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시간이 날 때마다 생각하던 문제입니다. 요즘 계속해서 스태그플레이션(질나쁜 인플레이션)으로 갈지 아니면 디플레이션으로 갈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죠. 며칠째 그 이야기만 쓰는 것 같은데, 인플레이션 압력이 너무 강해서 결국은 우리나라같이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나라는 망가질 거라는 주장의 전형적인 예는 아마 다음과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올 7월부터의 달러강세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전세계의 달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일부는 증발시키고 있고 또 일부는 은행에 차곡차곡 쟁여놓고 있다 … 특히 ‘버락 오바마’가 취임하게 되면 그 가속도는 무서울 것이다. 말 그대로 헬리콥터에서 달러를 뿌리는 형상이 될 것이며 이것은 결국 달러의 홍수로 인해 유동성 함정의 거대한 둑을 일시에 터뜨려버릴 것이다 … 특히, 한국에게는 그 생사를 가늠할 수 있을만큼 중요하다. 오스트리아학파의 이론대로 화폐증가란 바로 인플레이션이다. 현재 전세계가 공통적으로 앓고 있는 고통은 디플레이션 형태로 나타나고 있지만, 그 현상은 얼마 지나지 않으면 반드시 반전할 것이다. 어떤 논리를 내세워도 엄청나게 늘어난 유동성은 그 둑이 터지는 순간 인플레이션이란 형태로 분출하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뒤집을 수가 없다. (왜 지금 일차상품 시장에 주목해야 하는가? )
그럴까요? 뭐, 굳이 반대한다는 뜻이 아니라, 제가 며칠간 생각하던 것을 그냥 일종의 사고실험처럼 같이 한 번 생각해 보자는거죠. 다음과 같습니다.
두 사람이 회사에 다닙니다. 둘 다 100만원의 보수를 받습니다. 그런데, 한 사람은 매달 100만원을 받고, 한 사람은 매주 100만원을 받습니다. 이 두 사람의 수입은 같을까요? 그러니까, 돈의 속도에 따라 같은 돈도 엄청나게 다른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거죠. 요즘 경제학에서 말하는 돈의 수량 이론 이나 교환등식 에서도 돈의 속도 이야기를 하죠. 다음과 같은 공식과 함께…
MV = PQ
대충 이야기하자면 인플레를 결정하는 것은 통화량 뿐 아니라 돈의 속도도 있다는거죠. 근데, Fed를 비롯하여 어떤 중앙은행도 화폐의 공급량만 통제했지 화폐의 유통속도는 통제하지 못했었죠. 이 화폐의 유통속도를 아주 높여 놓은 것이 자산유동화라는 금융기법이라는 이야기가 분명히 가능하죠. 자산유동화라는 것이 따지고 보면 한 마디로 하자면, 당장 현금화(유동화)할 수 없는 자산의 유동성을 높여 현금처럼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니까요. 그렇다면, 자산유동화 시장(대표적인 MBS 시장과 CDO 시장과 좀 더 멀리 나가자면 스왑과 CDS 시장까지)이 망가진 게 경제를 망가뜨릴 수 있는거죠. 예를 들어서, 친구들끼리 모여서 도박을 하는데, 처음에는 고스톱 같이 화폐의 유통속도가 느린 게임을 하다가, 몇 명이 나가 떨어지고 끝낼 시간이 다가오면 도리짓고땡이나 섯다처럼(심지어는 그냥 뒤집기처럼) 유통속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게임으로 바꾸면 그 자체로 판돈은 커지는 효과가 생기는거죠. 그리고, 서로 빌리고, 빌려주고 하다가 나중에 한 사람이 “돈 없다”고 나가떨어지면 모두들 황되는거죠. 그런게 아닌가라는…
만약 이렇게 보자면, 결국은 TARP니 뭐니 하는 식의 구제금융이 하는 일은 결국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가다가 멈춰 버리는 경제에 윤활유를 뿌리기 위해서 중앙은행으로서는 화폐의 유통속도는 통제하지 못하니, 엄청난 화폐 발행으로 거의 급브레이크를 밟고 멈춰버리는 경제에 윤활유를 뿌리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거죠. 그러니까, 엄청난 규모의 통화량 증대(폭발)이 갖는 효과는 실제로는 인플레를 통해서 디플레를 잡아 보자는 이야기라기보다는 결국 따지고 보면 디플레를 방지하는 정도밖에는 못되는거죠. 앞의 예를 다시 들자면 1주일에 보수를 100만원씩 받던 사람이 앞으로는 한 달에 한 번만 보수를 받으면서 과거의 월금 수준을 유지하려면 받는 돈을 4배로 늘이는 수 밖에 없게 된다는거죠.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서, 이렇게 훌륭한 생각을 내가 처음으로 생각해냈을 리가 없다고 생각이 들어 바로 구글에서 찾아 봤죠.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찾았습니다. 먼저 보너스로…
“When money is disembodied – that is, removed from any material basis such as paper or metal – it speeds up. It travels farther, faster. Circulating money faster has an effect similar to circulating more money. Satellit technology now near-the-speed-of-light, round the clock world stock trading, expanding the amount of global money by 5%. Once digital cash goes global, it will further accelerate the velocity of money. Electronic money is as malleable as digitised information…therefore .. you can now ‘hack’ finance.” (A different cost of securitization의 댓글 )
돈이 추상화되면 – 즉, 종이나 금속과 같은 물질적 기반에서 떨어지면 – 그 속도가 높아진다. 돈은 더 빨리 움직인다. 돈을 빨리 돌리는 효과는 더 많은 돈을 돌리는 것과 유사하다. 위성 기술이 이제 거의 빛의 속도를 제공하고, 24시간 주식 거래가 가능한데, 이로 인해서 세계의 화폐의 양을 5% 가량 팽창시킨다. 디지털 현금이 세계화되면 돈의 속도를 더욱 가속화시킨다. 전자 화폐는 디지털 정보와 거의 비슷해지고, 따라서 이제는 “금융”을 해킹할 수 있게 된다.
뭐, 그렇다는거구요… 정작 하고싶은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The growing risk of falling prices raises a challenge for one of the conventional wisdoms of the modern economics profession, and indeed modern central banking: the belief that it is impossible to have deflation in a fiat paper-money system. Yet U.S. core CPI fell by 0.1% month-on-month in October, the first such decline since December 1982.
The origins of the modern conventional wisdom lies in the simplistic monetarist interpretation of the Great Depression popularized by Milton Friedman and taught to generations of economics students ever since. This argued that the Great Depression could have been avoided if the Federal Reserve had been more proactive about printing money. Yet the Japanese experience of the 1990s — persistent deflationary malaise unresponsive to near zero-percent interest rates — shows that it is not so easy to inflate one’s way out of a debt bust.
In the U.S., the Fed can only control the supply of money; it cannot control the velocity of money or the rate at which it turns over. The dramatic collapse in securitization over the past 18 months reflects the continuing collapse in velocity as financial engineering goes into reverse.
True, this will change one day. But for now, the issuance of nonagency mortgage-backed securities (MBS) in America has plunged by 98% year-on-year to a monthly average of $0.82 billion in the past four months, down from a peak of $136 billion in June 2006. There has been no new issuance in commercial MBS since July. This collapse in securitization is intensely deflationary.
It is also true that under Chairman Ben Bernanke, the Federal Reserve balance sheet continues to expand at a frantic rate, as do commercial-bank total reserves in an effort to counter credit contraction. Thus, the Federal Reserve banks’ total assets have increased by $1.28 trillion since early September to $2.19 trillion on Nov. 19. Likewise, the aggregate reserves of U.S. depository institutions have surged nearly 14-fold in the past two months to $653 billion in the week ended Nov. 19 from $47 billion at the beginning of September.
But the growth of excess reserves also reflects bank disinterest in lending the money. This suggests the banks only want to finance existing positions, such as where they have already made credit-line commitments. (The Fed is Out of Ammunition )
그러니까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통화주의에서는 fiat money system 하에서는 통화량 공급을 통해서 인플레를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통화량을 통해서 역으로 인플레를 유발할 수도 있고, 이것이야말로 디플레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이라고 생각하는데, 과연 그럴까라는거죠. MBS 발행액이 98%가 줄어들었는데, 이것은 결국은 화폐의 유통 속도를 엄청나게 떨어뜨리고 있다는거죠.
따지고 보면, 결국 구제금융이 하는 역할이라는게 결국은 가능한 적은 사람이 망하게 하면서 지금의 판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고, 통화남발이라는 것은 결국은 거의 멈춰 버린 유동화시장의 화폐의 유통속도를 보충하는 것이 아닌가라는거죠. 그리고, 앞으로 미국의 과제는 결국은 가능한 적은 사람이 망하게 하면서 지금 엄청난 규모로 팽창되어 있는 신용 시장을 스케일-다운하는 것이라면, 그게 (케인즈주의적) 재정정책이 됐건 (통화주의적) 통화정책이 됐건 간에 디플레이션의 압력을 저지하고, 다시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수준으로 가기에는 뭔가가 부족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거죠. 그리고, 지금 팽창하는 통화도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실제로 시장으로 흘러 들어오기보다는 결국 지금까지 있었던 포지션을 유지하고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쌓아 놓은 데에만 사용되는 차원을 넘어서지 못한다면야…
결론은 앞에서 인용한 글처럼 통화 팽창이라는 엄청난 인플레 압력이 있으므로 앞으로는 엄청난 인플레가 있을 것이라는 결론으로 성급하게 뛰어들기 전에 자산유동화와 화폐의 유통속도라는 관점에서 다시 한 번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거죠. 정확하게 생각하고 계산기 두드려본 것은 아니지만, 왠지 지금 수준의 통화 팽창은 지금까지의 기조를 유지하기에도 벅찰 것 같다는… 그리고 통화팽창 만으로는 자산유동화라는 금융공학의 쾌거가 만들어 낸 화폐의 가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