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적 정의론, 또는 민중의 정보부

Posted on March 09, 2011

플라톤의 동굴에 갇혀 있는 사람들은 현실의 “그림자”만 봅니다. 그림자만 보는 사람은 바깥 세상이 어떨지 궁금하겠죠… 그렇다면, 바깥 세상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느낄까요? 그들은 동굴 속에 갇힌 사람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또 그들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을까요?

노벨 경제학상까지 받은 존 내시 는 “뷰티풀 마인드”에 따르면, 신문과 잡지 속에 비밀 메시지가 숨어 있다고 믿고, 그걸 해독하려 했었죠… 그러다, 결국은 세계정부 시민이 되기 위해 파리와 제네바 등지를 전전합니다. 분열증 때문이라죠… 아니면, 그의 특출한 수학적 재능 때문에 남들이 보지 못하는 패턴을 보았는지도 모르죠. 어쩌면, 그는 자기가 동굴에 갇혀 동굴 바깥이 어떨지 궁금해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죠…

PGP 라는 암호화 프로그램을 만든 필 짐머만 은 아마 동굴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동굴 안에 있는 사람들을 엿보지 못하도록 하려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위키리크스의 어산지 는 멜버른대 수학과에서 미국 군사무기에 사용할 기술을 개발하는 일을 하는 것을 보고(어산지는 이를 킬러머신의 최적화라고 했다는군요), 멜버른대를 그만둡니다. 그리고, 위키리크스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어쩌면 나도 그냥 남들이 보지 못하는 패턴을 보는 망상증을 겪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렇지만, 필터링 없는 정보의 공개와 전달이라는 이상은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를 떠올리게 하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마르셀 로젠바흐, 홀거 슈타르크의 “위키리크스: 권력에 속지 않을 권리”를 읽으면서 계속 머리속을 떠나지 않던 생각입니다. 그런데, 우연인지 아닌지…

마지막 쯤에 가면 스티븐 애프터굿이라는 사람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는 위키리크스와 비슷한 “시크리시 뉴스”라는 이메일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또 위키리크스 이전에는 정부 기밀문서를 누구보다 많이 공개한 사람이라는데, 그는 위키리크스를 “열린 사회의 적들”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죠 (p. 357). 정보의 무차별적 공개가 열린 사회의 적들이라굽쇼?

칼 포퍼는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서 플라톤이 열린 사회의 적들이라고 주장하죠. 아마도 그의 철인정치 때문이겠죠… 적어도 굉장히 비민주적인 인물이었던 것은 맞을 거구요. 혹시 존 내시나, 필 짐머만이나 어산지나 모두들 플라톤과, 또는 더 거슬러 올라가서 피타고라스까지 올라가는 무슨 수학자들만의 비밀조직의 일원인 것은 아닐까요? ㅎ

이 책을 가로질러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왜 이것이 쟁점이 되는지에 대한 논평도 음미해 볼만 합니다.

베를린의 정치학자 헤르프리트 뮌클러는 이런 원칙적인 갈등을 ‘비밀’ 개념을 가지고서 논했다. 그는 비밀의 유지를 현대 국가가 성립하기 위한 근본 요소로 이해했다. “비밀은 (...) 단지 정치가들이 시민을 기만하는 수단만이 아니며 정치제도의 특징이기도 하다.” “국가의 성공 역사는 정치 비밀의 성공적인 독접화와 결정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그러나 ‘권력국가에서 법치국가로의 전환’이 이루어진 이후로는 ‘법률의 규제와 법정의 판단이 가능한 책임 있는 방식의 비밀 보호와 공개’도 여기에 기여한다. 뮌클러는 위키리크스나 다른 누군가가 이 문제를 더 잘 풀어나가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국가의 모든 기밀을 까발리겠다고 나서는 것은 국가 자체를 파괴하고 그 대신 자기 자신을 비밀의 파수꾼으로 내세우려는 시도일 뿐이라는 것이다. (p. 346)

국가 권력이란 비밀을 관리하는 체제이고, 정보의 독점이 국가 권력의 근원이라는 주장입니다. 이런 소위 “정보전”에서 국가, 그것도 한 국가도 아니고 전세계 수십, 수백개의 국가를 동시다발적으로 엿먹일 수 있을 정도로까지 “개인의 힘”이 강해진 것도 눈여겨 볼 부분입니다.

위키리크스, 동굴 바깥을 보게 해줘서 고마와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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