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의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언제나 악을 원하지만 결국은 선을 행하고야 마는…” 물론 이 말은 바울의 회한의 패러디입니다. “언제나 선을 원하지만, 결국은 악을 행하고야 마는…” (출전은 대충 파우스트나 성경 어디 찾아보면 나올겁니다).
아담 스미스는 개인의 이기심이라는 악이 어떻게 시장이라고 하는 좋은 결과를 낳는지 제법 그럴듯하게 보여준 대가로 경제학의 아버지로 추앙받습니다. 메피스토펠레스의 고통을 과학으로 승화시켰다고나 할까요… 그렇지만, 아직은 정치에도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찾아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공공선택이론이나 뭐 이런 것들이 다 그런 것을 찾아 보려고 노력한 산물이니까요… 결론은 정치와 경제는 다르다는…
누군가가 이야기한 것 처럼 서른 즈음에 잔치는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웬만큼 짧은 인생에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경험하고 살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진짜로 끝나기 전에는 역시 끝이 아닌가 봅니다.
(특히 블로그를 바꾸고 나서부터) 정치 이야기는 물론이고 그 비슷한 이야기도 안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블로거의 현실참여 라는 글을 읽고 한 자 남겨 보렵니다.
블로그스피어를 돌아다니다 보니 어떤 분께서 유명한 블로거를 비난하시는 글을 쓴 것을 보았습니다. 그 분 글의 요지는 블로그스피어에서 파워블로그라고 불리는 분이 왜 광우병 사태에 그리고 지금의 현실에 왜 참여를 하지 않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이 블로그로 옮길 즈음 제가 개인적으로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했던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너무나도 치기어린 배설행위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에는 시원하고 통쾌하지만, 답도 없고, 내가 떠든다고 뭐 누가 들어줄 것 같지도 않고, 오히려 인터넷에서 막말을 함으로써 남들보다 도덕적 우위에 서 보고자 하는 (저는 그런 의도는 없었다고 생각하지만), 내지는 제가 이전에도 말한 것처럼 “마치 선술집에서 술 한잔 기울이면서 친구와 씹는” 수준의 이야기를 하고 나면 적어도 그날은 푹 잘 수 있는 것처럼, 저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가능한 광우병 문제는 그냥 넘어가려 했었구요…
지금은 정반대의 이유에서 소위 광우병 문제에 대해서는 완전히 함구하고 있습니다. 답이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미 인터넷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고, 이것들을 일일이 따라다닐 이유도 사명감도 답을 찾아야 한다는 목적의식도 없기 때문에… 그리고 블로그 포스팅이 투표도 아닌바에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라는 미투 포스트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구요…
그리고, 지금 이야기되는 촛불집회 문제는 분명히 다른 문제입니다. 싸가지 없는 정권이 내가 인터넷에서 떠들어대듯이 국민을 상대로 막말하고, 국민을 우습게 보고, 국민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광우병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 몇 년간 노무현 정권을 보면서 시대를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고 항상 뒤쳐져 있는 것 같아 답답했었지요. 이제는 마치 “서 있는 시계는 적어도 하루에 두 번은 시간을 정확히 맞추지만, 느린 시계는 영원히 시간을 맞추지 못한다”는 농담이 현실이 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이 문제도 여전히 답이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저도 소위 386 세대로서 남들이 겪는 정도의 고민과 고통과 비애를 겪으며 자랐습니다. 대학 4년을 도대체 뭘 배웠는지도 모르겠고, 대학졸업 이후에는 한동안 실패한 기획과 낭비한 젊음으로 인해 괴로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지워지지 않은 고통은 그 재기발랄하던 친구들이 정신적 육체적 피해와 낭비한 젊음의 대가를 아주 오랫동안 (심지어는 지금까지도) 치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입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사람은 늙어가면 다 그렇지 않을까, 이게 우리 세대만의 문제는 아니지 않을까라고 인간 전체의 문제로 보편화하는 것입니다. 또 그에 못지 않게 괴로웠던 것은 앞에서 말한 메피스토펠레스의 회한입니다. 뭔가가 잘 안되면 혹시 그게 우리 때문은 아닐까, 우리가 다르게 했으면 혹시 다르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만가지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미안하지만, 여기에는 답이 없습니다.
수많은 변형과 변태와 왜곡을 보게 될 것입니다. 며칠전 민노씨 를 만나 이야기하다가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만약 누군가 “광우병으로 XXX원을 벌었습니다”라는 포스팅을 올린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물론 과장입니다. 그리고 완전히 가상입니다. 그렇지만, 생각해 봅시다. 누군가가 광우병 관련 포스팅을 올립니다. 호응이 좋습니다. 계속 올립니다. 집회에 참가하고, 사진을 찍고 블로그에 올립니다. 그 글을 읽고, 마음에 들어서, (또는 심지어는 극단적인 경우에는 그가 연행되어서) 달리 해줄 것도 없고 그를 지지하는 의미에서 애드클릭이나 몇 방 클릭해 줍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이것은 현실이 아닙니다. 그리고, 현실이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 가설적인 상황에서 생길 수 있는 도덕적인 딜레마를 해결할 정도로 우리의 블로고스피어가 성숙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링크를 클릭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있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렇지만, 만약 전후좌우 이야기를 다 빼고 “광우병으로 XXX를 벌었습니다”는 포스팅만 놓고 보자면 그 포스팅이 가져올 파장과 도덕적 딜레마는… 저로서는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첫째로, 우리가 이 상황을 딜레마로 받아들이는 이유는 사회의 근본 원칙에 반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반하지 않는 것도 아닌 묘한 여운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는 사람이 팔 수 있는 것(부동산, 물건 등)은 민사법으로 규제하고, 사람이 팔아야 하는 것(토지 강제수용, 소송상의 합의)은 대체로 절차법으로 규제하고, 사람이 팔지 말아야 할 것(신체의 일부, 성적 자율)을 파는 경우에는 형사법으로 규제합니다. 정치적 의견은 팔 수 있는 것일까요? 팔아야 하는 것이거나, 팔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요? 돈을 벌기 위해서 특정 정치적 의견을 약간 수정하거나 왜곡하거나 과장하면 그건 어떨까요? 그럼 돈을 버는 것과 무관하게 그렇게 하면? 그렇게 따지자면, 정치라는 게 결국 돈 문제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올 수 있겠구요… 그럼 애드센스의 돈과 그 돈은 같은 돈일가요? 두번째로, 만약 어떤 사람이 광우병관련 글을 올렸는데, 많은 사람이 온라인으로 지지하고, (애드센스도 클릭해 주는 센스), 그래서 그 사람은 나중에 입장을 바꾸거나 관심이 시들해졌고 다른 일도 바빠졌지만, 독자의 기대에 호응하여 계속 글을 올리고 시위 현장에 가서 사진 찍고 블로그에 올리고 하다가 결국은 법적으로 처벌을 받게 되고, 회사에서도 짤리는 상황으로 갈 경우, (그리고 나중에 이걸 후회하게 될 경우), 계속 호응하고 지지하고 애드센스도 클릭한 우리가 혹시 그 사람을 그 방향으로 몰고간 게 되는 상황은 아예 없을까요? 아니면, 반대로 그가 실제로 계속 희생적인 정치활동을 하고, 감옥에도 가고 여러가지 불이익을 당하였지만, 그 댓가로 애드센스에서 한 몇천만원 수익을 올렸다면, 이게 그 사람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 것인가요? 그리고, 좋은 의도로 시작한 일이 나중에 좋은 결론이 나지 않으면, (혹은 원했던 결과를 낳지만 그게 결국 따지고 보면 별로 좋지는 않은 결과로 밝혀지면) 그건 또 도대체 어떻게 해야죠? 게다가 지난 선거기간에도 본 것 처럼 아주 많은 경우에 정치 이야기에 주력하는 블로그는 오프라인의 동기가 있는 것이 또 현실이구요…
뭐, 이런 이야기를 올리는 것은, 이런 문제가 답이 없는 문제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입니다. 저만 그런 거라면 좋겠지만, 우리의 블로고스피어는 이런 문제를 감당할 정도로까지 성숙한 사회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하필이면 인터넷을 나의 정치적 도덕적 배설을 위한 창구로 쓰지 않겠다는 장한 결심을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이런 상황이 되어서 참 어렵습니다. 원래는 지난번에 썼던 글에 이어서 “Ambient Findability”에 대해서 글을 계속 쓰려 했었는데 (책도 곧 반납해야 하는데) 이런 상황이 되니 괜히 내 결심을 거스르고 아무 것도 모르면서 답도 없는 문제에 대해서 쓰기도 좀 그렇고, 그렇다고 전혀 다른 이야기를 쓰자니 괜히 초점을 흐트린다는 욕이나 먹을까 그것도 그렇고, 참 어렵습니다. 파워블로거가 아닌데도 이렇게 어려운 문제이니, 파워블로거들이야 얼마나 고민이 많겠습니까… 거의 매일 인터넷 비디오 보느라 잠도 못자고, 부시시하게 지내다가 누가 물어본 것도 아니지만, 그냥 푸념삼아 한 번 써 봅니다. 그나저나 이번 사태로까지 간 기술적인 배경 내지는 이번 사태를 통해 모든 사람이 쓰게 될 기술은 인터넷 비디오 스트리밍이 아닐까 싶네요… 밤에 잠을 잘 수가 없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