후 팜 파일럿이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고객들의 마음속에 PDA라는 새로운 제품 범주가 생겨났다. (107쪽)

그러니까, 범주화에 실패했기 때문에 애플 뉴턴은 망했는데, 나중에 팜 파일럿이 성공하고 나니까 사람들 마음속에 새로운 범주가 생겨났다구요? 그럼 팜 파일럿은 왜 안망했을까요?

말이 새는 느낌이지만, 도대체 진화론에 대해서 그렇게나 강력한 저항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개념 노트: 목표를 세우는 사람이 성공한다고?

Posted on February 12, 2010

자주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1953년 예일대학 졸업생들을 상대로 자기 목표를 글로 쓴 사람이 얼마냐 되는지 물었더니 약 3%였습니다. 20년이 지나 이 졸업생들의 부를 조사했더니 앞에서 목표를 글로 썼던 3%가 가진 재산이 나머지 97%가 가진 재산을 모두 합한 것보다 더 많았다고 합니다.

누가 한 이야기일까요? 지그 지글러? 브라이언 트레이시? 안토니 로빈스? 제이 리펜베리?

서로가 서로를 베낍니다. 그런데, 그런 연구는 한 적이 없었다고 하는군요. 제목도 의미심장합니다. 성공하려면 이런 사람들 말을 듣지 마라

As further evidence, Spengler provided excerpts from the 1953 yearbook. No one stated personal goals, but most of the graduates predicted their future lines of work: Roberto Goizueta, Coke’s CEO, predicted his future would be with Cuba’s Compani Industrial del Tropico S.A.; William Donaldson and Dan Lufkin, founders of Wall Street’s Donaldson, Lufkin & Jenrette, forecast futures in law. Forrest Mars, Jr., now chairman and CEO of Mars, Inc., listed “no” for employment possibilities.
Finally the CDU went to Yale for the last word on the Class of 1953. Research Associate Beverly Waters reports that a recent outbreak of articles citing the study in publications as diverse as Dental Economics and Success magazines prompted her to undertake an exhaustive search of Yale alumni archives—where she found no evidence that such a study had ever been conducted. Says Waters, “We are quite confident that the ‘study’ did not take place. We suspect it is a myth.” (Fast Company )

아마도 머니해킹을 읽은 사람이라면, 제가 이런 류의 자기계발서를 아주 싫어한다는 것을 알겁니다. 그렇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었죠. 목표가 없는 사람이 그 목표를 달성할 수는 없을 거라는 의미에서… 그러니까 목표설정은 목표달성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취지에서요… 이런 연구가 아예 없었고, 그냥 지어낸 이야기라는 것은 좀 놀랍네요. 우리 주변에는 이런 이야기가 얼마나 많을까요? 리처드 와이즈만의 “59초”라는 책이 이런 식의 어반 레전드에 대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심리학에(심리학 연구를 빙자하여 만들어진) 이런 어반 레전드가 많다는 것은 별로 놀랍지는 않습니다. 아직 읽지는 않았는데 뭐, 제가 싫어하는 분야에 대해서 비판하는 책이라니 좀 호기심이 생기긴 합니다. 책에서도 말한 것처럼, 이런 식의 어반 레전드의 규모나 영향력, 그리고 폐해가 상상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출판, 강연, 세미나, 컨설팅 등등등… 어쩌면 그게 이유일 수도 있겠죠.

독서 노트: 자기 최면에 걸린 사람들

Posted on February 10, 2010

영희는 마케터입니다. 최고의 마케터를 꿈꿉니다. 그렇지만, 오늘은 마케터로서 첫 발을 내디딘 날입니다. 그 동안 열심히 마케팅을 공부한 결과, 마케터로 취직되었고, 오늘은 첫 출근날입니다. 과제는 별다방으로 가서 소비자의 구매 원인을 알아내는 것입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별다방 앞에서 막 들어가려는 사람을 잡고 물어봅니다. “안녕하세요? 왜 별다방에서 커피를 마시나요?”

그가 대답합니다.

“맞아. 내가 미쳤나봐. 이렇게 비싼 커피를 마시다니…”

그는 서둘러 발길을 돌립니다. 등 뒤에서 점장님의 싸늘한 눈빛이 비수처럼 꽃힙니다. 심지어 한 할머니는 양 손을 꼭 잡고 이렇게 말합니다.

“처자, 고마우이… 덕분에 매일 비싼 돈을 주고 커피를 마시던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게 되었어. 복 밭을겨…”

기가 막힙니다.

다른 사람들도 뭐 도움이 안되긴 마찬가지입니다. 영희가 보기에는 커피 타는 아가씨 얼굴이 호신술인데, 어떤 남자는 커피 타는 아가씨 얼굴이 이뻐서라고 말합니다. 다른 사람은 별다방의 고객 서비스에 “아주 만족”한다고 말했지만, 정작 자기는 친구가 여기서 보자고 했기 때문에 여기 온거지 평소에는 콩다방에만 다닌답니다. 나참.

사람은 합리적이라는 전제에 도전장을 던지면서 기존의 경제학에 도전장을 던진 행동경제학에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곳은 바로 행동재무학이라는 분야였구요, 그 다음으로 마케팅이 강한 호기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에서도 말한 시스템 I/시스템 II, 직관과 합리성, 본능과 이성, 도마뱀의 뇌와 인간의 뇌… 아주 정확한 묘사는 아니지만, 대충은 서로 비슷한 이야기입니다. “해빗” (닐 마틴 지음, 홍성태, 박지혜 옮김)의 저자는 습관적 사고와 관리적 사고라고 나눕니다.

사람은 원래 구매결정을 할 때 대개 아무 생각이 없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별다방에 오는 사람들은 원래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굳이 “왜”라고 물어본게 화를 자초한거죠. 그냥 습관적으로 들어왔는데, “왜”라는 질문을 받고는 바로 “관리적 사고”로 넘어가서 스스로의 행동에 의문을 제시한거죠. 그리고, 어떤 사람은 아무런 이유도 없다는 것을 간파하고는 결심을 바꿉니다. 다른 사람은 억지로 아무 이유나 만들어 냅니다. 그렇게 해서 아무 이야기나 만들어내면, 영희같은 마케터는 이것을 근거로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 어쩌라구요? 닐 마틴은 습관에 호소하는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고 합니다. 말이 쉽죠. 습관이 어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나요? 지금까지 사람들이 듣도보도 못한 제품에 대해서 어떻게 습관을 만들라구요?

닐 마틴의 이야기로부터 추론해 보자면(34-5페이지), 만약 자기가 현재 업계에서 1등이라면 고객이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도록 즉 습관에 따라가도록 내버려두어야 하는거구요… 만약 1등의 아성을 도전하는 2등이라면 습관에 도전하고 생각하도록 유도해야한다는거죠. 그러면 고객은 스스로 비교할테니까요.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AC 닐슨의] 알라스타 고든과 던컨 스튜어트는 ‘오메가 룰’과 ‘델타 모멘트’를 기반으로 하는 델타퀄(DeltaQual)이라는 소비자 조사방법을 만들었다. 델타퀄 분석은 소비자의 무의식적인 구매 행동 뒤에 숨어 있는 규칙을 분석해, 소비자들이 새로운 자극이나 브랜드에 반응할 가능성이 높은 순간을 찾는 것이다.
소비자의 반복적인 구매 행동 속에 숨어 있는 규칙들의 집합, 오메가 룰은 소비자들이 마음속에 갖고 있는 체크리스트라고 할 수 있다. 고객은 반복 학습을 통해 경험적 지식을 갖게 되지만, 습관으로 형성된 후에는 그간의 반복 학습 과정을 잊어버린다. 즉, 자동적으로 운전하는 상태에서는 사람들이 오메가 룰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 상황의 변화로 소비자가 오메가 룰을 쓸 수 없는 상황이 생기는데, 이를 델타 모멘트라고 한다. 델타 모멘트는 습관에 의해 자동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의식적으로 평가하는 상황을 일컫는다. 델타 모멘트의 순간에 고객은 새로운 선택에 눈을 뜨게 된다. (71-72쪽)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도널드 노먼은 요즘 나오는 제품의 디자인이 너무 복잡한 것은 기업의 조직구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제품은 기업의 조직 구조를 반영한다”는거죠 (59쪽). 그러니까, 한 100페이지쯤 넘어가 보면,

고객이 무의식적으로 제품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힘들지만 기업의 조직부터 개편해야 한다. 기업 내 제품 창안자가 비전을 가진 리더가 되어 제품을 개발하고 출시하는 ‘제품 챔피언’이 되어야 한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같은 인재처럼 말이다. 아이폰이나 아이맥이 잡스의 재품 개발 비전에 부합하지 못했다면, 아마 쓰레기통에 버려졌거나 계획 단계에서부터 수정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VOD를 개발한 케이블 회사 내에는 ‘인터페이스가 모든 걸 망쳤어! 고쳐!”라고 목소리를 낼 만한 제품 챔피언이 아무도 없었다. (146-7쪽)

그러니까, 성질 나쁜 것도 축복이라는거죠.

고객의 85퍼센트가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대체적으로 만족하거나 매우 만족한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만족한 고객의 단 8퍼센트만이 재구매를 했다고 나타났다. 이 사실을 발견한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고객 만족을 위해 그동안 불철주야 고민하고 노력한 마케터와 CS 전문가에게 이 조사 결과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고객 만족’이 고객을 유지하는 데 별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기업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22-3쪽)

마케터의 일이라는게 따지고 보면 고객을 세뇌시키고, 훈련시키고, 적응시키고, 습관화하는건데 (어쩌면 그래서 전 이쪽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고객만족이나 기타 회사에서 옳다고 두루두루 인정되는 가치들도 마케터들 스스로가 만들어낸 자기 최면 내지는 습관적 사고의 일부가 아닐지… 어쩌면 이런 사고방식에도 델타 모멘트가 온 것은 아닌지…

책의 구성이 약간은 오디오판이 튀듯이 좀 왔다갔다합니다만, 그리고 (대부분의 마케팅 책이 그렇듯이) 따지고 보면 답도 없는 이야기이지만, 이런 점을 감안하고 읽으면 나름 재미있습니다.

개념 노트: 그렇다면, 본능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가?

Posted on February 08, 2010

약간 이야기가 거꾸로 가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목적 지향적 기계장치에 물리적으로 코딩되는 프로그래밍도 있다. 일례로 시계에는 1분이 어느 정도고 1시간은 몇 분인지에 관한 정보가 기계적으로 내재하며, 인간의 신체에는 유전적 프로그래밍이 DNA 형태로 존재한다. 자명종 시계처럼 환경에 따라 수정 가능한 프로그래밍도 있는데, 파블로프의 개가 보여주듯이, 생명계도 후천적으로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구조다. 일반적 목적 지향성이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바꾸어 가며 여러 가지 제어를 실행할 수 있는 정보 프로세싱 시스템도 있다. 이를테면 관료제는 혁명이나 쿠테타로 정부의 성격이 완전히 바뀌어도 제어 역량을 상실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반 정보 프로세싱 시스템이다. 생명계에서 발견된 프로그래밍 가능한 구조 중에서 가장 범용적인 것으로는 척추동물의 두뇌, 특히 인간의 두뇌를 들 수 있다. (제임스 R. 베니거 지음, 윤원화 옮김, 컨트롤 레벌루션, 76쪽)

파블로프의 개가 보여주듯이…

그 다음에는 손다이크퍼즐박스 가 말해주듯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키너상자 가 말해주듯이… 물론 파블로프의 개도 잘못된 정보로 프로그램 속에 “버그”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주었지만, 특히 스키너의 상자는 이런 “버그”가 어떻게 생기는지를 구체적으로 묘사하였죠.

이 상자로 스키너는 비둘기를 대상으로 ‘미신’에 관한 아주 우아한 실험을 했고, 그 결과 반응 학습이 임의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는 굶주린 비둘기를 스키너의 상자에 넣은 다음 새가 어떻게 행동하든 상관없이 정기적으로 음식을 제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둘기가 임의적인 행위를 반복하는 것이 관찰되었다. 한 비둘기는 음식이 제공되는 시간 사이에 상자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두어 번 돌았다. 다른 비둘기는 상자의 위쪽 모서리에 머리를 반복적으로 밀어 넣었다. 한편 고개를 위로 쳐드는 행동을 하는 비둘기도 있었는데, 마치 보이지 않는 빗장을 머리로 들어 올리려는 듯이 보였다. 비둘기는 음식이 제공되기 직전에 자기가 우연히 행하던 동작을 반복하는 것을 배운 터였다. 이를 가리켜 스키너는 ‘미신적’ 행동이라 불렀다. 비둘기들이 마치 자신의 행위가 음식을 만들어 냈다고 믿는 듯이 행동한다는 뜻이었다. 그는 인간들도 이와 비슷하게 미신적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많은 운동선수와 팬들이 행운을 가져다주는 마스코트를 지니고, 시합 전에 이상한 행동을 하는 이유가 이것으로 설명된다. 서브를 넣기 전에 독특한 방식으로 공을 바닥에 튀기는 테니스 선수들이 있다. 고란 이바니세비치는 테니스 토너먼트가 열리는 기간 내내 머리와 수염을 절대 건드리지 않았다고 한다. (크리스 프리스 지음, 인문학에게 뇌과학을 말하다, 153쪽)

결론은 그럴 수 있네요.

개념 노트: 본능은 정교한 통계 프로세서

Posted on February 07, 2010

간단한 실험입니다. 손을 따라 커서가 가게 만들어 놓고, 손은 보지 못하게 가리고 컴퓨터 화면을 보여줍니다. 컴퓨터 화면은 약간 왜곡도 있고, 중간이 지나야 커서를 보여주고, 어떨 때는 아예 커서를 보여주지도 않습니다.

크리스 프리스는 이런 실험을 최초로 한 사람은 1965년 덴마크 심리학자 T.I. 닐센이었고(이때는 커서가 아니라 흰 장갑을 낀 조수의 손을 보여줌), 나중에는 피에르 푸르네레가 리용의 마르크 잔느로 실험실에서 이런 실험을 했다고 합니다 (크리스 프리스, 인문학에게 뇌과학을 말하다, 114쪽).

도대체 이런 실험을 왜 할까요? 크리스 프리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 손이 뇌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나는 내 손이 지금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 자각하지 못한다. 이런 관찰 결과는 어디에서 나의 신체가 끝나고 바깥 세계가 시작되는지 그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꿈보다 해몽인건지… 꿈보다 해몽의 진짜 사례는 2004년 거의 똑같은 실험을 한 콘라드 쾨딩(Konrad P. Körding: 이렇게 읽는 것 맞나?)과 다니엘 월퍼트(Daniel M. Wolpert)입니다. 이들은 거의 똑같은 실험을 하고, 그 결과를 네이처지에 발표하면서 우리의 지각/운동 학습은 베이즈적인 통계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Bayesian integration in sensory motor learning ). 사실 똑같지는 않습니다.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일단 천번 정도 연습해 보게 한 다음에, 그 다음 천번의 결과를 기록했네요.

플라톤이나 데카르트같은 철학자는 본능 대 이성, 직관/감정 대 지성이라고 합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시스템 I과 시스템 II에 대해서 말합니다. 진화심리학에서는 도마뱀의 뇌와 사람의 뇌에 대해서 말합니다. 이 가운데 본능 내지는 감정 내지는 시스템 I 내지는 도마뱀의 뇌가 베이즈 정리를 따르는 정교한 학습/교정 모델이라는거죠.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또는 판단에 짧은 시간이 필요할수록 결국 우리는 본능이나 느낌이나 감에 의존해서 판단할 수 밖에 없는데, 이 본능이나 느낌이나 감은 따지고 보면 단순한 베이즈 모형이라는거죠. NYT에서 좀 더 쉽게 설명해 놓았네요.

When Justine Henin-Hardenne rips a cross-court forehand at the Australian Open or Tom Brady, the New England Patriots quarterback, dodges an onrushing defender, each looks like the very definition of living in the moment. Like other great athletes, they often appear to rely on speed, strength and lightning-fast reactions.
There seems to be little time for highly advanced quantitative analysis that weighs current observations against past experiences to suggest a plan of attack.
But this kind of analysis is precisely what the human brain does when facing a physical challenge, according to a study by two European scientists published in the current issue of Nature. The more uncertainty that people face — be it caused by wind on a tennis court, snow on a football field or darkness on a country highway — the more they make decisions based on their subconscious memory and the less they depend on what they see.
Among researchers, the combining of new information with conventional wisdom is known as Bayesian analysis, and it has become increasingly popular in recent years. Once controversial, because it muddies supposedly pure scientific data with subjective opinion about which prior research is relevant to a particular study, it has gained adherents as the explosion of computing power has allowed the method’s complex formulas to be performed on a basic laptop computer. (Subconsciously, athletes may play like statisticians )

볼프람 슐츠(Wolfram Schultz)에 따르면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도파민이라는 신경물질이라고 합니다. 이게 하는 역할은 우리가 하는 예측이 정확하면 상을 주고(도파민 분비) 예측이 부정확하면 벌을 주는(도파민 안줌) 간단한 반응입니다.

A mechanism for learning exactly what to do to get rewards (or avoid punishments) also exists. It’s called the temporal difference (TD) algorithm. This procedure allows a machine to discover the best sequence of actions to perform in order to get something of value. This procedure is also known as the Actor-Critic model. One part of the program, the Actor, chooses the next action to perform. The other part of the program, the Critic, indicates how good this action was. This critic tells the actor about any errors in the prediction. A good action is one in which the situation we are in now has a value that is higher than the situation we were in before performing the action. The critic is commenting on the change in vlaue from one time to the next (hence ‘temporal difference’). Value is higher after an action that gets you nearere to the reward. This is a way of discovering the pathway that lead to rewared. Value is highest in the place right next to reward. As we move away from the reward, the value gets smaller. By moving toward the places with higher value, we will eventually reach the reward. Of course these value are not actually marked on the real world. they are marked only on the internal model of the world we have in our brains, the model that has been built up by learning and experience.
Wolfram Schultz and the computational scientists Peter Dayan and Reed Montague showed that the behavior of dopamine nerve cells was exactly what you would expect if the monkey’s brain were using the same learning methods as a machine using the TD algorithm. The activity in the dopamine nerve ecells is the prediction error that enables the monkey to learn without a teacher. This kind of learning doesn’t just occur in the nerve cells of monkeys. Learning by prediction can explain the behavior of bees looking for the best flowers and the behavior of humans gambling for money. In both cases learning by prediction creates a map of possible of actions indicating which actions are the most likely to lead to rewards. (Christopher D. Frith, Making up the mind: how the brain creates our mental world, pp. 96-97)

TD 알고리즘에 대한 위키피디어 링크scholarpedia link 입니다. TD 알고리즘과 베이즈 정리 사이의 유사성은 베이즈가 만든 당구공의 위치찾기 문제를 보면 좀 더 쉽게 알 수 있겠네요. “춤추는 술고래의 수학 이야기”라고 번역이 된 “The Drunkard’s Walk”에는 이렇게 나옵니다.

Bayes approached the problem via a metaphor. Imagine we are supplied with a square table and two balls. We roll the first ball onto the table in a manner that makes it equally probable that the ball will come to rest at any point. Our job is to determine, without looking where along the left-right axis the ball stopped. Our tool in this is the second ball, which we may repeatedly roll onto the table in the same manner as the first. With each roll a collaborator notes whether that ball comes to rest to the right or the left of the place where the first ball landed. At the end he informs us of the total number of times the second ball landed in each of the two general locations. The first ball represents the unknown that we wish to gain information about, and the second ball represents the evidence we manage to obtain. If the second ball lands consistently to the right of the first, we can be pretty confident that the first ball rests toward the far left side of the table. If it lands less consistently to the right, we might be less confident of that conclusion, or we might guess that the first ball is situated further to the right. Bayes showed how to determine, based on the data of the second ball, the precise probability that the first ball is at any given point on the left-right axis. And he showed how, given additional data, one should revise one’s initial estimate. In Baysian terminology, the initial estimates are called prior probabilities and the new guesses, posterior probabilities. (Leonard Mlodinow, The Drunkard’s Walk, pp. 110-111)

그러니까, 당구대 위에 공을 하나 굴립니다. 우리 숙제는 그 공의 위치(왼쪽/오른쪽)를 찾아내는 겁니다. 우리가 쓸 방법은 두번째 당구공입니다. 그걸 굴리면 누군가 옆에서 첫번째 공과 비교해서 두번째 공이 어디 있는지 알려줍니다. 그 자료를 기초로 해서 첫번째 공의 위치를 찾아내는거죠. 그러니까, 언제나 두번째 공이 첫번째 공의 오른쪽으로 간다면 그 공은 왼쪽에 붙어 있는거죠. 그리고 여러번 굴렸는데 반반이라면 첫번째 공은 대충 가운데 있는거죠.

그러니까, 도파민을 이용하는 우리의 본능/직관/감정은 베이즈 방법을 활용한 TD 알고리즘의 구현이라는거죠. 어쩌면, 며칠전 이야기한 범생의 전수조사에 대비하여 비즈니스맨이 사용하는 전수조사 도 이것과 통할 수도 있겠네요. 또, 오래전 yes에 대한 서평 에서 쓴 것처럼, 도마뱀의 뇌가 경험치가 낮으면 어떤 결함을 가지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연결이 되는 이야기이겠네요.

도마뱀의 뇌는 통계적 사고에 능합니다. 그렇지만, 통계적 사고의 한계인 경험치가 낮느면(즉 데이터가 적으면) 신뢰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온다는 한계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그러니까 아마추어는 괜히 소로스 따라한다고 까불다가 패가망신할 수 있다는거죠. 뱀장사가 하는 말처럼, “애들은 가라”는 거죠.

앞에서 인용한 뉴욕타임즈 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두 사람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The human brain knows about Bayes’s rule,” said Konrad P. Körding, a postdoctoral researcher at the Institute of Neurology in London, who conducted the study published in Nature along with Daniel M. Wolpert, a professor at the institute…
“I’m quite comfortable with the idea that people use probability,” said Dr. Stigler, the Chicago statistician. “The idea that it’s associated with a Bayesian approach is not quite clear.”

꿈보다 해몽이라니까요…

개념 노트: 잠재의식 광고

Posted on February 05, 2010

그냥 책 전체에 대한 이야기와 구분하기 위해 책이나 웹 등에서 읽다가 부딛친 개념을 따라갈 때 쓰려고 합니다. 그냥 제 생각과 그런걸 정리하려 합니다.

언제인지 몰라도 잠재의식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언제나 빼먹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가 바로, 무슨 영화에 팝콘이라든지 콜라라든지 하는 글자를 육안으로 구분할 수 없는 짧은 시간동안 (1/3000초)반복해서 보여주면 사람들이 콜라를 사먹고 팝콘을 더 많이 사먹는다는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이건 영어권 사람에게만 효과가 있는건지, 외국인이 봐도 효과가 있는건지, 또 눈이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짧은 시간 동안에 과연 그 문자를 읽을 수 있는건지, 내지는 차라리 그림을 쓰면 더 효과적일지 않을지 하는 궁금증이 들었었더랬죠.

그런데, 이 이야기는 제임스 비카리 라는 사람이 실험 결과를 내세우면서 일약 유명해졌는데, 그게 나중에 근거가 없음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어반 레전드로 자리잡아 누구도 이게 과연 진짜인지 가짜인지 신경쓰지 않고 여전히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있건 없건) FCC에서는 이런 광고를 금지시키도 했었구요…

In 1957 James Vicary claimed to have inserted two advertising messages, Eat Popcorn and Drink Coca-Cola, in the film Picnic. The messages were shown repeatedly, but their duration was so short that they were never consciously perceived. Vicary claimed that over a six-week period the sales of popcorn rose by 58% and the sales of Coca-Cola rose by 18%. No evidence was ever brought forward to substantiate these claims, and in 1962, Vicary stated that he made up the whole story. Nevertheless many popular books were published based on this report, with titles such as Subliminal Seduction. (Christopher D. Frith, Making up the mind: how the brain creates our mental world, p. 44)

위 책은 “인문학에게 뇌과학을 말하다 (크리스 프리스, 장호연 옮김, 동녘 사이언스)로 번역되어 나왔네요. subliminal advertising 이란 글도 읽어 볼 만 하네요.

독서 노트: e-myth 그리고 사업이라는 알고리즘

Posted on February 05, 2010

철수는 자전거 샾에 다닙니다. 몇 년 다니다 보니, 이제 자전거라면 도삽니다. 심지어는 자전거샾에 들어오는 사람 표정만 봐도 뭐가 문젠지 압니다. 철수가 너무 잘 하기 때문에 사장은 매일 별다방, 콩다방에서 커피 홀짝거리고 노닥거리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그날도 그런 식이었습니다. 어쩌면, 날씨 때문이었는지 어쨌든지 어쨌든 갑자기 내가 왜 저 자전거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는 커피 매니아 밑에서 일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일을 하면서 단골들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모두들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심지어는 따로 가게를 차리면 꼭 찾아 와서 도와주겠다는 사람도 꽤 있습니다. 마음이 들떠서 며칠 생각한 다음 용단을 내렸습니다.

그동한 저축한 돈이랑 심지어는 전세금까지 빼서 자기만의 바이크샵을 차렸습니다. 기분 좋습니다. 단골손님들도 이제 철수네 바이크샵으로만 옵니다. 당연하죠. 자전거라면 철수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돈도 제법 벌었습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열심히 일합니다. 커피 매니아를 위해서 일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를 위해 일하는 것이니, 또 일하는 만큼 자기가 돈을 버니 얼마나 신나겠어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갔습니다. 한 6개월은 너무 신났습니다.

그런데, 점점 일이 많아 지고 힘들어 집니다. 직원도 구해 봤는데, 역시 자기만큼 잘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다못해 다른 일이라도 시키려고 해도 경리면 경리, 부품 구입 관리면 부품 구입 관리, 손님 접대면 손님 접대, 전화받기면 전화받기, 심지어는 커피 끓이는 것 하나까지도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돌아버리겠습니다. 직원들은 내 마음도 몰라주고 그냥 하루종일 빈둥거립니다. 결국 일은 밤 늦게까지 남아서 하는 한이 있어도 자기가 합니다.

한 1년 지났습니다. 이제는 자전거만 봐도 신물이 납니다. 웬놈의 자전거가 그리 고장도 잘 나는지… 그냥 며칠이고 몇달이고 때려치고 자전거가 없는 나라로 멀리 여행이나 갔으면 좋겠습니다.

문제가 무엇이었을까요? 그는 자전거 귀신입니다. 자전거에 대해서 잘 아니, 자전거샵을 열면 대박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나름대로 업계에서는 인정도 받았고, 꽤 손님도 모이니 이것도 대박이라면 대박이죠. 그런데…

마이클 거버는 “e-myth”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미국에서는 1년에만도 백만 개가 넘는 개인사업이 문을 엽니다. 그 중에 40%는 1년을 못 넘깁니다. 5년이 지나면 80%는 흔적도 없습니다. 10년이 지나서도 살아남은 것은 4% 내지는 40,000 업체입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기술을 알기 때문에 경영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거죠.

책 제목은 “The E-myth Revisited”입니다. 여기 에서 둘러볼 수 있습니다. 한글 번역도 나와 있습니다. 진짜로 번역이 반역입니다. “내 회사 차리는 법” (김원호 역, 리더스 북) ...

번역이 반역인 이유는 마이클 거버는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원인이 철수가 사업을 한 게 아니라, 스스로 자기를 위한 일자리 그러니까 그냥 자기를 고용해 줄 회사를 하나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사업을 만든다는 것은 기술을 아는 것과도 다르고, 그냥 경리나 실무나 마케팅 같은 경영기술을 이해하는 것과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제목의 “e-myth”는 바로 많은 사람이 자기가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에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대부분이 “기술자(technician)”임을, 그러니까 그런 착각을 일컫는 말입니다. 제목에서 “revisited”라는 것은 대충 재판이라는 뜻인데, 그럼 원판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할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이 책의 원작인 “The E-Myth”는 1985년 언더그라운드 세계의 베스트셀러였습니다. 대충 백만권 이상이 팔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대로 출판사를 통해서 출판한 책 제목이 “The E-Myth Revisited”인거죠.

그래서 어쩌라구? 저자는 창업을 하는 사람은 먼저 조직도를 만들라고 합니다. 물론 자기 혼자 하는 일이죠. 그렇지만, 회사라면 의례 사장도 부사장도 필요하고, 마케팅 팀도 회계 팀도 생산/서비스 팀도 필요하겠죠. 이렇게 조직 차트를 만드는거죠. 그리고, 모조리 자기 이름을 집어넣는 겁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이건데, 스스로 마케터로서 또는 회계담당으로서 또는 생산/서비스 책임자로서 하는 일을 기록하고, 매뉴얼화하는 겁니다. 왜 그렇게 하느냐구요? 경영조직의 프로토타입을 만드는거죠. 그렇게 해서 누가 오더라도 그 자리를 책임지고 맡아서 끌고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이걸 마이클 거버는 프랜차이즈 전략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도입해서 사업을 하라는게 아니고, 거꾸로 프랜차이즈화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라는거죠. 시스템을 만들라는 겁니다.

그건 그렇다치고, 제목에 웬 뜬금없는 알고리즘이냐구요? “모름지기 알고리즘이란건 특정한 문제를 특정한 방식으로 푸는건데… 컴퓨터 알고리즘이란 특정한 문제를 특정한 순서를 통해서 해결하는거잖아…”

컴퓨터 알고리즘이 있기 전에 수학에서 알고리즘이 있었죠. 그러니까 누구나 알고 있는 1에서 100까지 세는 방법에 대한 가우스 셈법 같은 것… 이게 경이적인 것은 누구나 가우스 방식을 이용하면 아주 많은 연속하는 수의 합도 쉽게 셀 수 있다는거죠. 여기서 방점은 누구나에 찍힙니다. 그 사람 아이큐가 얼마건, 학력이 얼마건, 체력이 얼마건 중요하지 않죠. 컴퓨터 알고리즘도 마찬가지죠. 지정한 절차만 제대로 따른다면 그게 무슨 컴퓨터이건 별로 상관 없죠.

그러니까, 제가 보기에 마이클 거버가 주장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방법은 바로 평범한 능력과 지성을 가진 사람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공정을 만드는 것이 바로 사업이라는거죠.

맥도날드를 바로 머리에 떠올렸다면, 아주 당연한겁니다. 맥도날드 체인점을 만든 레이 크로치 는 1954년 캘리포니아 샌 버나디노의 조그만 햄버거 가게에서 바로 이런 공정을 발견합니다. 그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이들이 똑같은 품질의 프렌치 프라이를 만드는 기술이었죠. 그 자리에서 이 사업을 하고 있던 맥 맥도날드와 딕 맥도날드에게 프랜차이즈를 하자고 제안합니다. 그래서 맥도날드가 탄생했습니다. 레이 크로치는 프렌치 프라이 만들기를 예술의 경지에 올려 놓았습니다. 누가 해도 똑같은 프렌치 프라이가 나오게 하는거죠. 여기에 대해서 지금은 아주 유명해진 말콤 글래드웰은 2001년 뉴요커지에서 그가 만든 “소위 감자 컴퓨터(so-called potato computer)”에 대해서 말합니다. 말이 좋아 감자 컴퓨터지 어느 맥도날드 매장에나 있는 온도계입니다.

Perhaps his most enduring achievement, though, was the so-called potato computer—developed for McDonald’s by a former electrical engineer for Motorola named Louis Martino—which precisely calibrated the optimal cooking time for a batch of fries. (The key: when a batch of cold raw potatoes is dumped into a vat of cooking oil, the temperature of the fat will drop and then slowly rise. Once the oil has risen three degrees, the fries are ready.) Previously, making high-quality French fries had been an art. The potato computer, the hydrometer, and the curing bins made it a science. By the time Kroc was finished, he had figured out how to turn potatoes into an inexpensive snack that would always be hot, salty, flavorful, and crisp, no matter where or when you bought it. (The Trouble with Fries )

미국 패스트푸드 혁명은 이렇게 시작됐답니다. 사업이란 바로 이렇게 하라는거죠. 한국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또 번역은 반역이지만) 강추하는 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추가: 위에서는 알고리즘으로서의 맥도날드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Information Architects 에서는 2006년 10월 치즈버거를 인터페이스로, 그리고 인터페이스를 브랜드로 설명한 꽤 흥미로운 글을 실은 적이 있었죠.

While checking out (paying), I decide to go through with this thought, and look closely at the cheeseburger, and yes, indeed. The cheeseburger as has the easiest food interface one could think of. No forks, no knives, no spoons, no plates, no chopsticks. Like a sandwich, but softer and sweeter and above all: Standardized. No alarms and no surprises when eating a cheeseburger. Almost as simple as “the only intuitive interface” – the nipple. Sandwiches can be complicated at times. (The Interface of a Cheeseburger )

이 글도 강추입니다.

나도 아이패드 이야기...

Posted on February 03, 2010

아이패드 이야기라기보다는 링크 모음… 지금까지의 반응을 보면 iPad는 스티브 잡스의 생애 최고의 대박이 되거나, 아니면 완전 쪽박차게 되거나… 그럴 것 같긴 한데,

아이패드에 없는 것들 에 따르면, 아이패드에는

  • 멀티태스킹,
  • 드랙/드롭 파일관리자
  • USB
  • SD slot
  • 플래시
  • HDMI out
  • 1080p playback
  • 네이티브 와이드스크린
  • 카메라
  • full GPS
  • 오픈 SDK

왜 멀티태스킹은 안되고(이건 누가 봐도 의도적으로 막아놓은 거다), 드랙/드롭 파일관리도 안되고, USB, SD도 안되고 플래시도 안될까?

또, iBooks는 미국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고 하며, 갈수록 점입가겸…

스티브 잡스는 구글의 착하게 살자는 불싯이고, 어도비는 게으르다 고 하고, 드디어 오늘은

아이폰용 이북 리더기 스탄자에게 USB 공유 기능을 빼라고 부탁/명령

물론, 이게 컨텐츠를 위한 플랫폼이라는 것은 첨부터 알고 있었지만, 또 스티브 잡스는 자기의 매력으로 온갖 말도 안되는 것들을 사용자들이 수용하도록 하는 것도 알고 있지만, 게다가 이번 그림에는 맥그로힐이나 뉴욕타임즈같은 막강 컨텐츠 제조기들이 합류한 것도 알고 있었지만, 대충 이제 스티브 잡스가 그리는 컨텐츠 플랫폼의 윤곽이 드러나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그 윤곽이 싫다.

추가: 난 스티브 잡스를 좋아하고, 애플을 좋아하지만, 왠지 지금 단계에서는 이게 애플의 무덤 내지는 적어도 스티브 잡스의 무덩미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 이유는

  1. 애플이 성공한 비결은 럭셔리 아이템이지 싸구려 코모더티가 아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애플의 이해관계와 출판사나 언론사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린다. 애플이 과연 iPad를 아이팟이나 아이폰과 같은 럭셔리 아이템이 아닌 commodity로 바꿀 수 있을 것인가? 공짜 아이팟도 지금 아이팟의 매력이 있을 것인가? 벌써 iPad가 비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미 제조원가가 절반도 안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커머디티 시장은 애플의 시장이 아니다.
  2. 과거에 애플도 실패한 적이 있고(예: 뉴턴), 스티브 잡스도 실패한 적이 있다(예: 넥스트스텝). 그런 실패에서 애플이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은 성크 코스트(sunk cost)의 오류에 빠지지 않고 안되는 프로젝트를 쉽게 포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애플의 이해관계와 출판사나 언론사 등 참여자의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이건 mp3와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 아이팟 mp3가 대박을 친 이유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시장이기 때문이다. 즉, 아직까지도 아이튠스 스토어는 주류가 아닌 마이너리그의 장이다. 그러니까, 음악가들 관점에서 보자면 자기가 투자하지도 않았는데 공짜로 생긴 축복과도 같은 경이로운 스티브 잡스의 선물이었던 것이다. 만약 파라마운트나 기타 RIA 레코딩 회사들이 아이튠즈 스토어의 제작 단게에서부터 참여하고 간섭했었더라면 지금의 아이팟의 성공은 없었을 것이다. 또 요즘 맥그로힐과 아마존 사이의 분쟁을 보면 아무래도 책값이 킨들에서보다 높게 책정될 것 같다. 책의 다양성도 떨어지고… 그러니, 럭셔리 아이템도 아닌데다가 더 싼 플랫폼(구글)과 더 싼 컨텐츠(킨들)이 있으면 제아무리 스티브 잡스라도….
  3. 애플의 최대의 약점은 로컬리제이션이다. 지금도 한국 시장에 들어온지도 꽤 됐고 한국에서 버는 돈도 만만찮을 텐데도 한국 시장을 대하는 태도를 보라. 저작권 등을 이유로 하건 뭘 이유로 하건 간에 애플은 로컬리제이션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미국 시장에서라면 몰라도 그 외의 시장에서는 결국 유명무실해질 것이다.
  4.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을 인위적으로 막음으로써 성공한 모델은 없다.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그게 하드웨어 방식이건 소프트웨어 방식이건…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플러시 지원이 되지 않는 이유는 웹 브라우저까지 있는 마당에 플러시가 되면 누구도 애플리케이션을 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말이 아주 설득력이 있다.
  5. 지금까지 인터넷 컨텐츠를 유료화하려는 시도가 성공한 적이 없었다. 광고 빼고는. 뉴욕 타임즈가 전면유료화를 시도하면, 아무도 뉴욕 타임즈를 보지 않을 것이다. 또 아무도 뉴욕 타임즈에 링크를 걸지 않을 것이고, 그냥 인터넷과는 상관 없는 매체가 될 것이다. 만약 뉴욕 타임즈를 iPad에서는 유료화하고, 인터넷에서는 무료화하면 앞의 플래시와 같은 모순이 나오게 된다. (그래서, 왠지 얼마전의 뉴욕 타임즈 유료화 선언이 왠지 iPad관련해서 이미 이야기가 끝난 상태에서 나온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게다가 어차피 저작권 보호를 목적으로 했겟지만 iPad에서는 멀티태스킹이 안되니 아무도 링크를 걸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이건 좋게 생각해도 인터넷을 대체해서 MSN을 만들겠다고 했던 빌 게이츠와 비슷한 짓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6. 난 epub 포맷이 싫다. 링크도 안되고… 조금씩 바뀌긴 하겠지만… 그래서 멀티미디어는 지원하게 되겠지만… 그래도…

독서 노트: 범생이 사회에서 실패하는 이유

Posted on February 02, 2010

모리는 45세, 대기업에 다닙니다. 45세 생일에 오랜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둘 다 같은 직장에 다녔었는데, 오래전 하나는 그만두고 MBA를 한 다음 컨설턴트가 됐습니다. 또 하나는 그만두고 외국계 기업으로 옮아갔습니다. 푸념이 나옵니다. 축하를 듣고도 하는 말이, “배부른 소리 하네…”

친구들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친구를 위해 비즈니스 스쿨을 만들었습니다. 술집에서 한 사람을 놓고 가르치는 거죠. 신바시 비즈니스 스쿨에는 세 가지 기본원칙이 있습니다.

  1. 버린다
  2. 가르치지 않는다
  3. 비상식 (상식 타파가 더 나은 번역이겠네요)

커리큘럼에는 3개가 있습니다. 사고법, 분석기술,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기술입니다. 두어 시간이면 다 읽을 짧은 책입니다. 야마모토 신지라는 일본의 컨설턴트가 45세 생일에 쓴 책, 모리 차장의 비밀과외(홍창미 옮김, 수린재, 2009)입니다.

앞에 영어 공부법에 대한 부분을 읽다가 불현듯 OTL English에서 한 말이 생각났습니다. 범생은 못하는 것을 잘 하려고 하고 열등생 비즈니스맨은 잘하는 것에 집중한다. 비즈니스맨을 그대로 제가 말하는 해커로 바꿔도 될 것 같습니다.

비즈니스맨이 학습 전략을 생각할 때에 중요한 것은 장점을 철저하게 키운다는 발상이지. 비상식적인 발상이지만 말이야. 이에 비해 모법생의 발상은 안 되는 것을 키우려고 하는 것이지. 종합적으로 무언가에 마음을 빼앗기고, 단순하게 시장이 늘고 있고 매력도가 높다고 해서 자신 없는 분야에 나서는 회사는 얼마 안가 쓰러지는 일이 많을거야. (33쪽)

또 있습니다. 범생은 전수조사를 하고, 비즈니스맨은 가설검증법을 쓴다.

분석으로 증명되면 정말 다행이고 반증되면 설정을 바꾸면 그만이야. 대개 가설이 반증될 때는 더욱 큰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겨냥을 잘 해서 여기다 싶은 부분만을 깊이 파고 들어가는 거야. 예를 들면, 아베의 초상화를 그린다고 하자. 아베를 아베답게 보이게 하는 가장 큰 특징이 눈이라 친다면, 눈을 열심히 그려서 표현하는 것이 가설검증법이야. 우등생형 전수조사는 아베의 모든 것을 초사실주의로 꼼꼼하게 그려나가는 것이니까 막대한 시간이 걸리게 되는거지. (104쪽)

이 책에서는 본격적으로 파고들지 않았지만, 경영학의 본질에 대해서 나름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 볼 수도 있겠네요. 경영학 책을 읽다 보면 언제나 결론이 이런 식이라는 인상이 듭니다. “xxx는 이렇게 해서 떼돈을 벌었다. 너도 나서 그렇게 하라.” 톰 피터스의 복음, 스티브 잡스 복음, 피터 드러커 복음인거죠. 그런데?? 이 모든 주장의 뿌리에는 “경영은 과학”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습니다. 말하자면, 돈벌기는 과학에서 사용하는 중요한 기준처럼 “재생가능성(reproductibility),” 그러니까 평범한 누구라도 이렇게만 하면 똑같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말하자면, 과학 교과서에서 물을 산소와 수소로 나누는 방법을 배웠다면, 그걸 누가 하건 결과는 똑같을 수 밖에 없어야 한다는거죠. 그런데, 돈벌이가 과연 과학일까요?

누군가(삼성전자라 칩시다) 스티브 잡스가 하는 것을 보고 그대로 따라해서 떼돈을 벌었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스티브 잡스는 깡통 차겠죠. 우리반에서 1등하는 철수를 누군가 열심히 벤치마크해서 1등했다면, 그때 철수는 1등이 아닌거죠. 그러니까, 제가 보기에 돈벌이 비결은 “reproducible”하지 않고, 따라서 이건 과학이 아니라는겁니다. 뭐,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어요. 과학이 아니면 어때요? 기술이면 어때요? 돈만 벌면 되지…

이 책에서 모리의 친구들은 모리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치려 합니다. 모리가 개깁니다.

바른 말만 하는 사람은 점차 조직에서 배척되어 간다. 우리가 입사했을 때 선배로부터 배운 것이 바로 “게으름 피우지 마라, 대들지 마라, 놀지 마라”라고 하는 조직인으로서의 생존철칙이지 않아? “대들지 마라”는 금과옥조야. 무엇보다도 시야가 좁은 경영진과 그 추종 그룹인 부장급이 없다면 네가 말하는 대로 스스로의 생각으로 승부할 수 있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달라. (52쪽)

그러니까,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조직에서 생존한 사람에게 스스로 생각하라니 어불성설이라는거죠. 친구들은 왜 스스로 생각해야 하는지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읽어 봅시다.

내 속을 썩이던 MBA 동료나 부하 중에도 알게 모르게 이 병에 걸린 사람이 많아. 누군가가 해석 = 의견을 내고 그것을 일반 비즈니스맨이 필사적으로 공부하지. 정신을 차리고 보면 모두 그러한 해석 = 의견이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여 지고 있어. 게다가 해석을 내놓은 인간에게 권위라도 있으면 실로 끔찍하지. 의견이나 해석은 혼자 마구 돌아다니면서 일제히 사고정지 상태를 낳는거야. SCM, BPR, CRM같은 말은 90년대 후반 이후, 우리 기업의 머릿속을 침투해 버린 컨셉의 좋은 예지.

그래서 그는 신문, 잡지, 경영서는 3악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런 증상의 변형도 있습니다. “과거의 성공체험강박증”이라고 하는데, 과거에 성공한 사람은 그대로 하면 또 그렇게 될거라고 믿어 버립니다. 과학의 대상이 다른 사람의 경험이 아닌 스스로의 경험이 되어 버린거죠.

까딱 잘못하다간 “옛날에는 이랬는데” “내가 그 시절에는 말이야” 하는 식의 경험의존증후군같은 걸 말하는건가? (74쪽)

짧고, 두어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분량의 책이지만, 꽤 읽을 만 하구요, 꽤 생각할 거리를 주는 책입니다.

독서 노트: 편집자란 무엇인가

Posted on February 02, 2010

편집자란 책에 목숨 거는 사람들입니다. 김학원 지음, 편집자란 무엇인가 (휴머니스트, 2009)에 따르면요… 영어로는 “bookworm”내지는 “book nerd” 되겠네요…

그보다 더 궁금할게, 나는 왜 이런 책을 읽을까? 새삼스럽게 편집 일을 할 것도 아닌데… 읽을 책을 고를 때 이런 책을 고르는 이유는 내가 대체로 테이블의 맞은편 또는 옆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 궁금해서입니다.

책의 구성은 각 장의 앞에 지겨운 이야기가 나오고, 맨 뒤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월말 수금을 위해 가능하면 15일 이전에 신간을 내달라는 마케팅 담당자의 부탁을 싸늘하게 무시하는 편집자는 기획, 편집의 현장을 잠시 떠나 일주일쯤 반품 창고에서 재생 근무를 시키는 게 좋다. 그토록 수많은 의미를 부여하며 거품을 물고 칭송했던 책이 출고보다 반품이 더 많다는 사실은 마케팅 담당자가 훨씬 정확히 알고 있다. 그래도 침묵하는 것은 편집자의 자존심을 배려했기 때문이다.
난 아직도 영업부 차장과 떠난 1992년의 지방 도매상과 서점 출장을 잊지 못한다. 전국 서점의 현장을 알고 싶어 졸라서 간 첫 출장이었다. 대구에서 경주로, 다시 포항으로 식사 때를 놓치며 쉼 없이 이동했다. 몇심만 원, 때로는 몇만 원을 위해 가는 곳마다 실랑이를 벌였다. 어음 수금을 위해 수십 명의 영엽 부장들이 줄을 섰다. 매출과 수금액에 따라 희비와 대우가 엇갈렸다. 책이 잘 팔린 출판사의 영업자에게는 커피를 대접했고 반대의 경우에는 핀잔을 안겼다. 그렇게 부산, 마산, 군산, 광주, 청주를 다녔다.
부끄러웠다. 그리고 결심했다. ‘함께 일하는 영업부 직원이 서점의 현장에서 내가 펴낸 책으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 일주일 동안의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며 나는 이 말을 속으로 수없이 다짐했다. 매일 보는 그들이었지만 그들의 현장은 편집자와 달랐다. 같은 서점이라도 나는 고상하게 둘러보지만 그들에게는 생존을 건 전장이었다. 그 이후로 난 그들에게 ‘지혜가 드는 창’ 교양서 시리즈를 매달 두 종씩 선사했다. “미학 오디세이’, “철학과 굴뚝 청소부”, “상식 밖의 세계사”는 모두 그때 선보인 책들이다. (144-5쪽)

이 책의 실제 제목은 “만나고 싶은 편집자” 내지는 “저자가 고대하는 편집자”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뭐, 그렇다구요… 그동안 팔에 깁스하고 읽은 책 정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