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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컨설팅과 진보적 신념이 병존할 수 있을까? 인퓨처 컨설팅, 진보적 신념 vs. 경영컨설팅
경영컨설팅이라면 아무 것도 모르지만, 저라면 이 문제를 애매한 진보의 문제보다는 자신의 신념을 견지하는 컨설팅이 가능한가라는 문제로 접근하겠습니다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어쩌다보니 그런 사람을 한 명 압니다. 경영이라는 말을 만들었고, 컨설팅이라는 것을 자기의 평생 직업으로 삼았던 사람이죠. 피터 드러커입니다. 요즘 왠지 피터 드러커에 꽃혀서(그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피터 드러커 삼종세트의 세번째 책을 읽고 있습니다. 피터 드러커 3종 세트라는 말은 제가 만든 말입니다. 피터 드러커는 2005년 타계하기 얼마 전부터 계속 자기 이야기를 하고, 몇몇 사람과 자기에 대해서 인터뷰를 계속 합니다.
- 첫째는 일본경제신문에 기고한 글과 그를 인터뷰한 기자의 해설이 곁들여진 “피터 드러커, 나의 이력서(청림출판)”라는 책입니다. 아주 짧고 작은 책이라 한 두어 시간만에 읽기 딱입니다.
- 둘째는 잭 웰치 관련 책을 쓴 제프리 A. 크레임즈(Jeffrey A. Krames)와의 인터뷰에 근거하여 정리한 “Inside Drucker’s Brain (Portfolio)입니다. 오래전 “Inside Steve’s Brain”이라는 책을 나름 재미있게 읽었던 것이 계기가 되어 얼마전 비행기 안에서 읽었습니다.
- 셋째는 맥킨지의 마빈 바우어의 전기를 쓴 엘리자베스 하스 에더샤임(Elizabeth Haas Edersheim)이 쓴 “The Definitive Drucker”입니다.
뭐, 피터 드러커 삼부작이라고 이름붙이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그와 관련하여 읽을 책이 한 두어 권 더 있죠.
- 오래전 이와 비슷한 시도의 결과인 Jack Beatty, The World According to Drucker (1998)도 있구요,
- 그가 쓴 자서전격인 Adventures of a Bystander라는 책도 있구요. 이건 꼭 읽어 보고 싶습니다만, 굳이 미국까지 주문할 정도로 필요를 느끼지는 않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피터 드러커라고 하면 대체로 경영의 아버지, 컨설팅의 대부, 지식노동자라는 말의 창시자 등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식 노동자라고 하면, 저는 맨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보따리장수 대학 강사와 학원 선생, 그리고 경영컨설턴트나 기타 컨설턴트, 프로그래머, 회계사, 변호사 등등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막상 피터 드러커를 알고 나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죠.
위의 피터 드러커 3종 세트의 인터뷰는 예외 없이 “나는 경영을 몰라. 나는 경영을 해 본 적이 없어”라든지 “나는 그저 용병이었을 뿐이야. 나는 직접 위험을 감수한 적이 없어”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어쩌면 이런 제3자의 비애야말로 그가 자서전의 제목을 “방관자의 모험”이라고 붙인 이유일 것일거구요. 그게 그가 여러 차례에 걸쳐서 인터뷰를 시도한 이유일 것일 거구요. 남의 이야기가 아닌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겠죠.
따지고 보면, 그는 자신이 만든 말인 지식 노동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합스부르크 왕가가 지배하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외국무역성 장관의 아들로 태어났고, 어려서는 사회주의청년단 행진의 선두에서 붉은 깃발을 들고 가두행진도 했었죠 (나의 자서전 47쪽). 그가 맨 처음 쓴 책은 “경제인의 종말(The End of Economic Man)”이라는 마치 프란시스 후쿠야마를 연상시키는 폼나는 제목으로 나왔죠. 이 책은 나치 독일을 비판한 책이라고 합니다. 나치 독일과 파시즘의 비합리성과 광기를 비판한 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여기에서 경제인의 종말이란 “경제적 합리성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상황”에 대한 묘사로 읽힙니다. 비합리성을 경제적 합리성의 반대로 본 것이라고 할까요…
그가 본격적으로 경영 컨설팅을 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은 요즘 다시 뉴스에 오르는 GM의 컨설팅이었죠. 이걸 하게 된 계기는 그가 당시 계획하고 있던 “경제인의 종말”의 후속작인 “산업인의 미래”라는 작품 때문이었다고 하죠. 자세한 내용이야 모르지만, 대체로 이 책의 기획 의도는 아마도 노동의 소외 문제에 대한 비판과 조직내의 자치와 분권을 주장하는 것이었고, 이것을 위해서 대기업을 안에서부터 바라보고 싶었다는 취지였다는거죠. 이것은 피터 드러커의 평생의 화두가 됩니다. 이 화두가 어떻게 지식 노동자로 연결되는지 대충 따라가 보죠.
물론, 대기업들은 싫어했죠. 누가 자기 공장을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의 배경으로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겠어요? 근데 어쩌다보니 GM에서 허락했다는 겁니다. 그 이유는 그가 포춘에서 잠시 일할 때 IBM의 왓슨을 “미국판 히틀러”라고까지 비판하는 글을 실었을 때 IBM에서 그 기자를 홍보부장으로 발탁하려 했었다는 이유(그러니까 “좋은 말이건 나쁜 말이건 일단 우리 이야기를 하는 것은 좋은 것이다”는 관점)와 일맥상통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결국 그가 GM의 조사 결과를 “기업의 개념(The Concept of Corporation)”이라는 책으로 출간했을 때, GM 내부에서는 “좌익으로부터의 적대적 공격”으로 간주했다고 하죠(134쪽). 이 책의 영향을 받아 포드자동차도, GE도 모두 분권제를 도입했는데 알프레드 슬론과 GM만은 소위 “컨설팅 결과 보고서”를 철저히 무시했죠 (141쪽).
그와 함께 일했던 GM의 찰스 윌슨은 노조 출신이었고, 둘이 함께 제안한 내용이 (1) 종업원의 이익 분배, (2) 종업원의 경영참가, (3) 종업원의 아이디어 경연대회, (4) 직장개선 프로그램 (품질관리 서클) 등등이었죠. 순전히 운으로 노조 출신이었던 찰스 윌슨이 알프레드 슬론의 후계자로 CEO에 취임함으로써 피터 드러커의 영향력도 적어도 GM에서 유지되었던거죠 (추측컨대). 이제 피터 드러커가 타계하고 나서 GM이 망가진 이유로 중요하게 꼽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지나친 종업원 복지와 연금 등등이었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죠.
GM을 조사하면서 얻은 결론 중 가장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은 ‘책임 있는 노동자가 운영하는 자치적인 공장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었다. 전시이기 때문에 관리자가 부족했지만 노동자가 책임감을 가지고 연대하여 품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상황을 보고 감명을 받았던 것이다. 나는 평시 체제로 복귀해도 이를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146-147쪽)
여기에서 말하는 ‘책임 있는 노동자’가 바로 ‘지식 노동자’입니다. 지식 노동자란 자기가 아는 것을 팔아서 먹고 사는 사람이 아니라(이러면 지식 상인이겠죠), 현장에서의 지식을 기반으로 하여 책임감 있게 대안을 제시하는 노동자라는거죠.
그는 또 2차대전 당시 육군성 컨설턴트로서 군수품 생산 기업의 재건을 지원하는 일을 했었는데, 당시 가장 큰 과제가 대부분의 유능한 관리자들이 전쟁에 투입되어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밑에서부터의 지식과 인적 자원을 활용하여 일이 되도록 하는 것이었다는 점과, 2차대전 이후 중간관리자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던 점 등을 고려해보면 그의 좌파적인 개념이 경영진에 의해 폭넓게 받아들여진 것은 정말 운이 좋았던 것이라고 할까요?
Efficiency is doing things right. Effectiveness is doing the right things.
Profitability is not the purpose of, but a limiting factor on, business enterprise and business activity.
The essence of management is to make knowledge productive. Knowledge exists only in application. (Actionable knowledge as opposed to just information).
그러니까, 스스로의 신념에 따라서 행동한 컨설턴트라, 제가 보기에는 적어도 한 사람은 있네요.
참, 그리고 저는 원래 DISQUS를 사용했기 때문에, 이제 트윗으로 들어가서도 댓글 남길 수 있어요.
