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이 안가는 금액입니다. 이렇게 상상이 안가는 금액을 내고 미국 정부(Treasury)에서 패니매(Fannie Mae)와 프레디맥(Freddie Mac)을 사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시 세계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해서, 위기는 끝났다고 생각해서 주식값도 오르고 환율도 안정되고 하는 모양입니다. (WSJ 및 Bloomberg 보고)
지난 여름 동안, 아래에서 쓴 것처럼 온갖 것에 대해서 짜증을 부리면서 대체로 시간이 남을 때마다, 도대체 이 위기의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서 읽었습니다. 이걸로 위기가 끝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금융위기 이야기만 나오면 “이게 도대체 뭔일?” 하며 눈만 껌벅거릴 나보다 더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짧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현재의 위기에 대해 이해하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책은 Charles R. Morris의 “The Trillion Dollar Meltdown”이라는 책이었습니다.
얼마전 Economist지에는 Confessions of a Risk Manager 라는 글이 실렸었죠.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관점을 볼 수 있는 글입니다. 아래 부분을 읽어 보십시오.
Like most banks we owned a portfolio of different tranches of collateralised-debt obligations (CDOs), which are packages of asset-backed securities. Our business and risk strategy was to buy pools of assets, mainly bonds; warehouse them on our own balance-sheet and structure them into CDOs; and finally distribute them to end investors. We were most eager to sell the non-investment-grade tranches, and our risk approvals were conditional on reducing these to zero. We would allow positions of the top-rated AAA and super-senior (even better than AAA) tranches to be held on our own balance-sheet as the default risk was deemed to be well protected by all the lower tranches, which would have to absorb any prior losses.
In May 2005 we held AAA tranches, expecting them to rise in value, and sold non-investment-grade tranches, expecting them to go down. From a risk-management point of view, this was perfect: have a long position in the low-risk asset, and a short one in the higher-risk one. But the reverse happened of what we had expected: AAA tranches went down in price and non-investment-grade tranches went up, resulting in losses as we marked the positions to market.
요지는 이겁니다. 대체로 위기가 닥치면 은행에서는 신용평가가 낮은 채권을 팔고 신용이 좋은(AAA 급) 채권을 보유합니다. 그런데, 이번 위기는 정작 이런 AAA 급에서 생깁니다. 많은 사람들이 마치 마법에 걸린 좀비처럼 신용 내지는 금융 관련 위기만 생기면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이게 다 헤지펀드 때문이고 파생상품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번에는 정작 피를 본 것은 베어스턴이고 그 다음에는 메릴린치이고 그 다음에는 시티그룹이고 그 다음에는 이제 마지막 보루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입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미국 정부채 밖에 없네요… (미국 정부가 패니매와 프레디맥을 인수하면 다음에는 미국 정부채 가격은? 그건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상황입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1998년의 Long-Term Capital Management 건은 누가 봐도 헤지펀드에 의한, 헤지펀드를 위한, 헤지펀드의 금융위기였습니다. 지금은 좀 이야기가 다릅니다. 역사 이야기부터 하자면…
패니매나 프레디맥은 뉴딜의 산물입니다. 뉴딜의 일환으로 S&L(Savings and Loans: 우리나라로 치면 저축은행이나 금고와 비슷할까요?)이라는 것이 만들어져서 주택구입비용 담보 대출해 주었지요. 이게 담보 대출을 많이 해 주고 나면 담보대출을 모아서 팝니다. 이 때 사 주는 기관이 패니메(FNMA: Federal National Mortgage Association)이나 프레디맥(FHLMC: Federal Home Loan Mortgage Association)인 겁니다. 이들은 이렇게 담보대출을 사서, 이것을 기초로 증권을 발행했습니다. 한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이자율이 변동하면(특히 이자율이 낮아지면) 담보대출을 받았던 사람들이 대출을 조기상환하고 더 싼 조건에 바꿔타기를 하는 겁니다. 이게 패니매나 프레디맥 채권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피곤한게, 채권의 만기를 예측할 수가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개발한 게 CMO (collateralized mortgage obligation)이라는 건데, 아이디어는 이걸 통으로 파는게 아니라 쪼개는 겁니다. 그러니까, 여러 주택담보채권을 모아서 신탁을 한 다음, 이걸 몇 개의 그룹으로 나누는 겁니다. 대체로 상위 70% 정도는 순위가 높아서 상환에 대한 우선권을 갖기 때문에 신용평가도 아주 높게 나옵니다 (이게 채무불이행할 경우는 아래 30%가 다 망해야 하는거죠). 그리고, 두 번째 그룹은 20%, 맨 아래는 10%로 합니다. 아래로 내려갈 수록 고위험 고수익인거죠.
1987년에는 주식시장에 위기가 닥치고, 1994년 이 CMO 시장에 위기가 닥칩니다. 1997년에는 LTCM 위기가 옵니다. 이렇게 말하면 대체로 이 모든 위기의 근원에는 똑같은 이유가 있고, 똑같은 헤지펀드들이 똑같이 파생상품 가지고 장난하다가 나라 말아먹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기 마련인데… 사실, 이번 문제의 원인은 파생상품이라기보다는 채권시장 자체에 있기 때문에 더 위험한 거고, 사고뭉치들도 헤지펀드가 아니라 앞에서 말한 주요은행들이라는 게 문제인 거죠.
여기에서 우리가 파생상품이라고 하면 흔히 헷갈려 하는데, 이건 LTCM 같은 전형적인 헤지펀드의 위험과는 다릅니다. LTCM은 소위 “무위험이익”이라고 하는 것을 추구하는 아비트라지 (arbitrage 재정거래라고 번역합니다)를 했던 거죠. 위키피디어의 간단한 예를 들면,
런던에서 환율이 £5 = $10 = ¥1000이고, 도쿄에서 환율이 ¥1000 = $12 = £6라고 하면, 도쿄에서 $12를 ¥1000로 바꾸고, 런던에서 $12를 ¥1200로 바꾸면, ¥200의 공돈이 생기는거죠.
이번 사태에서는 이런 식의 거래가 문제의 진원지가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채권시장이 움직이는 방식입니다. 굳이 설명하자면 (그러니까 위의 리스크 매니저의 고백을 이해하자면) 이건 위키피디어에 나오는 “regulatory arbitrage”가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도 지불준비금같은 것이 있는 것처럼, 그리고 은행이나 보험사가 투자할 수 있는 종목이 다른 것처럼 금융기관에는 다양한 규제가 존재합니다. 이런 규제를 피하기 위한 기법은 위의 아비트라지를 기본으로 하는 파생상품 전략과는 다른 일종의 “규제 아비트라지”를 하는데, 이것을 보통 “자산유동화”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위의 담보대출과 CMO 사이의 관계를 예로 들면 담보대출은 대출금으로 처리가 되고, 반대로 누군가 이것을 신탁하여 CMO 같은 채권으로 발행하면 이걸 인수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이게 대출이 아니고 증권이 되는거죠. 그런데, 이걸 한 번만 하는게 아니라 여러 차례에 걸쳐서 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에는 CMO라고 하지 않고 CDO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채권을 담보하는게 이제는 주택담보(mortgage)가 아니라 채권(debt)이기 때문이죠. 이걸 한 판 더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CDO^2 (CDO 스퀘어라고 읽습니다)가 됩니다.
그러니까, 은행 A가 고객에게 주택담보대출을 합니다. 은행 A는 은행 B에게 대출을 팝니다. 은행 B는 이걸 산 다음, 이걸 기초로 해서 CMO를 발행합니다. 은행 C는 이걸 산 다음, 이걸 기초로 해서 CDO를 발행합니다. 은행 D는 이걸 산 다음 CDO 스퀘어를 발행합니다.
마치 어릴 때 들었던 아이스크림 가게를 연 두 바보 이야기가 생각나죠. 둘이서 100원으로 서로 주고 아이스크림 사 먹고, 주고 받고 했는데 나중에 보니 남는 돈은 100원 밖에 없더라는…
이런 짓을 하는 이유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원래는 이런 종류에 투자할 수 없는 기관(연기금이나 보험 같은)에 주택담보 관련 채권(이게 준정부기관에서 보증하므로 안전하면서도 결국은 소비자가 내는 이자에 근거하므로 수익성은 더 높다는)을 팔기 위해서이고, 두번째로는 이렇게 하면 채권을 매입한 은행은 지급준비나 기타 회계 및 투자 관련 규정을 피하면서 (그러니까 돈을 대출해 준게 아니고 투자한 거죠) 고수익의 기회를 갖는다는 거죠. 그리고, 무시할 수 없는 게 각 단계에서 채권발행 관련 수수료를 받는거죠.
그리고, 앞에서 CMO라는 것을 발행할 때 여러 그룹(tranche)으로 나누어 선순위, 후순위 하면서 선순위의 신용평가결과를 아주 크게 높일 수 있다고 했는데 (왜냐하면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의 10-30%가 파산할 가능성은 거의 없고, 그 위험은 후순위가 다 흡수하니까요), 이런 조작을 한 번만 하는 게 아니고, CMO 단계에서 한 번, CDO 단계에서 한 번, CDO 스퀘어 단계에서 한 번 이렇게 계속 하는거죠…
은행 입장에서는 당할 수 밖에 없는게, 앞의 리스크 매니저의 고백에 나오는 것처럼, 대출부서와 증권부서는 다른 리스크 관리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건 사실은 대출인데, 증권에 들어가 있는 거죠. 그리고, 이렇게 몇 차례 복잡한 컴퓨터 모델링을 통한 “세탁”을 거치고 나면, 도대체 뭐가 뭔지 아무도 모르게 됩니다. 그러니, 신용평가기관의 평가만 믿는 거죠. 게다가 각자 자기가 관리하는 채권들의 집합에 대해서만 챙기는데 그 앞 단계에서 이런 채권을 발행하는 사람이 자기 채권집합의 가격이 얼마나 변동했는지 하는 것을 따로 공시하지 않으니 정보의 심각한 공백이 생기는 거죠. 그래서 이번 사건은 주요은행부터 당하고, 신용도가 높은 채권부터 당한 겁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미국이 계속 무역적자를 보이면서 다른 나라에서 계속 돈을 끌어다 썼다는 것이구요, 둘째는 이렇게 은행들이 사고를 칠 때마다 연방준비은행에서 계속 이자율을 낮춰서 확실하게 챙겨줬다는 겁니다 (그린스펀 풋 이라고 합니다. 요즘은 버냉키 풋이라는 말도 자주 등장합니다).
그러면, 이 파장이 어디까지 갈까요? 아무도 모릅니다. 아이스크림 100원으로 따지자면, 미국 담보대출시장의 총액은 대충 약 12조 달러 정도 됩니다. 그런데, 이게 문제가 아니라 CDS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는 겁니다 (이건 위의 CDO 시리즈하고는 다른 것인데, 이건 credit default swap이라고 해서 위에서 말한 파생상품이고, 이건 헤지펀드도 깊게 관련이 됩니다. 한 마디로 한 쪽에서는 은행들이 계속 포장과 재포장 작업을 하는 동안, 그 옆에서 헤지펀드들은 누가 망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따로 도박을 했다는 겁니다. 이건 은행과 헤지펀드, 헤지펀드와 헤지펀드 등이 누군가가 파산하면 보험처럼 돈을 줄 것을 약속하고 그 대신 일정 금액을 계속 받는거죠. 근데, 이건 진짜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는 것이라서, 그리고 헤지펀드들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헤지펀드는 규정상 공시의무가 없습니다) 사고가 터져야 알 수 있다는거죠.
제가 보기에 더 심각할 수 있는 문제(그러니까 결국 미국 정부가 나설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그건 바로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런 식의 증권화를 통해서 금융기관들이 거래의 본질을 숨기고 재무제표에서 숨길 수 있었기 때문에 금융기관들이 가지고 있는 부실채권의 규모가 상당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금융기관에는 패니매나 프레디맥이나 기타 채권지급을 보증해 주는 금융기관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겁니다. 이게 진짜로 심각할 수 있는게, 예를 들어서 위의 A 은행이 10개의 채권을 발행했다고 치고, 이 가운데 5개를 B 은행에 팔았고, B 은행은 이 가운데 2개를 C은행에 팔았고, A 은행의 지급을 D 은행이 보증했고, B 은행의 지급을 E 은행이 보증했다고 한다면, A 은행이 10개의 채권 가운데 단 하나만 제대로 지급을 못할 경우 이 모든 은행들이 연쇄적으로 문제를 겪게 되고, 결국 이 모든 은행들이 연쇄적으로 신용등급이 하락하게 되고, 이런 식으로 연쇄작용이 일어난다면 결국 채권시장 자체가 제대로 기능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거죠. 물론, 그렇게까지 심하게 가지야 않겠지만… 아직도 많이 우울합니다. 잠도 안오고 정리 차원에서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